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지금 다섯 번째 회사에 다니고 있습니다.
21년 동안 여섯 번의 회사를 거쳤습니다.
개발직군의 엔지니어로 일하다 보니,
비슷한 제품을 만드는 회사로 이직할 수 있었던 덕분이었습니다.
하지만 가끔 생각합니다.
과연 여섯 번째로 저를 받아줄 회사가 있을까요?
곧 쉰을 앞두고, 눈이 침침하고 손끝이 떨리는 엔지니어를 말입니다.
어쩌면 그보다 더 중요한 질문은
‘내가 여섯 번째 경력사원이 될 마음이 있는가’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휴직 중이던 어느 날,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법인을 만들어 대표이사로 이직하자.”
호기롭게 시작했습니다.
와이프를 대표로 세워 법인을 만들었죠.
하지만 현실은 기장료만 꼬박꼬박 나가는 부실법인.
지금은 폐업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때 깨달았습니다.
경력의 연속성이란, ‘이전의 경험이 다음 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것’이라는 걸요.
경력직을 채용한다는 건 곧,
“지금까지의 경험을 입사 즉시 실적으로 연결해달라”는 의미입니다.
회사 입장에서는 그게 경력자의 가치이니까요.
물론 예외도 있습니다.
소위 말하는 ‘낙하산 인사’죠.
자질도 능력도 경험도 없지만 인맥으로 자리를 얻는 사람들.
어쩌면 저도 그들과 다르지 않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 경험도 없이, 법인 하나 세워 대표 타이틀을 얻으려 했던 제 모습 말입니다.
회사를 다니는 동안,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단순히 생계를 위한 경력이 아니라
‘내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의 경력을 쌓아야 한다는 사실을요.
지금의 일이 더 이상 이어질 수 없다면,
새로운 분야에서 작은 경험이라도 쌓아야 합니다.
그래야 언젠가 회사를 떠나더라도
내 인생의 경력사원으로서 주도적으로 살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지금까지 다섯 번, 다른 사람의 회사를 위해 일했습니다.
그 경력들을 팔며 살아왔습니다.
하지만 다음 여섯 번째 경력은,
어느 누구의 회사도 아닌,
오직 나 자신을 위한 회사 —
‘민수석 주식회사’에 입사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