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트랙 위에는 뛰는 사람이 보이질 않습니다.
운동장의 라이트가 흐린 하늘 속에서
해처럼 빛나고 있습니다.
9월부터 이어온 루틴이라 그런지
이제 제법 제 뇌가 눈치를 챈 모양입니다.
눈을 뜨면 나가야 한다는 것을요.
배우 차승원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능력 없으면 열정, 열정 없으면 겸손,
겸손하지 못하면 눈치라도.”
이 말을 보며 생각했습니다.
눈치도 능력이다.
하지만 눈치는 하루아침에 생기지 않습니다.
아마도 수천 년 전,
사바나 초원을 뛰어다니던 우리의 선조들도
눈치를 생존의 기술로 여겼을 것입니다.
무리에 속해야 살아남을 수 있었던 시대,
타인의 기분과 흐름을 읽는 일은
곧 생존을 위한 본능이었겠죠.
비 오는 아침,
아무도 없는 트랙을 향해 나서는 제 뇌를 보면
그 유전자는 지금도 여전히
잘 작동하고 있는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