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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생각쓰기

당연한 것은 없다

밀리의 서재 아이디 분실사건

by 민수석


저는 평소에 ‘밀리의 서재’로 전자책을 즐겨 읽습니다. 오늘도 늘 하던 대로 이용하려고 했는데, 로그아웃 상태였습니다. 자연스럽게 평소 사용하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입력했지만, 로그인이 되지 않았습니다. 화면에는 “아이디나 비밀번호가 틀렸습니다”라는 메시지가 반복적으로 나타났습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아이디 찾기 기능을 사용해 아이디를 확인하고, 비밀번호를 재설정한 후 다시 시도했지만 여전히 로그인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 순간 짜증과 답답함이 밀려왔습니다. 아침에는 도저히 해결할 수 없을 것 같아 포기하고, 출근 후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살펴보기로 했습니다.


그러다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평소에 사용하던 아이디는 “****sim”이었지만, 실제로 가입된 아이디는 “****aim”이었습니다. 가입 당시 아이디를 잘못 입력했던 겁니다. 자동 로그인을 사용하다 보니 그동안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던 사실이었죠.


결국, 내가 너무나 당연하게 “****sim”이라고 믿고 있었던 것이 문제의 원인이었던 셈입니다.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이 사실은 당연하지 않았던 겁니다.


이 경험은 저에게 하나의 질문을 던지게 했습니다. 우리는 얼마나 많은 것을 아무런 의심 없이 당연하게 받아들이며 살아가고 있을까? 이번 경우처럼, 내가 가진 고정관념과 익숙함에만 의존하다 보면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만약 처음부터 열린 마음으로 “다른 가능성도 있을지 모른다”라고 생각했다면, 그렇게 답답한 감정을 느끼지 않았을 것입니다.


사실 우리는 일상 속에서 수많은 것들을 당연하게 여깁니다. 부모와 자식, 연인과 부부, 친구와 직장 동료 같은 다양한 관계에서도 그렇습니다. 상대방이 늘 나를 이해해줄 것이라는 믿음, 혹은 나와 같은 방식으로 행동할 것이라는 기대는 어느새 당연함이라는 이름으로 자리 잡습니다. 그러나 그 당연함 속에는 우리가 외면했던 것들, 혹은 제대로 보지 못했던 진실이 숨어 있습니다.


이 경험을 통해 저는 스스로에게 다짐했습니다. 앞으로는 익숙함 뒤에 숨은 다른 가능성들을 천천히 들여다보자고.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에 질문을 던지고, 열린 마음으로 새로운 시각을 가지려는 노력을 하자고.


우리 모두 각자의 일상과 관계 속에서 당연함을 내려놓고 더 깊이 들여다볼 기회를 가질 수 있길 바랍니다. 그럴 때 우리는 새로운 세상을 마주할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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