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꺼진 골목
퇴근길
어둠 속 젊은이 셋, 검은 옷에 검은 자전거
어둠 속에 스며든 존재들이
무슨 말인지 스콜처럼 쏟아내며
페달을 밟았다
라이트도, 반사판도 없이
꺼진 십자가 아래
불빛 없이 달리는 바퀴들
사고 나면 어쩌려고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컴퓨터 가게 아저씨
아침마다 경비실 앞에서 담배를 피우며
경비들과 이야기하는 모습을 봤던 터
요즘은 장사 안 하시냐 물었더니
일 안한지 삼 년이란다
아뿔싸, 담배 연기는 그보다 먼저 산을 오르고
아저씨들 이야기는 산문집이 되는 이유였나
나는 입술을 닫았다
삶이 버거운 이에게
불필요한 무게를 더 얹을 수 없는 법
다들 아직도 몇 해 남았는지 모를 기근 같은 세월 사는데
돌처럼 무거운 게 말일 수 있다
십자가조차 전등 끈 동네
내가 할 수 있는 위로란
남의 어둠을 흔들지 않는 것
불빛 없는 골목은 차갑다 못해 투명하다
십자가조차 전등 끈 동네
어두워진 빛의 자리에
나는 침묵을 불처럼 들고 집에 들어왔다.
길은, 불이 꺼져 있어도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