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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믿음과 상상 Feb 09. 2024

[비밀의 문] 구효서

글 쓰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봐야 할 책

친구의 추천으로 구효서 작가의 [비밀의 문]을 읽었다. 총 2권으로 600페이지가 넘는 장편이다. 90년대 나온 책이라 지금은 절판이 되어서 예스24에서 중고로 구입했다. 


참고적으로 예스24는 나에게 [수학 잘하는 아이는 이렇게 공부합니다]라는 책으로  "올해의 책"이라는 영광을 준 인터넷 서점이고, 알라딘은 [초등 수학 심화 공부법]이라는 책으로 "이 분야 최고의 책"이라는 상을 받게 한 인터넷 서점이다. 그래서 책은 그 두 인터넷 서점에서만 구입하고 있다. 


일단 이 책의 단점부터 얘기해 보겠다. 작가가 나보다 훨씬 나이가 많지만, 독자의 관점에서 비판해 보겠다. 작가가 이 책을 쓴 시점은 30대 후반이니 지금의 나보다는 훨씬 나이가 어리다.


1. 서사가 빈약하다.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많이 쓰는 2개의 서로 다른 이야기를 교차하는 방식을 사용했지만 긴장감이 떨어지고 전체적으로 지루하다. 그리고 1인칭 시점의 소설이라 그런지 독백이 많아 소설보다는 평론이나 수필을 읽는 느낌이고, 중복되는 내용이 많다. 즉, 이야기의 서술 방식이 매우 느리다. 1인칭의 단점인 듯하다.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많이 서술하다 보니 스토리 전개가 답답하다. 


2.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같이 사이비 종교집단을 다루지만 긴장감이 떨어지고 뒷부분의 마무리가 아쉽다. 뭔가 이야기가 진행되다가 작가의 능력 부족으로 어설프게 마무리한 듯하다. 독자에게는 뭔가 비밀과 암시와 반전을 얘기하면서 기대를 갖게 했다고, 끝 부분을 허무하게 끝낸다. 작가의 의도를 아무리 이해한다고 해도 서사의 관점에서 이것은 독자에 대한 배신이다. 


3. 본인의 성찰로써 철학, 세계관을 많이 담고 싶은 것은 이해하나 너무 부조화되고 몰입을 방해한다. 20대 초반 대학생들이 논하는 형이상학, 종교, 역사, 철학, 이것이 가능할까? 그 나이 때의 어설픈 지식과 통찰 정도인데 마치 철학과 교수의 담론을 얘기하게 한다. 마찬가지로 등장인물들은 본인의 나이나 직업에 비해서 성찰의 정도가 너무 높다. 그래서 몰입을 방해한다. 아마 작가가 성찰이 뛰어난 듯한데, 그것을 등장인물들에 너무 투사했다. 


4. 개연성 없는 성적 행위도 문제다. 해주라는 여성이 이복 오빠를 사랑해서 어설픈 성관계를 하는 상황이나 사이비 종교집단에서의 집단 섹스나 여성의 성기를 칼로 자르는 내용등은 굳이 꼭 필요할까?라는 생각이 든다. 이것이 없이도 충분히 내용을 전달할 수 있지 않을까? 뭔가 자연스러워야 납득이 되고 소설이 이해가 된다. 작가가 책을 쓴 방식은 이미 상업적 목표를 많이 포기한 듯했다. 그런데 이런 성적 행위들을 넣은 것은 상업적이지 않았을까?라는 부조화를 느끼게 했다. 


5. 1인칭의 장점을 못 살렸다. 1인칭 소설의 특징은 인물의 섬세한 심리묘사를 통해 독자들이 충분히 이해하고 납득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작가는 그런 상황이 벌어질 수밖에 없는 이해를 구하기보다는 본인이 깨달은 성찰을 주장하는데 1인칭 시점을 이용했다. 



그렇다면 장점은 무엇일까? 


1. 작가의 성찰과 통찰은 충분히 의미 있다. 특히 글과 언어에 대한 의심과 해체는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꼭 생각해봐야 할 지점이다. 그래서 글을 쓰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꼭 읽어보라고 추천한다. 


2. 종교와 우리가 믿는 역사, 그리고 이데올로기 모든 것을 의심하게 해서 다시 한번 살펴보게 만들어준다. 작가는 이 책을 쓰기까지 많은 공부를 한 듯하다. 그의 역사와 종교, 그리고 문학, 글, 언어에 대한 통찰은 놀랍다. 그리고 많은 깨달음을 준다. 특히 우리가 정말 옳다고 믿는 것이 정교하게 프로그램화된 것이 아닐까?라는 부분은 많이 동의하는 지점이다. 30대 후반의 작가가 이런 통찰을 가졌다는 점은 칭찬할 만하다. 


3. 이 책을 읽고 나면 우리가 믿는 모든 가치를 의심하게 된다. 의심하고 해체하면서 재창조의 과정을 거치라고 작가는 주장한다. 모든 가치는 누군가에 의해 조작된 의식일 뿐일 수도 있는 것이다. 작가는 그런 가치에 종교의 권위, 그리고 학생운동의 이념, 우리가 믿는 역사, 지금까지 맞다고 믿었던 세계관 등 모든 것을 아우른다. 이런 주장을 소설의 형태를 빌리다 보니 말 그대로 소설이 아닌 주장과 평론이 된 것 같다. 그래도 나는 이 책을 추천하다. 이 책을 나에게 추천한 친구에게 감사하다. 생각할 거리를 충분히 남겨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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