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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믿음과 상상 Nov 17. 2023

왜 학생들은 킬러가 없는 수능을 어려워할까?

준킬러의 정체

킬러가 없는 수능이 출제됐다. 그러나 학생들은 모두 어려웠다고 난리다. 재학생도 못 봤고 재수생도 못 봤다. 최저를 못 맞춰서 논술 시험을 포기하는 학생들이 속출한다. 킬러가 사라졌는데도 왜 학생들은 수능을 못 볼까?



1. 준킬러는 결코 쉬운 문제가 아니다

킬러는 한 문제 푸는데 40분 이상이 걸리기도 하는 문제다. 어려운 정도를 넘어서서 빠른 시간 안에 풀기 힘들다. 킬러가 나오던 시절은 최상위권 변별이 가능해서 중하 난도 문제를 많이 냈다. 그래서 대부분의 중하위권 학생들은 킬러를 포기하고(풀지 않고), 나머지 문제를 맞히는 전략을 썼다. 나머지  문제들은 대부분 빈출유형의 쉬운 문제들이라 기출만 반복하면 맞곤 했다. 그래서 그 당시 수학 못하는 아이들을 2~3등급까지 올리기가 쉬웠다. 최상위권 그룹은 킬러를 풀기 위해 킬러를 제외한 나머지 문제들을 40분 안에 푸는 연습을 했다. 그리고 60분 동안 킬러 문제 2~3문제를 푸는 것이다. 한 문제 푸는데 30분 이상 걸리는 킬러문제는 너무나 비정상적인 문제였다. 


지금은 킬러를 안 내기 때문에 준킬러를 많이 낸다. 준킬러는 킬러보다는 쉬운 문제지만 그렇다고 결코 쉬운 문제가 아니다.  시중 문제집으로 예시를 들면 블랙라벨 스텝3 정도 수준이다. 블랙라벨은 스텝3가 가장 어렵다. 고등학생 중에 블랙라벨 스텝3을 풀 수 있는 아이들은 일반고 기준 1등급에 있는 아이들이다. 즉, 1등급 정도가 풀 수 있는 문제가 준킬러고, 1등급도 못 푸는 문제가 킬러다. 따라서 실제 수능에서도 준킬러를 건드릴 수 있는 아이들은 극소수다. 



2. 변별력 확보를 위해 중상 난도 문제를 많이 낸다.

중상 난도의 문제가 많은 시험은 보통 학원 입학(레벨) 테스트, 자사/특목고 학교 시험 등등이다. 이런 시험의 특징은 아이들이 시간이 모자라서 시험을 못 본다. 즉, 시간만 많으면 다 풀 수 있는데 시간 부족으로 건드리지 못하는 문제가 많다. 시중 문제집으로 예를 들면 쎈수학 B, C 단계 문제들과 블랙라벨 스텝3 문제들로 시험을 내는 느낌이다. 아이들은 쎈수학 B, C단계는 풀 수는 있지만 매번 생각해서 풀므로 시간이 꽤 오래 걸린다. 더군다나 예전에는 킬러를 3문제 내고 나머지는 쉽게 냈다면 이제는 킬러를 없애고 준킬러를 확통 5~6문제, 미적 7~8문제 정도 내고 나머지도 생각을 해서 풀어야 하는 상황이다. 대부분 수능을 본 아이들의 반응은 시간이 모자라서 다 못 풀었다는 것이다. 예전 킬러 시대는 킬러를 버리고 나머지만 풀었으므로 시간 부족의 문제가 없었다. 그냥 몰라서 못 푸는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시간 부족으로 아예 건드리지를 못한다. 킬러 없이 변별력을 확보하고자 하는 고육지책이다. 



3.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가?

킬러가 사라졌다고 심화를 안 해도 된다는 것은 착각이다. 준킬러 자체가 블랙라벨 스텝3 수준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심화를 당연히 해야 하고 많은 학습량을 소화해야 한다. 속도가 빨라지는 방법은 많은 연습밖에 없다. 문제집 3권 푸는 아이보다 문제집 7권 푸는 아이가 속도가 훨씬 빠르다. 문제집을 7권 정도 풀면 문제를 보고 생각하지 않고 연필이 움직인다. 이런 수능에서 만점을 받는 아이들은 시중 심화 교재만 학기별로 3~4권 정도 푼 아이들이다. 가령 한 학기 학습을 중등으로 예시를 들면 개념서 2권, 유형서 3권, 심화서 5권 정도의 학습을 해야 한다. 고등으로 예시를 들면 한 학기 과정에 대해 다음과 같은 교재정도는 소화를 해야 한다. 기본정석(마플 교과서), 실력정석, 쎈수학, 마플시너지, 블랙라벨, 일등급 수학, 일품, 자이스토리 등등....


순진하게 개념만 열심히 하면 수능을 잘 볼 거라는 착각을 버려라! 개념만 열심히 하면 3~4등급이다. 딱 거기까지가 한계다. 일반고 내신 수학 1등급 받는 아이들이 대부분 수능 3등급을 받는다. 이것이 현실이다.  절대적인 학습량과 노력이 받쳐주지 않으면 수능 1등급은 나올 수 없다. 이런 학습량을 소화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중등부터는 아이가 매우 열심히 해야 한다. 초등부터 열심히 했다면 중등이 되는 순간 속도가 매우 빨라져 어느 정도 여유가 있다.  똑같은 시간을 투자해도 남들보다 2~3배는 더 할 수 있으니 시간적 여유가 생기는 것이다. 


다시 한번 정리하면 시간이 부족한 시험을 극복하는 방법은 많은 학습량을 통한 뉴런과 시냅스의 연결을 강화시키고, 심화 문제를 많이 풀어보는 방법밖에 없다. 심화를 하면 속도가 빨라지는 원리는 고등학생이 초등학교 문제를 쉽게 푸는 것과 비슷하다. 복잡하고 어려운 수학을 한 고등학생의 입장에서 초등학교 문제는 매우 빠르고 쉽게 풀 수 있는 문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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