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완연한 가을입니다.
새벽 공기가 차가워지고, 해도 늦게 떠오릅니다.
새벽 러닝을 위해 차를 몰고 나갔는데,
유리창에 젖은 낙엽 하나가 붙어 있었습니다.
비 온 뒤라 더욱 짙은 색의 낙엽이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는 순간,
10년 전 첫 번째 해고를 당했던 때가 떠올랐습니다.
그때 저는 ‘딱 붙어 있을 수 있는 회사’를 찾았습니다.
마치 젖은 낙엽처럼요.
직장인으로 살아가는 것 외에는
다른 삶의 방식을 생각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오래 버틸 수 있는 회사, 그것이 좋은 회사라 믿었습니다.
하지만 또 한 번의 해고를 겪고,
지금의 회사에 입사하며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어쩌면 지금의 회사가
10년 전 꿈꿨던 ‘오래 버틸 수 있는 회사’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휴직과 방황의 시간을 지나며
한 가지를 깨달았습니다.
회사가 버텨준다고 해서
내가 버틸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요.
그리고 세상에는
월급 이외의 현금흐름을 만드는 길이
생각보다 다양하게 존재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젖은 낙엽은
태풍이 불어도, 폭풍우가 몰아쳐도
스스로 떨어지지 않습니다.
낙엽이 떨어지는 순간은
햇빛에 말라 다시 가벼워졌을 때입니다.
물론 마르기 위해서는
주변 환경이 중요하겠지만,
스스로 마른 낙엽이 될 방법도 있습니다.
그건 바로,
햇살이 들기 전까지 젖은 상태로 버티는 일입니다.
복직 후 1년 넘게
저는 회사라는 유리창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습니다.
그 시간을 견디며
내 안에 숨어 있던 또 다른 가능성들을 보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아직 젖은 상태이지만,
사부작사부작 스스로를 말려가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언젠가 스스로 떨어질 날이 오겠지만,
그날이 오기 전까지는
쨍한 햇살이 비칠 때까지
이 자리에 딱 붙어 있으려 합니다.
그저 평범한 일상을 지키며,
프리랜서의 마음으로 일하고,
은퇴를 준비하며 살아가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