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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rince ko Feb 15. 2017

흑백 아닌 흑백풍경

갯벌에서 떠올린 모정

흑백 아닌 흑백풍경


바람이 차다
햇살이 흔들린다
영암 땅 갯벌에 ...
바지락 캐는 허리가 굽는다
바닷물에 반사된 빛이 흔들린다
질퍽하게 빠진 발에 의지해 
허리를 굽힌 풍경이
흑백사진을 닮았다
잠시 굽은 허리에 힘이 들어갔다
저 굽은 허리로 자식들 인생은 폈는지 아련하다


바람이 차다
볕이 흩어진다
장화를 벗고 갈고리 던질 날도 멀지 않았다
그래도 질퍽하게 빠진 발을 뺄 힘이 있다는 건
죽 끊여 먹이고 싶은 누군가가 있기 때문이다
서울 어느 학교에 다닌다는 손주는
제 애비 좋아하던 이 맛 알까 궁금하다


바람이 차다
흔들리는 물빛이 삭신을 쑤셔놓는다
내딛는 발걸음마다 토해내는 기도가 턱에 받힌다
저 하늘 아래 
조갯살 넉넉한 죽 좋아하던 녀석 떠올리며 
다시 한 발 내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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