넉넉한 가난

가을비

by Prince ko


새벽부터

또옥 또옥

가을비가

하루를 다 적실 듯

콘크리트 속에서 시를 잣는다


비 먹은 천정 아래

LED 등불은 붉게 취기가 올랐고

나는 뜨거운 커피를 담았던 플라스틱 컵으로 비를 받는다

비 새는 천장에 눈길 머무니

햇살 눌러 담으며 한가위 빛을 곱게 채운 귤

달고 구수한 말을 건네는 고구마

처마 끝 빗소리가 옛 노래로 흘러내린다

이토록 풍성한 계절에

넉넉한 가난


비 새는 사무실 천장은

가을 운치인 걸

빈 주머니에도 고향 생각이

살포시 여문다


인스턴트커피 한 잔 길어

차례상을 대신하노니

추석 연휴 따위는 알 리 없어도

가을맛은 알지라

넉넉한 가난.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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