오조리 다이나마이트 사건 제삿날
제삿밥에 소주를 붓고
아무도 발설하려 하려 하지 않는 이야기를 하던
남자가 숟가락을 놓았다
그 남자가 뭔가를 말하려 하자
남자의 작은 아버지는
헛기침하며 담뱃대를 털고
휑한 하늘 향해 눈을 끔벅였다
둘 사이에 끙 하고 앓는 소리가 났고
까까머리 촌놈은 산적고기를 앞에 두고
누구 제사인지 묻지 않았다
온 동네가 제삿날이던
무슨 날인지 누구도 묻지 않았던 그 날……
이밥에 고깃국을 두고도 숟가락을 놓았던 사내들은
우뭇개에서 장정 서른이 괴기밥이 된 그해 여름
관덕정 광장 돌하르방 옆
십자가 틀에서 숨을 거둔 남자가
숟가락을 가슴에 꽂고 있더라는 말을 들었다
온 동네가 숨죽이고
쉬쉬하며 사건이라 하던 4.3은 산 자의 제삿날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