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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믿음과 상상 Oct 25. 2023

아들과 피구

몸집이 작은 아들은 운동을 잘한다. 놀기도 잘한다. 학교가 끝나면 친구들과 놀다 집에 오고, 토요일과 일요일도 아침 일찍 나가 밤늦게 들어온다. 아들에게 어디 갔다 왔냐고 물어보면 아들은 이런 대답을 한다. 


"친구들하고 피구하고 왔어." 또는  "친구들하고 축구하고 왔어."


그러면 나는 묻는다.

"하루종일 축구를 하니?"

"축구하다가 잠깐 쉬다가 축구하지."


"요새 피구하는 사람이 어디 있다고 그래?"

"아니야. 우리 학교 애들은 피구 많이 해."


나는 내심 아들이 게임을 할 거라고 의심한다. 아내의 독재 정치에 아들은 집에서 게임을 못한다. 휴대폰도 폴더폰이라 게임을 할 수가 없다. 그전에는 컴퓨터로 게임을 했다. 자기가 코딩을 이용해서 게임을 만들고 그 게임을 했다. 그러나 아내가 그것마저 못하게 했다. 


가끔 공원을 걷다 보면 아들 또래의 아이들이 벤치에 옹기종기 앉아서 머리를 맞대고 게임을 하는 모습을 보곤 한다. 들키지만 않았지 우리 아들도 저 중에 하나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들이 다니는 초등학교는 집 근처에 있다. 가끔 산책을 하거나 출근을 할 때는 혹시 아들을 볼까 싶어 학교 운동장을 한 동안 응시한다. 체육을 하는 아이들을 관찰하고 점심시간에 운동장에 놀고 있는 아이들을 살펴본다. 그러나 어디에도 아들은 없다. 


'이 녀석은 점심시간에도 교실에 있나? 거기서 친구들하고 게임을 하겠지.' 

아내가 아예 게임을 금지시켜서 아들이 집 밖에서 게임을 할 거라고 예상한다. 


오늘 운동을 하러 가다가 피곤해서 일정을 바꿨다. 오후에는 글을 쓰고 저녁때 운동을 하기로....


자전거를 타고 가다 보니 아들의 학교가 나왔다. 학교 건물 밑으로 아이들이 피구를 하고 있다.


'요새도 피구를 하는 아이들이 있기는 하네.'


혹시 아들이 있을까? 해서 피구하는 아이들을 관찰한다. 키가 작은 아이가 보인다. 자세히 보니 아들이 아니다. 


'역시 없군!'


자리를 뜨려는 순간 또래보다 거의 절반 키의 꼬마가 보인다. 그 꼬마는 자기보다 2배는 돼 보이는 애들과 함께 피구를 하고 있다. 요리조리 날렵하게 공을 피한다. 우리 아들이다. 


'우리 아들이 이렇게 작았구나!'


다른 친구들과 비교하니 작은 아들은 더욱 작게 보였다. 갑자기 이렇게 작은 아들이 친구들과 잘 노는 모습에 감사하다.  어디선가 게임을 할 거라고 예상했던 내 생각이 미안해진다. 


'아들아! 키가 작아도 의기 소침하지 않고 친구들과 잘 노는구나!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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