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차만 10년 탄 오너의 시승기
젊어서부터 다양한 차를 몰았다. 경차 스파크부터 시작해, 소형 아벨라, 중형 소나타/SM5/로체/캠리, 준대형 그랜저/제네시스, 대형 카니발까지.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는 독일차로 넘어갔다. 벤츠 E클래스, BMW X5, 그리고 최근엔 BMW iX50 전기차까지.
10년 넘게 독일차를 타면서 알게 된 건 ‘승차감’은 스펙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
몸이 기억한다. 차의 리듬과 울림을.
최근 국산 전기차들의 완성도가 궁금해, EV5, EV6, EV9, 아이오닉5, 아이오닉9, 씨라이언7을 모두 시승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승차감의 왕좌는 EV9이었다.
처음 타자마자 느꼈다. 이건 다르다. 대부분의 차가 1열은 승차감이 좋고 2열이 나쁘다. 나는 가족이 많기 때문에 2열 승차감을 아내와 함께 항상 체크한다. ev9의 2열은 마치 보이지 않는 손이 차체를 부드럽게 떠받치듯 안정감이 있다. 노면의 진동이 부드럽게 흡수되면서도, 묵직한 중심감이 남는다.
‘에어서스펜션인가?’ 싶을 정도로 탄탄하고 쫀득하다.
실내는 고급스럽고 운전석에 앉으면 대형 세단을 모는 듯한 여유가 느껴진다.
무엇보다 온 가족이 함께 타도 불편함이 없다는 점이 가장 인상 깊었다.
3열은 아이오닉9이 조금 더 편했지만, 종합적으로는 EV9이 가장 완성도 높은 승차감을 보여줬다.
가격대를 생각하면 기대가 낮았는데, 실제로 타보니 꽤 괜찮았다.
2열 승차감이 무난하고, 전체적인 밸런스가 안정적이다. 조향감도 묵직하고, 약간의 독일차 감성도 느껴진다. BMW X5와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가족과 함께 타는 용도라면 충분히 선택할 만하다.
솔직히 기대가 컸다. 그런데 막상 타보니 뭔가 헐겁다. 나사가 한두 개 빠진 듯한 불안한 울림.
노면의 잔진동을 그대로 전달받는 느낌이다.
3열은 오히려 EV9보다 편했지만, 2열은 실망스러웠다.
1열은 무난하지만 감동은 없다. 고급스럽게 밀어주는 느낌이 부족하다.
중국차라 별 기대는 안 했는데 1열만 보면 제네시스 세단의 느낌이 난다.
뒤에서 밀어주는 듯한 추진감, 고급스러운 시트 가죽, 정제된 주행 질감.
하지만 2열 승차감이 최악이다. 그래도 실내 디자인과 소재는 수준급이라, ‘고급차 타는 기분’을 주는 차였다.
지면에 착 달라붙는 주행감은 좋지만, 진동이 너무 직접적이다.
부드럽게 걸러주는 완충감이 전혀 없다. 고속 안정성은 괜찮지만, 도심에서 피곤하다.
전체적으로 헐렁하다. 노면의 잔진동이 그대로 올라와 멀미까지 느껴졌다.
1열, 2열 모두 만족스럽지 않았다. 정숙성은 괜찮지만, 차체의 울림이 일정하지 않아 피로감이 남는다.
가족을 태우고 함께 이동하는 기준으로 보면, EV9이 단연 1등이다.
‘국산차가 이렇게 안정적일 수 있나?’ 싶은 주행 질감과 묵직하면서도 부드러운 감각이 동시에 존재한다.
EV6와 아이오닉5의 단점을 완전히 극복한 느낌이었다.
EV9은 국산차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는 듯했다.
“승차감이 좋다”는 말이 단순히 부드럽다는 뜻이 아니라는 걸 EV9이 보여줬다.
그건 노면의 거칠음과 탑승자의 감각 사이에서 만들어지는, 정교한 균형의 예술이었다.
이제 국산차 중에서도 독 3사와 어깨를 나란히 할 차를 찾은 듯하여 기분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