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rince ko Feb 13. 2017

눈 내린 아침이 전한 동 사

마지막 눈이기를 바라며

눈 내린 아침이 전한 동사


눈삽 들고

분주함을 옆으로 치워본다

잠시나마

치우다 


빗자루 들고

근심을 쓱싹 쓸어낸다

저 멀리

쓸다 


함박웃음으로

꽁꽁 언 눈 녹인다

동심 담아

녹이다 


한 걸음 한 걸음

푹푹 빠지는 눈길 걷는다

또박 또박

걷다 


펄펄 날리는 하늘에

동심을 담아 본다

지긋이

보다 


그리움 담은

눈가루가 날리는 고운 아침

발이 묶여도

곱다 


하늘은 쌓이고 쌓인

주홍 같은 허물을 덮는다

양털같이 하얗게

덮다 


폭설 내린 아침

지겹다고도 하고

금세 그리울 것이라고도 하는데

말로 다할 수 없는 동사 하나, 그래도 산다 


감사하다




눈이 내리면 좋아하는 건 강아지 뿐이라는 도시에 살면서 하늘을 본다.  다음 겨울에 또 다시 첫눈을 기다리게 될 것임을 모른척 하며 마지막 눈이기를 바라는 아침은 행복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볕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