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 내 가치를 알리는 법
연초가 지나고 3월이 다가오면, 회사에서 인상을 쓰고 다니는 사람들이 보이곤 합니다.
대부분 진급에서 누락된 경우일 가능성이 큽니다.
기대했던 만큼 평가받지 못했다는 실망감이 얼굴에 드러나는 것이죠.
국내 기업에서는 연봉 협상을 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부서장과의 면담이 형식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미 회사에서 연봉 인상률과 진급 여부를 결정해 놓고, 우리는 그 결과를 통보받는 것이 일반적이죠.
특히 연봉이나 승진과 같은 민감한 주제에 대해 직접 요구하는 것이 부담스럽다고 느끼는 문화 속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회사가 주는 대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술자리에서나 동료들끼리 불만을 털어놓지만, 그 불만이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내는 경우는 드뭅니다.
저 또한 국내 기업에서 직장 생활을 시작했고,
진급 누락을 경험하며 이런 문화를 당연하게 받아들였습니다.
하지만 외국계 기업으로 이직한 후, 완전히 다른 환경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외국계 기업에서 가장 놀라웠던 점은 직급이 나이와 무관하다는 것이었습니다.
30대 초반의 Principal(한국 기업 기준 부장급)도 있었고, 50대임에도 Staff(대리급)인 경우도 흔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연차나 나이가 아니라 성과와 역량이었죠.
또 한 가지 인상적이었던 점은, 직원들이 자신의 진급과 보상에 대해 거리낌 없이 이야기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내가 어떤 성과를 내면 승진할 수 있나요?"
"내가 원하는 연봉을 받으려면 무엇을 더 해야 하나요?"
이런 질문을 관리자에게 자연스럽게 던집니다. 그리고 관리자는 이에 대한 명확한 답을 줍니다.
"이런 역량을 더 보여주면 가능할 것 같아."
그러면 직원은 그 방향으로 노력한 후, 다시 요청합니다.
"당신이 요구한 조건을 충족했으니, 이제 나를 승진시켜 주세요."
이처럼 외국계 기업에서는 자신의 평가에 대해 수동적으로 기다리지 않고,
능동적으로 협상하는 문화가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물론 국내 기업 문화와는 다소 동떨어진 이야기처럼 들릴 수 있습니다.
우리는 오랫동안 자신의 평가를 회사의 결정에 맡기는 것이 익숙했으니까요.
하지만 진급이나 보상은 회사의 문제가 아니라, 내 문제입니다.
원하는 것이 있다면, 분명하게 요구해야 합니다.
물론 잘못 이야기하면 역효과가 날 수도 있겠죠.
어떤 관리자는 이렇게 말할 수도 있습니다.
"너만 힘든 거 아니야. 너를 진급시키면 다른 사람은 손해를 감수해야 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나의 가치를 회사가 알아서 평가해 주기를 기대하는 것은 더 큰 위험입니다.
예전에 제가 다녔던 회사에서 이직을 고민하며 매니저에게 말을 꺼냈을 때, 이런 질문을 받았습니다.
"뭘 더 해주면 안 나갈래? 돈? 진급?"
그 순간 들었던 생각은 하나였습니다.
"해줄 수 있었으면 진작에 해줬어야지."
이제는 기다리지 말고, 나의 가치를 적극적으로 이야기하세요. 보상과 승진은 운이 아니라,
협상의 결과일 수 있습니다. 스스로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아무도 대신 이야기해 주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