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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크를 먼저 보는 습관이 나를 가둔다.

by 민수석


21년 차 직장인, 다섯 번째 경력사원으로 살아오며 제게 가장 깊이 각인된 습관이 있습니다.
바로 리스크부터 보는 습관입니다.

업무를 할 때마다 저는 먼저 “이 일, 잘못되면 어떤 문제가 생길까?”를 떠올립니다.
프로젝트 일정은 지켜질까, 품질에 문제는 없을까, 상부 보고 시 리스크는 없을까.
그렇게 늘 ‘안전장치’를 먼저 찾습니다.

이 습관은 회사를 오래 다니며 얻은 생존기술이기도 합니다.
리스크를 먼저 보는 사람은 실패 확률이 적고, 돌발 상황에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그 습관이 회사 밖에서도 저를 지배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새로운 시도를 하려 할 때 머릿속에서 경고음이 울립니다.
“괜히 했다가 손해 보면 어쩌지?”
“시간만 낭비하는 건 아닐까?”
결국 실행 전에 에너지를 다 써버립니다.

리스크 회피는 직장에서는 미덕이지만, 개인 삶에서는 족쇄가 되기도 합니다.
회사에서는 실패를 줄이는 게 목표지만, 인생에서는 시도를 통해 배우는 게 본질이니까요.

돌이켜보면 제 인생의 전환점들은 모두 ‘리스크 계산’이 아닌 ‘직감’으로 움직였을 때였습니다.
첫 이직도, 첫 투자도, 첫 글쓰기 시작도 그랬습니다.
논리보다 감정이 앞섰고, 리스크보다 가능성을 봤던 순간들이었죠.

그래서 요즘은 리스크를 줄이는 연습이 아니라, ‘리스크를 두려워하지 않는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완벽히 계산하려다 보면, 결국 아무것도 못 하게 되더군요.

회사에서의 ‘리스크 관리’가 제 생존 전략이었다면,
이제는 제 삶을 확장시키는 ‘시도 관리’를 배워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

“리스크 없는 삶은 안전하지만, 성장도 없다.”
그 말을 요즘 자주 되뇌입니다.

회사에서는 리스크를 관리하고,
삶에서는 가능성을 관리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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