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후반이 되니, 시간이 유난히 빠르게 흐르는 것 같습니다.
달력의 숫자는 여전히 같지만, 그 숫자들이 주는 무게는 예전과 다릅니다.
몇 년 뒤면 나이의 앞자리가 바뀌겠지요.
그 사실이 두렵다기보다, 이제는 담담하게 느껴집니다.
요즘은 사람들 사이보다 혼자 있는 시간이 더 편안합니다.
누군가와 어울리기보다, 나만의 리듬으로 움직이는 시간이 좋습니다.
세상의 소음이 사라지고 오롯이 나만 남는 순간,
그 고요 속에서 진짜 나를 만나는 기분이 듭니다.
저는 혼자 잘 노는 편입니다.
국내 여행도, 해외 여행도 혼자 다니고,
캠핑장에 혼자 앉아 불멍을 하거나
조용한 제 아지트에서 커피를 내리며 책을 읽는 시간을 사랑합니다.
그런 성향 덕분인지 수영, 골프처럼 개인 운동을 좋아하고
최근에는 러닝의 매력에도 푹 빠졌습니다.
달리기를 하다 보면 호흡과 발소리만 남습니다.
그 단순한 리듬 속에서 잡생각이 사라지고,
‘조금 더 가볼까’ ‘오늘은 여기까지 하자’
스스로와의 대화가 이어집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혼자 있는 시간이 이렇게 좋았던 것은 아닙니다.
예비 퇴사라 불렀던 무급휴직 시절,
저는 ‘무언가 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렸습니다.
쉬는 것도 일처럼 했습니다.
자격증 공부, 글쓰기, 운동, 계획 세우기…
쉼 없이 움직였지만 마음은 한없이 공허했습니다.
이제 돌이켜보면, 그 시절이 아쉽습니다.
그때 나를 조금 더 돌봤더라면,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여유를 알았더라면
훨씬 풍성한 시간이 되었을 것입니다.
혼자 있는 시간은 외로움의 시간이 아닙니다.
나를 단단하게 세우는 시간입니다.
누군가와 함께 있을 때보다,
혼자 있을 때 더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앞으로의 시간은 나이의 숫자가 아니라
그 시간을 얼마나 깊고 진하게 보냈는지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나이의 앞자리가 바뀌어도,
혼자 있는 시간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으로 남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