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죽었다] 1부
K대학 물리학과 교수였던 영실은 퇴근하기 전 은정에게 전화를 했다. 그러나 은정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영실은 카톡을 남겼다.
‘여보, 오늘 내가 일찍 끝나니 유치원에서 봄이 데리고 올게. 그리고 중간에 빵집에 들러서 봄이 생일 케이크도 사 올게.’
영실은 유치원에 들러 봄이를 데리고 빵집으로 갔다.
“봄이야! 어떤 케이크 먹고 싶어?”
“응~ 나 여기 토끼 케이크 사줘.”
봄이는 토끼모양의 크림 케이크를 골랐다. 영실은 봄이와 케이크를 사고 빵집을 나와 집으로 향했다. 한 손에는 케이크를 들고, 다른 한 손은 봄이의 손을 잡았다. 집 앞에 거의 다 와서 영실은 17층인 자기의 집을 올려다봤다. 멀리 베란다에 은정이 보였다.
“봄이야. 저기 엄마 있다!”
영실과 봄이는 은정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그러나 은정은 영실과 봄이를 발견하지 못하고 초점 없이 먼 곳만 바라보고 있었다. 봄이는 은정을 향해 크게 소리쳤다.
“엄마~.”
바로 그때 은정이 베란다 밑으로 떨어졌다. 은정은 머리를 아래쪽으로 향하며 빠른 속도로 땅을 향해 곤두박질쳤다. 잠시 후, ‘쿵’ 하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지나가던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영실은 급히 몸을 돌려 봄이를 감싸 안고 은정이 떨어지는 모습을 못 보도록 가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