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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독자에게서 온 편지

답장을 쓰며

<류승재 선생님께>


안녕하세요? 저는 수학에 관심이 많은 OO초등학교 OOO라고 합니다. 저는 평소에 수학에 호기심이 많고 흥미로워해 수학 공부를 열심히 합니다. 이래서 저는 수학에 관한 책을 보는데, 제가 지금까지 읽은 수학 동화 중 가장 재미있었던 책이 류승재 선생님의 [수상한 수학 감옥 아이들] 시리즈입니다.


제가 [수상한 수학 감옥 아이들] 시리즈를 좋아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입니다. 그중 하나는 한 파트가 끝나면 다시 정리해 주는 글이 나오는 것입니다. 이야기에 어려운 내용이 있어 이해가 가지 않을 때가 있는데 마지막에 정리와 요약하는 글을 읽게 되면 이해가 한 번에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수상한 수학 감옥 아이들] 두 번째 이야기 [수상한 수학 동굴 아이들]도 읽어보았습니다. 저는 이 책을 읽고 피보나치수열, 황금비, 시간문제를 풀 때 팁 등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어 매우 기쁩니다. 앞으로도 선생님의 책을 찾아서 읽어 볼 생각입니다. 저에게 많은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류승재 선생님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감사합니다!!


2024년 4월 23일 세계 책의 날

OOO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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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OO 학생에게>


오늘은 좀 우울한 날이었어요. 제가 생각했던 대로 일이 잘 풀리지가 않았거든요. 예상하지 못한 것들이 발생한 거죠. 우울한 마음에 출근하다 빵집에 들러 아주 달콤한 크림과 팥이 들어간 빵을 샀어요. 그리고 직장에 와보니 웬 편지가 와 있더라고요. 편지는 정말 몇 년 만에 처음 받아 보는 것 같아요. 요새는 카톡이나 메일등으로 서로 소식을 전하니까요.


'뭐지? 편지인가?'


힘없이 봉투를 뜯었더니 아주 예쁜 글씨로 편지가 쓰여있더라고요. 제가 쓴 수학 동화책을 두 권이나 읽고 그것이 도움이 됐다고 하니 너무 기쁩니다. 더군다나 수학을 좋아한다고 하니, 같이 수학을 좋아하는 입장에서 동족 같은 친근감이 생겼어요. 제가 쓴 책이 도움이 많이 됐다는 독자의 글은 처음 받아보거든요. 너무 보람차고 기뻤어요.


사실 얼마 전 출간한 2권 [수상한 수학 동굴 아이들]이 많이 안 팔려서 힘이 빠졌거든요. 1권인 [수상한 수학 감옥 아이들]보다 더 재밌고 잘 썼다는 주변인들의 평가가 많아서 내심 기대를 많이 했는데, 1권보다 판매량이 훨씬 저조했어요. 예전에는 책을 낼 수만 있으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어느 순간 출간하는 책들마다 베스트셀러가 되다 보니 제가 욕심이 많았나 봐요. 그래서 요즘은 책을 안 쓰고, 다른 사람이 쓴 책만 읽고 있었어요. 약간 의욕 상실이 된 것이죠. 수학 동화 3권 가제 [하늬 이야기]도 이미 써놨는데, 원고를 출판사에 보내지도 않았어요.


'많은 독자들이 내 책을 보지 않는데 책을 내는 게 무슨 의미가 있지?'


이런 생각을 했거든요. 완전 의욕 상실인 상태였어요. 그런데 OO학생의 편지를 받고 내 책이 도움이 됐다고 하니 다시 의욕이 생깁니다. 많은 독자들이 읽지 않아도, 읽은 독자들이 도움이 됐다면 충분히 의미가 있는 것이니까요.


제가 [수상한] 시리즈 수학 동화를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있어요. OO학생은 이 메시지를 찾았을까요?


저는 수학이 단순히 대학을 잘 가기 위해서, 시험을 잘 보기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수학은 정말 놀라운 학문이고 제가 살아가는 삶에 많은 영향을 줬어요. [수상한] 시리즈에서 나오는 주인공들의 모험과 용기, 역경 속에서 포기하지 않는 자세 등등, 이런 것들이 수학을 공부하면 얻게 되는 거예요.


제가 오늘 우울한 일이 있었다고 했었죠. 생각대로 일이 잘 안 풀리고 전혀 예상밖의 결과가 저를 괴롭혔거든요. 저는 이렇게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오면 수학 문제를 떠올립니다. 제가 생각했던 방향대로 잘 풀어갔는데 답이 나오지 않는 거예요. 어디선가 잘 못 된 것이죠. 그러면 다시 풀면 됩니다. 다시 처음부터 다른 방향으로 접근해서 풀어나가면 돼요. 이것이 수학이 저에게 던져 준 메시지예요. 예상치 못한 결과가 삶에서 갑자기 튀어나와도 저는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않아요. 잠깐 우울은 하지만 곧 수학 문제같이 생각해요.


'음, 뭔가 다른 방향으로 접근하라는 것이군. 좋았어. 이 난관을 멋지게 해결해 주겠어!'


저는 OO학생의 수학을 좋아하는 마음이 평생 갔으면 좋겠어요. 단순히 학교에서 수학 시험을 잘 보고 못 보고는 중요하지 않아요. 학교에서 보는 수학 시험 점수가 수학의 본질은 아니거든요. 수학을 통해서 삶을 살아가고 개척하며 다양하게 생각하는 힘을 길렀으면 좋겠어요. 수학은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을 꿰뚫어 보고 그것을 지배하게 해주는 원동력이에요. 수학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어떤 역경이 있어도 포기하지 않아요. 힘든 난관이 생기면 좌절하지 않고, 단지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할 뿐이죠.


OO학생 편지 때문에 [수상한] 시리즈 3권을 출간할 용기가 생겼습니다. 3권을 출간하게 되면 책을 보내드릴게요.


2024년 5월 1일

류승재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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