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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어느 이혼녀의 사연을 시로 쓰기

4월 그를 보았어.


벚꽃이 떨어지는 거리에

설렘의 바람이 불어.


엄마처럼 포근한 그의 가슴에

아이처럼 천진난만한 그의 미소에

가슴을 묻고 입술을 포개.


해줄 게 많아 행복한 나

받을게 많아 즐거운 너.


그렇게

그렇게

마법이 생겨.


그는 내 반쪽이 되어 나에게 충만함을 주고

나는 그에게 꼭 필요한 사람이 돼.


사랑의 바람이

내 몸을 훑고.


어느새.


어느새.


그 없이 살아갈 수 없어.


내 존재를 밝혀주는 그.


그의 몸이 들어올 때

세상을 다 가진 듯 뜨거운 바람이 일어

그의 움직임에 숨이 막히고

내 것인 그를 그의 것인 나를.


그런데

그런데

내가 없어져.


그를 가질수록 내가 사라져.


가슴을 뻥 뚫고

공허의 바람이 일어.


그를 가졌지만 나는 사라져.


어느새

그를 가져도 충만하지 않아

그를 안아도 행복하지 않아.


그냥 그렇게

슬픔의 바람이 일어.


그를 놓아주고

나를 찾아.


잃어버린 나.


내가 누구였는지

기억이 안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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