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린스턴을 낭만의 마을로 만든 호수
미국 대학 순위는 곧 기부금액 순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명문 대학들은 기부금을 많이 거둬들입니다. 2020년의 통계에 따르면 미국 명문대학 누적 기부금액 랭킹은 하버드, 예일, 스탠퍼드 그리고 프린스턴 대학 순위입니다. 프린스턴 대학의 경우 누적 기부금 액수가 무려 260억 불, 한국돈으로 28조 원에 달한다고 하니 순위는 4위여도 액수는 여전히 천문학적인 액수입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프린스턴 대학에는 소위 '돈을 불러드리는' 학과, 즉, 경영대, 의과대, 법대가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억만장자인 동문이 많기로 세계에서 9위에 올라 있다는 거죠. 우리가 좀 들어본 프린스턴 대학 출신의 재력가 중에는 아마존의 창업자 제프 베조스, 과거 이베이(eBay)와 HP의 CEO 였던 맥 위트만, 구글의 초대 CEO 에릭 슈미트 등이 있습니다. 이들 억만장자 동문들의 기부금 유치 덕분에 학교 재정은 날로 든든해져 가고 결국 학생들에게 많은 혜택이 돌아갑니다.
기부가 이와 같이 일상화되어 있긴 하지만 꽤나 특별한 선물이 100여 년 전 프린스턴 대학에 헌정되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 기부의 주인공은 우리에게 철강왕으로 잘 알려진 백만장자 앤드류 카네기(Andrew Carnegie)입니다. 1902년 카네기는 당대 명성이 높은 미국의 화가 하워드 버틀러(Howard Butler)에게 자신의 초상화를 그려달라고 의뢰를 했습니다. 버틀러는 당시 여느 초상화가와는 다른 특이한 이력을 가진 화가였습니다. 그는 프린스턴 대학에서 학부를, 컬럼비아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하고 특허법률 변호사로 잠시 활동하다가 그림에 이끌러 자신의 인생을 순수미술에 바친 인물입니다. 그의 작품으로는 주로 풍경화들이 널리 알려져 있으며 현재 미국 메트로폴리탄 박물관과 스미소니언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습니다.
버틀러는 초상화를 그리며 카네기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는데 스코틀랜드가 고향인 카네기가 호수에 대해 큰 관심을 갖고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스코틀랜드는 원래 호수가 많기로 유명한데요. 카네기는 자신의 고향에 댐으로 막아 호수를 건설하는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버틀러는 과거 프린스턴 대학시절 조정(rowing) 선수 시절을 회상하면서 대학에 전용으로 연습할 곳이 없어서 뉴저지 근방의 운하에서 연습하다가 상선들의 통행으로 인해 연습이 힘들었던 경험을 나누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프린스턴에도 호수를 하나 만들면 참 좋겠다는 의견을 내게 되었죠.
그때 카네기는 자신의 철강회사를 처분하고 세운 재단을 통해 전국적으로 활발하게 자선활동을 할 때였습니다. 그는 프린스턴 대학에 호수를 만들어 주는 아이디어에 큰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는 버틀러에게 호수를 건설하는데 비용이 얼마나 들지 조사해 달라고 했습니다. 버틀러는 뛸 듯이 기뻐하며 즉시 뉴욕의 건설회사에 견적을 의뢰했습니다. 이때 받은 건설비 견적이 당시 미화 금액으로 12만 달러였는데 현재 금액으로는 한화 30억 원 정도입니다. 그러나 모든 일이 그렇듯 (?) 일을 시작해보니 당초 경비를 한참 초과하여 결국에는 45만 달러 현가로 무려 한화 100억 정도가 들어갔다고 합니다. 당초 견적의 3배가 넘는 돈이었죠.
어찌 되었던 카네기의 재력에 비하면 얼마 되지 않는 돈이라 카네기는 오히려 개인적인 관심을 갖고 직접 건설현장을 방문해 시찰하곤 했습니다. 당시 프린스턴 대학의 총장이었던 우드로우 윌슨, 대학 이사회장이며 전 미국 대통령이었던 그로버 클리브랜드 그리고 많은 학생들의 열열한 환대를 받으며 카네기는 1906년 오프닝 행사에 참석하였죠. 학생들은 행사 중에 '카네기 송가'도 만들어 불렀다고 합니다.
카네기, 카네기
우리에게 호수를 선물로 준다네
그대는 물결이 부서지는 소리가 들리나
카네기 카네기
앤디 앤디 (앤드류의 애칭) 당신은 멋쟁이
카네기
이 특별한 선물을 두고 윌슨 총장은 카네기가 '빵을 달라고 했는데 케이크를 주었다'는 말을 남겼습니다. 그 후 이 호수를'카네기 호수'라고 불렀고 공식적으로 프린스턴 대학의 소유가 되었습니다. 오늘날 카네기 호수는 프린스턴 대학 조정팀의 연습장으로 쓰이고 있을 뿐 아니라 미국 올림픽 조정팀 연습장으로도 활용되고 있고요. 프린스턴 대학뿐만 아니라 주변 지역민들의 휴식처가 되었으며 오래전 이곳에 살았던 아인슈타인 박사도 호수에서 자주 요트를 타고 즐겼다고 합니다 (아래 사진).
이번 편은 프린스턴에 위치한 카네기 호수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