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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믿음과 상상 Jan 29. 2024

친구들과 수영장 딸린 찜질방을 가다

자전거 동호회 동계 훈련

겨울에는 자전거를 못 탄다. 물론 옷을 겹겹이 입고 타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나는 그러기 싫다. 번잡스럽다. 일부 자전거 동호회는 등산을 가기도 한다. 우리 대학 동기 동호회 '타바'는 수영장을 가서 체력훈련을 하기로 했다. 


온전히 수영만 하는 정통 수영장을 간지가 10년이 넘은 것 같다. 일단 수영복을 찾아야 했다. 다행히 아내가 10여 년이 지난 수영복과 수영모, 물안경을 찾아줬다. 


장소는 월드컵 공원 내에 있는 스포츠 센터다. 이곳은 주말에 수영장과 찜질방을 함께 이용하는 비용이 12,000원이다. 완전 싸다. 우리는 약간 미로 같은 출입구를 찾아 입장권을 끈고 수영장으로 이동했다. 아쉽게 사우나와 수영장은 사진 촬영이 허용되지 않아서 사진을 못 찍었다. 수영장은 대략 6개 정도 레인이 있고, 따뜻한 온탕과 물 안마기가 설치되어 있었다. 토요일이라 사람도 적었다. 


10년 전에 배웠던 가닥으로 대충 수영을 했는데, 호흡이 안 돼서 5미터 전진하고 일어서기를 반복했다. 나 빼고 동기들은 꽤 수영을 잘했다. 25m 정도는 한 번도 안 쉬고 왕복을 했다. 어쨌든 나는 걷기와  수영을 반복하며 수영을 즐겼다. 


수영을 하다 숨이 막혀 일어서면 예외 없이 뒤에 사람이 똥침을 놓는다. 빨리 몸을 피해 줘야 한다. 나이 50에 똥침 맞을까 눈치 보며 수영을 했다. 


근데 이게 웬일인가? 한 시간 남짓 수영을 했는데 어깨 결림과 통증이 사라졌다. 평소 헬스를 해서 몸의 근육이 굳고 특히 어깨가 너무 아파서 안마를 받고 침을 맞아도 낳지 않았다. 그런데 한 시간 팔을 돌리며 수영을 하니 어깨 통증이 사라지고 어깨가 부드럽게 돌아간다. 매주 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수영이 이렇게 좋은 운동인지 새삼 놀랐다.


우리는 수영을 마치고 찜질방으로 향했다. 찜질방에서 식혜와 계란을 먹으며 수다 떨고 땀 빼기를 한 시간 정도 했다. 우리 6명이 찜질방 내의 토굴에 들어갈 때마다 사람들이 시끄러워서인지 아니면 덩치 큰 아저씨들의 위압감에 놀랐는지 다 밖으로 나갔다. 그래서 우리끼리만 편하게 대화를 할 수 있었다.



한참 대화를 하다가 친구들 중 근수가 딸이 이번에 한양대 의대에 합격했다며 뒤풀이를 쏜다고 했다. 수능을 4개 틀려서 정시로 붙었다고 한다.  우리 모두는 근수를 축하해 줬고 부러워했다. 이런 기쁜 일은 친구가 쏘는 음식을 맛있게 먹어서 그 기운을 받아야 한다. 다 같이 고급스러워 보이는 중국집으로 갔다.



매우 비싸 보이는 음식을 근수가 시켰고, 난 처음 먹어보는 요리를 정신없이 먹었다. 사실 약을 먹고 있어서 술을 마시면 안 되는데, 친구를 축하하기 위해 술을 거절할 수가 없었다. 역시 비싸 보이는 중국술을 우리는 2병이나 비웠다.



그리고 마지막 입가심으로 된장 짜장과 굴짬뽕을 먹었다. 



굴찜뽕과 된장 짜장은 자극적이지 않고 담백하며 맛있었다. 


집으로 가는 길. 수색역까지 꽤 먼 거리를 걸어서 가야 했다. 다행히 우리 모임 회장이 함께 걸었다. 회장 친구의 젊었을 때 삶을 들어보니 정말 대단했다. 집에서 돈 한 푼 받지 않고 공부를 열심히 해서 장학금을 받고, 그리고 남는 시간에는 학원 알바를 하면서 생활비까지 벌었다고 한다. 학교도 차비를 아끼기 위해 자전거를 타고 통학했고, 점심 도시락을 집에서 싸와서 문과대 잔디밭에서 혼자 먹었다고 한다. 공대생인 이 친구는 도시락을 싸서 먹는 것이 부끄러워 문과대까지 가서, 교내 식당에서 100원을 주고 국물을 산 다음 잔디밭에서 혼자 밥을 먹었다고 한다. 그리고 자기가 돈을 벌어 석사, 박사 학위까지 땄다고 하니 정말 존경스러운 친구다. 


대학 시절 몰랐던 친구들을 나이 50이 되어 만나서 서로 살아온 얘기를 듣는 것은 재미도 있고 내 삶을 되돌아볼 수 있는 교훈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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