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려도 괜찮아.

트랙위에서의 깨달음

by 민수석

새벽 공기는 언제나 맑고 차갑습니다.

알람을 끄기도 전에 눈이 떠지고,

마치 몸에 자율주행 시스템이라도 달린 듯 운동화 끈을 묶습니다.


그렇게 오늘도 트랙 위에 서 있습니다.

6시가 가까워지면 트랙은 조금씩 활기를 띱니다.


저마다의 속도로 달리는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듭니다.

누군가는 내 옆을 스쳐 지나가고,

또 다른 누군가는 바람처럼 앞질러 나갑니다.

순간, 내가 이곳에서 가장 느린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스치곤 합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 생각에 오래 머물지 않습니다.

예전에는 남들의 속도가 곧 내 기준이 되곤 했습니다.

더 빨리 달려야 할 것 같고,

뒤처지면 안 될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깨달았습니다.

중요한 건 ‘얼마나 빠른가’가 아니라 ‘지금 이 자리에 서 있는가’라는 사실을요.


나는 나의 속도를 압니다.

누군가와 비교할 필요도, 조급해할 이유도 없습니다.


오늘 내가 어제보다 조금 더 가볍게 달리고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트랙 위에서 흘리는 땀방울 하나하나가 내 하루를 단단하게 쌓아 올려주고 있으니까요.


결국 삶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합니다.

모두가 저마다의 리듬과 보폭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앞서가고, 누군가는 뒤에 남습니다.

하지만 그 차이는 결코 우열을 가르는 기준이 될 수 없습니다.

중요한 건 방향을 잃지 않고 계속 나아가는 것,

그리고 오늘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용기를 잃지 않는 것입니다.


나는 여전히 느린 주자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이른 아침, 트랙 위에 서 있는 나 자신을 떠올리면 마음이 단단해집니다.

나만의 속도로, 나만의 길을 묵묵히 달려가는 것.

그것이 내가 매일 이곳에 나오는 이유이자, 삶을 버티게 하는 작은 힘입니다.


오늘도 나는 천천히, 그러나 확실히 내 길을 달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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