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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온을 위한 기도, 나를 위한 주문

by 민수석

책을 읽다 문득, 한 기도문에 마음이 닿았습니다.

익숙한 듯 낯설고, 짧지만 깊은 울림이 있는 문장이었죠.


God, grant me the serenity

to accept the things I cannot change,

courage to change the things I can,

and wisdom to know the difference.


미국 신학자 라인홀드 니부어(Reinhold Niebuhr)가

20세기 초에 썼다고 전해지는 이 기도는

오랜 시간 많은 이들의 마음을 위로해 왔습니다.


한국어로 옮기면 이렇게 됩니다.


하나님,

제가 바꿀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이는 평온함과

바꿀 수 있는 것을 바꾸는 용기와

그 차이를 아는 지혜를 주소서.


가만히 들여다보면, 이 기도는 마치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는 나를 위한 주문 같습니다.


바꿀 수 없는 것을 바꾸려 애쓰다 지치고,

정작 바꿀 수 있는 것 앞에서는

게으름과 용기 부족으로 눈을 감습니다.

어쩌면 바꿀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끝까지 놓지 못하는 어리석음 속에서

스스로를 괴롭히는 날들도 많았죠.


결국, 마음의 평온함이라는 건

나를 알고, 나를 받아들이고,

내려놓고, 통제하려 하지 않으며,

필요한 순간에 용기 있게 행동할 때

비로소 닿을 수 있는 상태라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가 흔히 불행하다고 느끼는 순간은,

애초에 가질 수 없는 것을

가지려 할 때 시작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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