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들아, 너희가 정말 원하던 일이 있어서 몇년을 노력했는데 실패하고 나면 어떨거 같니?"
가지각색의 대답이 흘러 나옵니다.
"어쩔 수 없죠. 그래도 떡볶이랑 순대 사먹으면 기분 좋아질거 같아요." 라고 덤덤하게 말하는 아이,
"한동안은 너무 슬퍼서 방안에서 나오지 않을 것 같아요."라고 말하는 아이,
서로 슬픔을 이겨내는 방식이 다릅니다.
어쩌면 학교에서 꼭 배워야할 것은 슬픔을 극복하는 방법이 아닐까요?
졸업식마다 펑펑 울던 아이들은 어느새 자라서 어른이 되어갑니다.
사람들은 항상 행복하기를 원하지만 기쁘고 행복한 감각은 순식간에 사그라든다. 월급날을 떠올려보자. 월급을 받을 때는 기쁘지만 그 기쁨이 평생 지속되지 않는다. 시험 합격이나 승진을 했을 때 느낀 희열은 벌써 사라지고 없다. 그 경이로운 감각을 다시 느끼고 싶다면 다시 고생하는 수밖에 없다. 실패한다면 성공하기 전보다 더 화가 난다.
행복만 하게 되면 행복감을 더 이상 느낄 수 없게 된다.
우리는 행복할수록 행복감을 더 이상 느낄 수 없게 된다는 아이러니한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건 방학이었을 때 더 잘 느껴진다. 일주일 내내 학교에 가다 어쩌다 하루 쉬게 되어 늦잠을 자면 너무 행복한데, 방학일 때는 매일 늦잠을 자니 더 이상 그게 행복이라 느껴지지 않는다.
오마카세를 처음 먹었을 때의 감동! 스시가 이렇게나 맛있을 수가 있나? 이건 그동안 먹어왔던 스시가 아니다. 바다를 통채로 집어 삼킨 듯한 맛, 쫄깃 쫄깃한 식감과 마지막에 퍼지는 유자 향까지. 스시 한 점 한 점이 가히 예술의 경지였다. 토치로 불에 살짝 구운 소고기 불초밥을 먹을 때는 기절하는 줄 알았다. 혀에 닿자마자 부드럽게 사라지는 소고기와 적절하게 간이 밴 밥알들, 아밀라아제와 섞여 달큰한 맛으로 변한 생와사비까지.
오마카세가 비싼 값을 한다는 걸 알게 된 후부터는 돈을 모아 기념일에 오마카세를 갔다. 그렇게 몇번 갔더니 처음 먹었을 때만큼 맛있지 않았다. 분명 셰프도 그대로고 나오는 초밥도 그대로인데. 내가 그 맛에 익숙해져버린 탓이다.
고등학생 때 캄보디아로 처음 해외여행을 했던 때가 떠오른다. 나와 다르게 생긴 사람들과 전혀낯선세계의풍경이생경한느낌으로다가왔다. 대자연에서 소를 몰고 있는 사람들을 볼 때는 벅찬 감동이 밀려왔다. 캄보디아 사람들과 함께 노을을 보았던 순간은 어제일처럼 생생하다. 분명 한국에서 보았던 같은 노을일텐데 태양빛은 더 붉었다. 하지만 해외여행을 몇 번 하고 나니 처음 해외에서 느꼈던 감동은 사라진지 오래다.
'감동의 역치' 때문이다. 역치는 '반응을 일으키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자극'이다. 처음 무언가를 하고 느꼈던 감동은 반복될수록 익숙해져 같은 감동을 느낄 수 없다. 역치값이 높아진 탓이다. 마치 마약과도 같아서 같은 감동을 느끼기 위해서는 점점 더 많은 감동을 필요로 한다.
부자가 된 후 갖게 되는 좋은 집, 멋진 차도 마찬가지다. 처음 느꼈던 감동은 줄어들게 마련이고 같은 의미로 알고리즘에 뜨는 월 1000만 원 버는 부자들이 느끼는 행복의 총량과 내가 느끼는 행복의 총량은 같을 것이다. 괜스레 남을 부러워할 필요 없다. 부자와 나는 같은 '사람'이니 부자가 느끼는 행복감과 내가 느끼는 행복감은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개츠비는 그 사실을 몰랐던 것임에 틀림없다. 개츠비는 데이지의 사랑을 얻기 위해 불법적인 일을 하면서 돈을 모았고 평생 부자가 되기를 욕망하며 살아왔다. 개츠비가 모으는 돈, 집, 명품, 슈퍼카, 잘생기고 예쁜 배우자는 개츠비를 오래 만족시키지 못한다는 걸 모른 채.
개츠비가 매주 파티를 하며 만났던 사람들은 개츠비의 장례식에 아무도 오지 않았다. 쓸쓸한 죽음을 맞이한 개츠비의 모습에서 우리가 평생토록 가지길 원하는 세속적인 것의 덧없음을 느꼈다.
명심하자. 배가 고파 음식을 먹게되면 입안에서 느껴지는 황홀감은 얼마 못 가고, 다시 그런 감각을 느끼고 싶다면 그보다 더 맛있는 음식을 먹어야 한다.
슬픔이 있어야 행복이 찾아왔을 때 행복을 느낄 수 있다는 걸
평일이 있어야 주말이 행복하고, 금요일이 있어야 일요일이 있다는 걸
초연결시대에서 살아남는 법은 이것을 마음속에 새기고 살아가는 것, 즉 개츠비처럼 살지 않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