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봄이다!
몇 해 만이라는
폭설이 있던 그 모진 겨울을 뒤로 하고
빨간 동백꽃 두 송이
몸통보다 한 뼘쯤 높이 솟은 가지에 피었습니다
그 향
그 빛깔에 취하고 싶은데
고고하게 홀로 겨울 때를 벗겨내
세상 나 몰라라 하듯 건방 떨며 봄길로 내지릅니다
그 동백 아래
동백기름 바르고 곱게 넘긴 머리
비녀로 갈무리하던 할머니들이
헤실바실 굽은 등짝에 볕 받습니다
동백꽃 따고 기름 빻던 소녀 적 이야기꽃에
골목길 대문들은 하나둘 빗장 풀리고
빼꼼 열린 문 사이로
벽이 허물어집니다
한 뼘 삐죽 솟은 가지에 핀 동백꽃
내달리던 발길을 잠시 멈춥니다
향이 내려옵니다
겨울에 잘 가라 손짓하고
바지런히 달려온 봄이
동백나무 아래 냉이를 재촉합니다
동백, 냉이, 봄, 할매 그리고 한 청춘
핏줄처럼 엮였다면
하늘에 솟은 꽃이
그 인생에도 필까요
봄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