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에 읽히고 싶으나 불륜과 접대부를 미화하는
일본 소설 [녹나무의 파수꾼]을 읽었다. 쉽게 읽히고 적당한 이야기와 적정선을 넘지 않는 캐릭터의 심리 표현이 청소년 소설에 어울린다.
읽으면 읽을수록 전에 읽었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과 비슷했다. 술집 접대부의 이야기나 거기서 유부남을 사귀는 이야기 등등... 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느낌이나 이야기의 구성 방식, 캐릭터들의 순박함, 청소년 소설에나 어울릴만한 깊이 없는 내용 등등...
저자를 찾아봤다. 아니나 다를까 이 책의 저자가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도 썼다. [나미야]를 읽은 사람이라면 전체적인 책의 구성이 비슷하다고 느낄 것이다. 단지 기적을 일으키는 '잡화점'이 이 책에서는 '녹나무'로 바뀌었을 뿐이다. 전체적인 등장인물들의 캐릭터도 비슷하다. 이렇게 우려먹어도 되나? 약간 배신감을 느낀다.
청소년이 읽을만한 수준이고 딱 그런 내용인데 문제는 유부남을 꼬시고 사귀는 술집 접대부의 이야기, 그리고 불륜을 약간 미화하는 듯한 내용, 아들을 키웠더니 다른 남자의 자식이었다는 등등.... 정서적으로 청소년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내용이 많다.
내 기준으로는 성인이 읽기에는 깊이가 얕다. 가족주의, 따뜻한 감동 등 청소년에게 교훈이 되고 가슴 따뜻해지는 내용이다. 실제 일본에서는 술집 접대부가 많고, 그들이 유부남과 사귀어 아이를 낳는 것이 보편적인지, 혹은 그 정도의 불륜은 용납 가능한지, 피해자의 관점이 아니라 가해자의 관점에서 서술된다. 자식을 사랑으로 키웠는데 다른 남자의 아이였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된 아버지의 분노와 배신감의 서술은 부족한 채, 내 핏줄이 아니어도 자식을 사랑하는 아버지의 마음만 표현된다.
도대체 어쩌라는 건가? 성인이 읽기에는 내용이 가벼운데 곳곳에 등장하는 불륜, 술집 접대부, 다른 남자의 아이를 임신한 채 결혼한 여자 등등....
이래서 작가의 시선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작가의 가치관과 시선에 따라 독자들은 아무 거리낌 없이 가해자들의 내용을 그대로 받아들인다. 반대로 피해자들의 슬픔을 공감할 기회를 잃는다.
이 작가가 추리 작가 출신이라 이야기를 나름 재미있고 스토리가 궁금하게 서술하는 능력은 좋은 편이다. 그러나 깊이가 적다. 깊이가 적어 가슴을 울리는 공감이나 몰입이 제약된다.
청소년이 읽기에 어울리는 수준의 소설을 썼으나, 곳곳의 내용들은 청소년이 읽기에 부적절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