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속
올리버와 클레어는 사랑했지만,
끝내 서로의 기억을 지우기로 결정합니다.
이별의 방식으로 “기억을 지우다”니,
조금은 잔인하게 들립니다.
하지만 그들은 알고 있었습니다.
사랑이 남아 있는 한, 고통도 함께 남는다는 것을요.
올리버와 클레어는 인간이 아닙니다.
감정을 느낄 수 있는 로봇, 헬퍼봇이죠.
그들의 사랑은 인간처럼 뜨겁지만,
시스템은 유한하고, 메모리는 불완전합니다.
시간이 지나면 오류가 생기고, 기억이 손상됩니다.
그들은 두려웠을 겁니다.
사랑했던 기억이 망가진 채로 남는 것,
서로의 모습이 조금씩 지워지는 것을 견딜 수 없었을 테니까요.
그래서 그들은 결심합니다.
“이 아픔이 남기 전에,
사랑이 사라지기 전에,
우리가 스스로 기억을 지우자.”
사랑을 지운 것이 아니라,
아픔을 덜어주기 위해 사랑을 놓아준 것입니다.
기억이 사라져도, 사랑이 있었던 순간은
그들의 회로 어딘가에 여전히 남아 있을 겁니다.
우리는 종종 이렇게 말하죠.
“잊는 건 배신이야.”
하지만 어쩌면,
진짜 사랑은 기억을 붙드는 게 아니라, 놓아주는 일인지도 모릅니다.
그들은 잊기 위해 지운 것이 아니라,
서로의 사랑을 아름답게 남기기 위해 지웠던 것입니다.
그 순간,
사랑은 끝난 게 아니라 완성되었습니다.
어쩌면 해피엔딩.
그들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묻습니다.
“기억이 사라져도, 사랑은 남을 수 있을까?”
그리고 이렇게 속삭이죠.
“사랑의 마지막은 잊음이 아니라,
여전히 사랑함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