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특히 일요일 아침에 눈을 뜨면
머릿속에서 한바탕 전쟁이 시작됩니다.
‘지금 당장 뛰러 나가자’는 나의 뇌와
‘주말이잖아, 좀 쉬어도 돼’라는 파충류의 뇌가
격하게 맞붙는 것이죠.
오늘은 다행히, 뛰러 나가자는 쪽이 승리했습니다.
운동화를 신으며 문득 생각했습니다.
‘내 다리는 이 상황을 어떻게 생각할까?’
뇌가 시켜서 나가긴 하지만, 즐거울까?
아마 다리도 자기가 쓸모 있다고 느껴서
보람찰지도 모르겠습니다.
소파에 누워 핸드폰만 볼 땐
쓸모없다고 느꼈을 테니까요.
그때, 예전에 봤던 배우 최강희 님의 유튜브 영상이 떠올랐습니다.
“사람이 제일 행복할 때가 언젠 줄 알아?
내가 쓸모 있을 때야.”
그 문장이 이상하게 오래 머물렀습니다.
탄천을 따라 한참을 달리다
애기띠를 메고 걷는 남자분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가까이 다가가자 아기의 꺄르르 웃음소리가 들립니다.
자세히 보니 할아버지였습니다.
아기가 웃자, 할아버지도 웃고
그 웃음소리에 저도 모르게 미소가 번졌습니다.
제가 옆을 뛰니 아기가 더 크게 웃고,
할아버지는 그 웃음에 이끌려 잠시 함께 뛰셨습니다.
잠깐의 장면이었지만, 세상 다정했습니다.
양산을 들고, 애기띠를 메고,
손주와 함께 산책하는 그 모습.
그건 단순한 산책이 아니라,
삶의 여유 그 자체처럼 느껴졌습니다.
탄천에는 각자의 행복이 흘러가고 있었습니다.
강아지 유모차를 밀며 걷는 사람,
러닝 크루와 함께 달리는 젊은이들,
노부부의 느린 산책,
그리고 벤치에서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
모두가 자기만의 속도로
자기만의 행복을 찾고 있었습니다.
러닝을 마치고 벤치에 앉아
땀을 식히며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 나도 참 행복한 사람입니다.
움직일 수 있고, 느낄 수 있고,
무엇보다 ‘쓸모 있다’는 걸 느끼고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