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내면-4편

의무로 하는 착함 — 생존 모드가 만들어낸 ‘빈 정’

착한 행동이라고 해서 다 똑같이 느껴지지 않는다. 어떤 착함은 끝나고 나면 마음이 가벼워지는데, 어떤 착함은 끝나고 나면 이상하게 공허해진다.

“뭔가 잘한 것 같긴 한데… 기쁘지가 않네.”

이 감정이 반복되면 사람은 점점 이렇게 변해간다.

무표정해지고

감정이 둔해지고

일만 남고

마음은 빠진다


그리고 스스로를 이렇게 위로한다.

“그래도 해야 할 일이잖아.”
“가족인데, 직업인데, 책임인데…”


겉으로 보면 책임감이고 성실함처럼 보이지만, 내면에서 작동하는 건 전혀 다르다.




의무로 하는 착함은 “살기 위한 전략”이다

의무의 착함은 대부분 이렇게 만들어진다.

어릴 때부터 이런 말을 너무 많이 들은 사람들.

“네가 참아.”

“좋은 게 좋은 거야.”

“엄마가 힘들잖아.”

“괜히 분위기 망치지 마.”


그래서 마음속에 이런 규칙이 새겨진다. 사람을 실망시키면 사랑을 잃는다. 그러면 착함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 규칙이 된다.

거절 못하고

억지로 맞춰주고

하고 싶지 않은데 하고

하기 싫다고 말 못 한다


그리고 결국 이렇게 된다.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야.”
“착하게 사는 수밖에 없지 뭐.”


하지만 진짜 속마음은 이거다.

“나를 버리지 말아 줘.”




의무의 착함이 남기는 세 가지 문제

이 착함은 겉보기에는 평화롭지만 결국 관계를 망가뜨린다.


1️⃣ 감정이 사라진다

의무로 움직이다 보면 감정은 점점 꺼진다.

기쁨도 줄고

설렘도 줄고

분노조차 힘을 잃는다


그리고 남는 건 딱 하나.

피로.



2️⃣ 관계가 빚으로 변한다

의무에서 나온 착함은 결국 이렇게 변한다.

“내가 이렇게 했는데…”

상대가 고마워하지 않으면 원망이 생기고, 관계는 점점 틀어진다.



3️⃣ 나도, 상대도 성장하지 않는다

의무는 늘 목적이 같다.

사고 없이 오늘을 넘기는 것.

성장은 필요 없다.

그저 “문제없이 지나가면 성공”.

그래서 인생이 멈춘 느낌이 든다.




의무의 착함은 왜 멈추기 어려울까

간단하다. 멈추는 순간 이 공포가 올라오기 때문이다.

“나쁜 사람처럼 보이면 어떡하지?”
“버려지면 어떡하지?”
“나 없는 게 더 편해지면 어떡하지?”


그래서 이렇게 변한다.

부탁을 거절해도 불안

부탁을 들어줘도 지침

쉬어도 죄책감

일해도 허무

몸은 계속 움직이는데 사는 느낌이 사라진다.




의무를 멈춘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여기서 실수한다.

“그래, 이제 나도 안 도와.”
“이제 냉정하게 살 거야.”


하지만 이렇게 하면 또 다른 문제로 간다.

죄책감

자기혐오

극단적인 단절

그래서 중요한 건 도움을 끊는 게 아니라, 왜 내가 이 행동을 하고 있는지 정확히 알아차리는 것.




의무의 착함을 충만으로 되돌리려면

나는 요즘 이렇게 스스로에게 묻는다.

질문 1.

이 행동을 안 하면 나는 버려질까 두려운가?

그렇다면 — 의무다.


질문 2.

이 행동을 했는데 상대가 고마워하지 않아도 괜찮은가?

그렇다면 — 충만이다.


질문 3.

이 행동이 상대가 나 없이도 서게 만드는가?

그렇다면 — 건강한 도움이다.






의무로 하는 착함은 착해 보이지만, 사실은 두려움이 만든 생존 전략이다. 그리고 두려움 위에 쌓인 관계는 언젠가 무너진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생각에 대한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