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믿음과 상상 Feb 23. 2024

소설 [파친코]

간결체를 통한 가독성과 몰입의 끝판왕

소설 [파친코]를 읽었다. 1,2권으로 되어 있는 장편임에도 불구하고 엄청남 몰입감을 선사해 줬다. 부작용으로 다른 책들을 보면 지루해서 볼 수가 없다.



1. 장점

이 책의 장점은 가독성과 몰입에 있다. 이러한 가독성과 몰입을 만들어주는 요인은 저자의 문체이다. 문장이 대부분 간결하게 끝난다. 한두 줄이면 끝난다. 접속사를 넣는 긴 문장이 없다. 문장이 간결하니 쉽게 읽히고 잘 이해된다. 쉽게 읽히니 집중과 몰입이 잘 된다. 자극적이거나 특이하지 않은 평범한 소재로 이 정도의 몰입을 만들어내는 작가의 솜씨가 기막히다. 



2. 단점

이 책은 4대에 걸친 이야기이다. 일제 강점기 부터해서 현대까지 이야기다. 그러다 보니 마지막에는 증조할머니, 할머니, 아버지, 아들까지 나오는 가족 대서사시가 나온다. 이러한 4대에 걸친 이야기를 책 2권으로 쓸 수 있을까? 


그나마 1권은 괜찮다. 1권은 엄마와 딸의 2대에 걸친 이야기의 서술이라 집중이 잘 된다. 작가의 간결한 문체와 3인칭 전지적 작가 시점의 과하지 않은 개입으로 독자가 소설의 등장인물들과 친해지고 그들에 몰입할 기회를 준다. 


그러나 2권부터 문제가 발생한다. 엄마, 딸, 딸의 첫 남자, 딸의 두 번째 남자, 딸의 남편의 형과 부인, 그리고 딸의 자녀, 주변 인물 등 너무 많은 등장인물들이 나오면서 산만해진다. 


그리고 작가는 본인이 의도했는지 혹은 역량의 부족인지 모르겠지만, 다양한 이야기를 주인공이 아닌 주변인까지 동원해서 말하게 한다. 마치 하나의 소설 안에 여러 개의 단편 소설이 있는 것 같다. 예를 들면 손자의 여자 친구의 이야기를 전지적 작가의 시점으로 얘기한다. 혹은 아들의 친구가 동성애자이고 그 친구의 아내가 겪는 심리적 이야기를 전지적 작가의 시점으로 이야기한다. 독자들은 지금까지 잘 알지 못하는 주변인들에 대해 그들과 친해질 기회조차 박탈당한 채, 작가의 전지적 작가 설명으로 그들의 살아온 과정, 심리 상태를 듣게 된다. 그러면서 독자들은 책의 등장인물들과 멀어진다. 독자가 등장인물과 가까와지기 위해서는 등장인물의 행동이나 말을 통해 그들의 심리 상태를 추측하고 공감해야 한다. 그러나 작가는 지금까지 나오지 않은 주변인들을 내세우면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드느라고 많은 것을 설명한다. 그 설명에 의해 독자는 등장인물들로부터 멀어지고 이야기에서 겉돌게 된다. 


2권을 읽으면서 나는 작가의 역량 부족이란 생각을 했다. 4대에 걸친 주연들로만 가지고 이야기를 서술해 나갈 자신감이 없어서 주변인들의 이야기를 생뚱맞게 들려준다고 생각한다. 개연성 없는 포카 이야기라든가, 동성애 남편을 가진 부인의 이야기, 불륜하는 어느 여자와 그 가족의 이야기 등등....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친코는 특유의 간결체와 이야기를 지어내는 작가의 실력을 인정 안 할 수가 없다. 그리고 성인 소설에는 성적 행위나 묘사가 나오는데 파친코도 예외는 아니다. 이것은 성인 소설을 쓰는 국률일까? 인간의 본능이므로 꼭 서술해야 할까? 책을 읽다 보면 일정한 간격으로 나오는 성적인 내용들..... 좋은 소설을 쓰려면 혹은 많이 팔리는 소설을 쓰려면 적당히 집어넣어야 하나? 궁금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비밀의 문] 구효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