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신문 마라톤 대회 참가기

10킬로를 처음 뛰어보다!

내가 사는 곳에는 아주 커다란 호수공원이 있다. 공원 한 바퀴가 대충 5킬로 정도다. 5킬로의 거리는 자전거를 타고 달리기에는 부족하다. 더군다나 요즘은 러닝 하는 사람들도 많아 그들을 피해 자전거를 타기도 만만치 않다.


작년부터 이런 좋은 공원에서 리닝을 해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동네에 사는 지인들을 불러서 일단 러닝을 해보기로 하였다. 아무 준비도 없이 중년의 남성들이 5킬로를 뛰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었다. 우리는 뛰다 걷기를 반복하였다. 결국 무릎이 아프다는 핑계로 첫 러닝 이후에 더 이상 러닝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계속 러닝에 도전하고 싶었다. 넓은 공원에서 맑은 공기와 함께 뛰는 러닝은 정말 기본 좋은 활동이기 때문이다. 일단 무릎이 아픈 것을 해결하기 위해 러닝화를 사기로 하였다. 아무 정보 없이 알리에서 중국제 카본화를 샀다. 정보가 없었기 때문에 이 신발이 좋은 지도 알 수 없었다. 그런데 큰 단점은 있었다. 신어보니 발이 너무 컸던 것이다. 그래도 일단 카본화를 샀으니 공원에서 달려봤다. 허리도 아프고, 등도 아프고 배도 아팠다. 신발이 너무 커서 그렇다고 생각한 나는 평소 즐겨 신는 2만 원대 운동화를 신고 달려보았다. 역시 증세는 호전되지 않았다. 러닝은 나에게 온몸을 아프게 만드는 고문 같은 것이었다. 그렇게 2~3번 달리다가 자연스럽게 달리지 않게 되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던 중 대학 동기들 러닝 모임 회장인 진경이가 대회를 한번 나가보자고 제안을 했다. 동기들도 많이 나가니 재밌을 것 같기도 했고, 이것을 기회로 러닝 습관을 들이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되었다. 나는 아무 생각 없이 하프를 신청했다. 사실 로드 자전거 대회를 가면 100킬로는 기본으로 달리기 때문에 하프 정도는 달려줘야 할 것 같았다. 그게 올해 1월이다.


그러고 나서 정말 연습을 안 했다. 날씨가 추워서 헬스장 러닝머신에서 달렸는데, 러닝화가 아닌 운동화를 신어서 그런지 무릎과 발목도 아프고 재미도 없어서, 걷다 뛰다를 반복하며 3킬로를 채우는 것이 다였다. 그것도 많이 해야 일주일에 1~2회 정도...


어느덧 3월이 왔다. 3킬로도 못 뛰는데 20킬로 하프를 뛰는 것은 불가능하다 생각되어 종목을 10킬로로 변경했다. 연습하면 10킬로는 뛸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연습을 안 한다는 것이었다. 러닝은 매번 너무 고통스러운 고문을 당하는 것과 같이 느껴졌다. 뛸 때마다 고통스러우니 자연히 안 뛰게 되었다. 그렇게 시간은 흘렀고 어느덧 4월 말이 되었다. 대회가 5월 17일이니 2주 남짓 남은 셈이다.


안 되겠다 싶어 무작정 공원으로 나갔다. 공원 한 바퀴가 5킬로니 5킬로를 걷지 않고 뛰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매우 천천히 뛰었다. 대략 1킬로에 9분대 속도였다. 그렇게 처음으로 걷지 않고 5킬로를 완주했다. 이렇게 일주일에 2~3회를 달렸다. 5월 첫째 주가 되어 대회 요강을 살펴봤다. 10킬로 제한시간이 1시간 15분이었다. 즉 75분 동안 10킬로를 달려야 하는 것이다. 1킬로를 7.5분 대략 7분 30초에 달려야 완주가 가능하다. 부랴부랴 나이키 러닝앱도 깔고 본격적인 페이스 조절로 들어갔다. 조금 더 빨리 뛰니 1킬로 8분대로 5킬로를 완주할 수 있었다.


어느덧 대회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나는 러닝화를 사기로 결정했다. 내 몸의 고통이 일반 운동화와 너무 큰 알리발 러닝화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체육교사로 있는 후배에게 문의하여 데쌍트 최상급 카본화를 구입했다. 육상부 코치이기도 한 그 후배는 입문자가 신어도 좋다고 그 신발을 추천했다. 신발이 도착한 날은 수요일 저녁이었다. 대회는 토요일이니 금요일은 쉬어야 하고, 목요일 하루 연습할 날이 남았다. 목요일 아침 새 러닝화를 신고 공원으로 향했다. 걷다라도 10킬로를 완주하기로 하였다. 일단 7.5분에 1킬로 페이스 달리는 연습을 했다. 1킬로를 뛰고 걷다가 다시 1킬로를 뛰는 방식으로 10킬로를 연습했다. 1킬로에 7.5분 페이스를 몸이 기억하게 하기 위한 연습이었다. 평상시 매우 느리게 뛰기만 했더니 1킬로 7.5분 페이스는 상당히 호흡이 가빴다. 그날 집에 가서 쳇 gpt와 전략을 짰다. 나의 상태를 모두 입력하고 대회 완주를 위한 전략을 짜달라고 했다. gpt의 전략은 다음과 같았다.


출발~2킬로 : 7분 40초대로 달리면서 오버 페이스 하지 않는다.

