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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믿음과 상상 Feb 08. 2024

생각보다 빡셌던 수락산 산행

장암역-주봉-장군봉-도솔봉-귀임봉-마들역 8.3km

ㅇ 집합지 : 장암역 1번 출구

ㅇ 코스: 장암역-주봉-장군봉-도솔봉-귀임봉-마들역 8.3km

ㅇ 소요 시간 : 식사 시간 포함 5시간 30분 

ㅇ 뒤풀이: 마들역 3번 출구 시골막걸리(메뉴:전, 굴무침, 과메기등)



대학 동기들과 수락산 산행을 갔다 왔다. 나 같은 등산 초보도 있고 등산 프로도 있었다. 일단 등산 초보들은 복장에서부터 차이가 났다. 등산 프로들은 등산복과 등산 장비, 등산용 가방을 메고 있다. 나는 털모자에 자전거 고글, 마스크, 두꺼운 패딩, 청바지를 입고 있다. 복장이 겨울 등산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 이때만 해도 몰랐다. 그래도 겨울 산행이라 급하게 쿠팡에서 아이젠과 등산 스틱은 구입을 했다. 



장암역에서 30분쯤 걸으면 수락산 입구에 도착한다. 등산 프로들이 코스를 살펴보고 있다. 나 같은 등린이는 따라가기만 하면 돼서 편하다. 



첫 코스부터 힘들었다. 계단과 얼음이 있어 위험하기도 했다. 그래도 차가운 바람을 쐬며 밖에 나오니 기분은 좋았다. 30분 등산을 했는데 바로 더웠다. 그래서 친구들이 얇은 등산복을 입은 듯했다. 난 가방에 꾸역꾸역 두꺼운 패딩을 집어넣고 등산을 했다. 요로결석 치료를 받는 중이라 그런지, 복장의 문제인지, 아님 수락산이 힘들어서인지 처음부터 낙오를 했다. 여학우들도 잘 가는데 쪽팔렸다. 맨 뒤에서 따라가다가 안 되겠다 싶어 친구들이 쉴 때 먼저 출발했다. 앞에서 가면 낙오는 안 할 거라 생각했다. 



얼마를 가니 정상 비슷한 곳에 도착했다. 그러나 이곳이 정상은 아니었다. 우리는 얼음과 돌로 된 위험한 길을 뚫고 오르고 계속 올랐다. 오르는 내내 생명의 위협을 느낄 정도로 꽤 위험한 코스였다. 등산 장비 없이 아이들이 오면 위험할 것 같았다. 수락산은 바위와 돌이 많았다.



한라산과 지리산 못지않게 힘든 코스였다. 중간에 우리는 점심을 먹었다. 전에 친구들이 컵라면 싸 오던 것을 봐서 나도 컵라면을 싸왔다. 그러나 성능 좋은 온수통을 안 가져와서 오랜만에 군대에서 먹던 뽀글이를 먹어야 했다. 뽀글이는 미지근한 물로 라면을 익혀서 먹는 것을 뜻한다. 산에서 먹는 컵라면은 뽀글이가 되어 배만 부르고 맛이 없었다. 등산용 보온 물통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


친구들은 차가운 날씨에 위스키도 싸와서 나눠 마셨다. 나는 요로결석 약을 먹고 있어서 위스키를 먹을 수 없었다. 우리는 점심을 먹고 올라온 것만큼 위험하고 힘든 절벽과 얼음 사이를 한참 이동해야 했고, 거의 모든 체력이 떨어질 때쯤 수락산을 벗어날 수 있었다. 



하산을 하고도 한참을 걸어서 뒤풀이 장소로 향했다. 오랜만에 상계동의 오래된 아파트 사이를 걸었다. 예전에 젊었을 때 자주 왔던 동네다. 조용하고 사람 사는 냄새가 났다. 뒤풀이 장소는 막걸리 집이다. 아쉽게 술을 못 마셔서 친구들이 막걸리를 마시는 동안 알코올의 양을 계산했다. 우리는 막걸리 8병을 마셨고, 그것은 소주 5병과 알코올양과 같았다. 즉, 막걸리 8병의 알코올 양=소주 5병의 알코올 양 


전공과 직장이 다양한 친구들의 살아가는 이야기나 일하는 이야기를 듣는 것이 재미있었다. 특히, 바디 프로필을 찍었다는 친구가 기억에 남았다. 그 친구는 웨이트를 오래 했다고 했다. 내친김에 트레이너 자격증까지 땄다고 했다. 트레이너 자격증을 따기 위해서는 교육을 받아야 하는데, 교육하는 강사가 주로 PT 회원들의 안마를 어떻게 해주면 좋아하는지와 PT회원 늘리는 방법 위주로 가르쳐줘서 씁쓸했다고 한다. 그 강사는 타이 마시지를 다니면서 마사지 기술을 익혔다고 한다. 시중의 안마를 다니며 안마 기술을 익힌 강사가 트레이너 교육을 하고, 우리는 그 트레이너에게 PT를 받으며 안마를 받는 것이다. 


8명 정도의 단출한(?) 인원으로 등산을 가니 서로 많은 얘기를 할 수 있어서 좋았다. 아직까지 등산의 매력은 모르겠지만 확실히 운동은 된다. 왜냐하면 중간에 그만둘 수가 없기 때문이다. 산을 올라갔으면 내려와야 한다. 자전거처럼 힘들다고 지하철을 탈 수도 없고, 헬스처럼 중간에 그만둘 수도 없다. 작년에 처음 만난 친구들도 2~3번 보니 어색하지 않고 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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