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어김없이 블루베리 열매가 열렸습니다.
많은 양은 아니지만, 그 조그맣고 단단한 열매를 바라보고 있자니 마음이 고요해졌습니다.
사실 블루베리를 처음 심을 때는 아무것도 몰랐습니다.
산성 흙을 좋아하고, 물빠짐이 좋아야 잘 자란다는 기본적인 조건조차 모르고 그저 마당 한켠 맨땅에 묘목을 심었습니다.
누군가는 “그렇게 심으면 안 된다”고 했겠지만, 저는 그냥 한번 해보자는 마음뿐이었습니다.
놀랍게도 그 블루베리 나무는,
그 척박한 땅에서도 묵묵히 뿌리를 내렸고, 몇 해째 열매를 맺고 있습니다.
언제나처럼 조용히, 그리고 묵직하게요.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을 탓하지 않고
그 자리에서 차분히 자기 몫을 해내는 그 나무를 보며, 저는 종종 멈춰 서게 됩니다.
나는 과연 내 삶의 조건 속에서 어떤 태도로 살아가고 있는지,
무언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너무 쉽게 포기한 건 아닌지,
그 작은 열매 앞에서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는 것입니다.
블루베리는 말이 없지만, 해마다 저에게 말을 겁니다.
“괜찮아, 완벽하지 않아도 열매는 맺을 수 있어.”
요란한 성과도, 눈부신 성장은 아니지만
묵묵히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울 수 있다는 사실을
그 조용한 나무는 삶으로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이제 저는 블루베리를 단순한 열매로 보지 않습니다.
그 존재 자체가 하나의 가르침이고,
매년 이맘때면 찾아오는 자연의 편지입니다.
오늘도 저는 그 작은 열매 하나 앞에 조용히 고개를 숙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