2킬로~5킬로 : 7분 30초대로 안정적으로 뛴다.

5킬로~8킬로 : 7분 20초대로 속도를 높인다.

8킬로~10킬로 : 모든 체력을 끄집어내서 6분 40초대로 달린다.


난 gpt가 짜준 전략을 가지고 대회에 참여했다. 체력을 아끼기 위해 차를 끌고 대회장으로 향했다. 지하철을 타다가 혹시 모를 체력 낭비가 걱정됐다. 단 한 번도 10킬로를 뛰어보지 못해서 불안했다. 대회장에서 만난 친구들은 충분히 할 수 있다고 격려해 줬다. 그런데 출발직전 변수가 생겼다. 거리가 10킬로가 아니고 10.8킬로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계획을 수정해야 했다. 대략 7분대로 1킬로를 뛰어야 가능한 상황이었다. 출발직전 파워젤을 먹었다. 옆에 있던 동기 준형이가 절반을 뺏어 먹었다. 지금 완주를 할까 말까 한 상황인데 파워젤을 뺏어 먹는 준형이가 얄미웠다. 더욱이 준형이는 출발 신호가 울리자마자 여자 동기와 웃으며 저 멀리 뛰어가버렸다.


나는 계획을 수정하여 1킬로 7분대 페이스로 달리기로 했다. 드디어 1킬로 기록이 나이키 러닝앱으로부터 도착했다. 6분 20초?

헐 너무 오버 페이스다. 좀 더 느리게 달려야 한다. 그다음 1킬로는 좀 더 느리게 페이스를 잡았다. 2킬로 알림이 왔다. 평균 속도 6분 30초.


3킬로를 달리니 평균속도 6분 40초. 좋은 페이스다. 7분에만 들어오면 되니 이 페이스를 지키면 된다. 3킬로 지점에서 포도당 사탕을 먹었다. 로드 자전거 그란폰드 대회를 많이 나가봐서 보급품을 충분히 준비했다. 보급의 원칙은 배고프기 전에 몸이 요구하기 전에 먹는 것이다. 5킬로 지점 다리를 건너니 음료 보급이 보였다. 페이스를 높였다. 음료를 먹으며 걸어야 하기 때문이었다. 걸으면서 음료수를 3잔 마셨다. 반환점을 돌고 7킬로 지점에 다시 음료 보급이 있었다. 음료를 충분히 마시고 마지막 질주를 위해 파워젤까지 먹었다. 드디어 나의 시간이다. 아껴뒀던 체력을 쏟아붓기로 했다. 페이스를 높였다. 그러나 미쳐 예상 못한 문제가 생겼다. 아껴둔 체력을 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7킬로가 지나자 온몸이 쑤시기 시작했다. 특히 한 번도 아프지 않았던 발목이 아팠다. 단 한 번도 연속해서 7킬로를 달린 적이 없었으니 처음 느껴본 고통이었다. 생각같이 속도가 붙지 않았다. 오히려 늦춰줬다. 1킬로당 페이스는 6분 40초대에서 6분 50초대까지 밀렸다. 9킬로 지점에 도착했다. 여기서부터 정말 2킬로밖에 남지 않았다. 마지막 포도당 사탕을 먹으며 심박이 가빠지게 달렸다. 결국 10.8킬로 완주 시간은 1시간 13분대였다. 아슬아슬하게 1시간 15분을 넘지 않았다. 10킬로도 가능할까 걱정했는데, 800미터를 더 달리고도 시간 내에 완주했다. 나중에 기록을 보니 6000명 중에 2000등 정도를 했다. 물론 같이 뛴 동기들 중에서는 꼴찌의 기록이다. 꾸준히 달린 동기들이 확실히 잘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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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를 뛰고 나니 많이 아쉽다. 뭔가 조금만 더 연습하면 하프도 가능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대회가 끝나고 2번의 러닝을 했다. 11킬로 한번, 5킬로 한 번씩 달렸는데, 역시 힘들고 몸이 무겁다. 그렇지만 하반기에는 하프를 목표로 몸을 만들어 볼 예정이다. 동기 러닝 모임 회장 진경의 제안으로 입문자용 나이키 페가수스 41 러닝화도 추가로 구입했다. 사실 로드 자전거에 비하면 러닝은 엄청 저렴한 스포츠다. 로드 자전거는 휠셋 교환만 해도 200만 원이 훌쩍 넘는데, 4~50% 할인을 이용해서 러닝화를 사니 총 3켤레 합쳐도 30만 원 정도밖에 하지 않는다.


로드 자전거는 마지막 목표를 남겨두고 있다. 설악 그란폰드 참가다. 거리가 200킬로가 넘고 획고도 4000미터가 넘는다. 제한 시간이 12시간으로 대부분 11시간대에 힘겹게 완주한다. 자전거를 11시간 이상을 타면 안장통과 근육 경련이 필연적이다. 끔찍한 대회이다.


올해 하반기 하프 마라톤을 완주하고 내년에는 풀코스 마라톤과 설악 그란폰드 완주까지 도전할 예정이다. 한 해 한 해 나이가 먹어가니 이런 목표들을 뒤로 미루었다가는 더 늙어서 포기할 수도 있다. 젊었을 때 해야 하는 것이다.


아직까지는 러닝이 괴롭고 고통스럽지만, 계속 달리다 보니 몸에 부담이 없고 즐거운 시기가 올 것이라 믿고 오늘도 달리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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