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등급을 위한 학습법
이 학생들은 공부만 하고 성실하게 생활하기 때문에 부모 입장에서는 안타까운 상황입니다. 사실 잔소리 할 것도 없거든요.
"과일 좀 먹고 하렴, 잠은 자고 해야지, 아무리 급해도 끼니는 챙겨 먹어야 돼" 등등
이런 말 밖에 할 게 없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렇게 열심히 하는데도 성적이 신통치 않습니다.
이 아이들의 삶은 학교 쉬는 시간에도 공부, 집에 오면 숙제, 학원 가기, 학원 끝나면 스터디 카페....
너무 성실한 삶입니다.
도대체 원인이 뭘까요?
이 학생들이 수학 공부하는 것을 살펴보면 문제 푸는데 오래 걸리고, 풀고 나면 오답도 많고, 틀린 것을 고치는데 오래 걸리고, 고치고 나도 조금만 시간 지나면 또 모르고......
나름 열심히 하는데 뭐든지 오래 걸립니다. 학습 효율도 떨어지고요. 그래서 부모들은 이런 말을 합니다.
"우리 애가 공부하는 방법을 잘 모르는 것 같아요. 열심히 하는데 성적이 안 올라요."
이런 아이들에게는 약간은 숨 쉴 여유가 필요합니다. 많은 학습량을 내줘도 성실히 하기는 하는데, 머릿속에 집어넣지는 못합니다. 머릿속에 집어넣기 위해서는 약간은 그 내용을 음미하고 써보고, 혹은 설명해보고 하면서 원리를 체화하고 집어넣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이 아이들에게는 숙제하는 것조차 벅차다 보니 밤새워 숙제하고, 학교에서도 공부하고 그러다 학원 가고, 그것이 반복됩니다. 잠깐 여유 있게 자기가 학습하는 것을 음미할 시간이 없습니다.
학원이라면 과제량을 줄여주고 자기가 소화할 수 있는 시간을 줘야 합니다. 이 아이들은 성실하기 때문에 과제량을 줄인다고 놀지는 않습니다. 뭔가 공부를 계속합니다. 참고적으로 이 아이들은 거의 전교권에 있는 학생들같이 열심히 합니다. 내 자녀가 어설프게 열심히 한다면 이 학생들에 해당되지 않습니다. 부모가 봤을 때 명절에도 공부하고 여행 가도 공부하고, 정말 안쓰러울 정도로 공부만 하는 학생들입니다.
현재 이 학생들은 메타인지 능력이 부족해서 자신이 정확히 아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집어넣기만 하고 있습니다. 잘 모르면 암기식으로 우격다짐으로 넣기만 하는 것이죠.
부모가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은 전체 학습을 조율해줘야 합니다. 지금까지 풀기만 하던 거에서 풀기, 음미하기(설명하기), 복습하기(오답) 식으로 플랜을 다시 짜줘야 합니다. 현재 이 아이들의 공부는 거의 90% 이상이 학원 과제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것을 하기가 벅찰 거예요. 그래서 밤새워서 하고 밥 먹을 때도 하고 쉬는 시간에도 할 거예요. 학원에 부탁을 하든 학원을 끈고 과외를 하든, 일단 시간을 확보해 줍니다. 그리고 그 시간에는 학습한 것을 여유 있게 음미할 시간을 갖게 합니다.
가령 4시간 동안 숙제만 했다면 앞으로는 다음과 같이 바꿉니다.
2시간 : 숙제하기
1시간 : 숙제한 내용 음미하기, 원리 이해하기, 학습한 내용 체화하기
1시간 : 이전 학습한 내용 복습 및 오답하기
그래서 어렸을 때부터 받아들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왜 그런지 따지고 넘어가는 습관을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해 없이 암기된 지식은 빨리 잊어먹습니다. 물론 암기된 지식이 나중에 이해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런 경우는 적극적인 학습활동을 할 때에 그렇게 됩니다. 가령, 자기가 암기한 내용을 가지고 발표를 하거나 누군가에게 설명하려고 하면 적극적인 학습이 돼서 원리가 이해되기도 합니다. 어쨌든 원리의 이해는 기본이라는 것이죠. 전체적인 원리의 이해와 그것의 체화(장기기억 저장) 없이는 한 단계 발전된 상태가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 아이들이 그렇게 많은 문제를 풀어도 여전히 속도가 느리고, 여전히 어려운 문제를 못 풀고, 여전히 학습한 내용을 빨리 잊어먹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