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러닝 8km완
새벽 다섯 시, 눈이 저절로 떠졌습니다.
아직 해도 뜨지 않은 어둠 속에서 운동장으로 향했습니다.
놀라웠습니다.
이른 시간인데도 트랙 위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달리고 있었습니다.
퇴근 후에 뛰던 때는 하루의 에너지가 다 소진돼 1km조차 버겁던 제 몸이,
밤새 충전된 덕분에 한 시간을 달릴 수 있었습니다.
그때 깨달았습니다.
러닝의 시간은 남들이 정해주는 것이 아니구나.
저녁에 달린다고 해서,
나도 꼭 그때 달릴 필요는 없었던 거죠.
트랙 위에서 저는 늘 가장 느린 사람처럼 보입니다.
누군가는 금세 제 옆을 스쳐 지나가고,
조금 뒤 또다시 저를 앞질러 갑니다.
하지만 괜찮습니다.
이 시간, 이 트랙 위에 제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더 중요하니까요.
인생도 그렇지 않을까요.
나만의 시간, 나만의 속도, 나만의 무대를 찾아가는 과정.
누구와 비교할 필요도, 서두를 이유도 없는.
달리다 보면 신기하게도 머릿속이 맑아집니다.
뇌 주름 사이사이에 낀 먼지들이 하나둘 털려 나가는 느낌.
그러다 문득 글감이 떠올라, 달리기를 마치고 걸으며 글을 남기고 있습니다.
이번엔 단순한 시작의 기세가 아니라
꾸준히 이어갈 수 있는 리듬으로 남았으면 하는 바람을 품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