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개미 Feb 17. 2017

그 사람을 온전히 사랑하는 방법

이 글은 medium에 먼저 쓴 글입니다. 복사/붙여넣기를 통해서 옮기고 있으니 UI차이로 인한 가독성 저하가 있을 수 있습니다.


(원글 주소 : https://medium.com/@Rhee_JH/%EA%B7%B8-%EC%82%AC%EB%9E%8C%EC%9D%84-%EC%98%A8%EC%A0%84%ED%9E%88-%EC%82%AC%EB%9E%91%ED%95%98%EB%8A%94-%EB%B0%A9%EB%B2%95-e480c75e0ca8#.dfx6rmo91 )











“지금은 그냥 좋은 점만 기억하는거야.”





1. 나이 먹는 것과는 또 다른, 자신의 성장


더운 여름이 지나고 산산한 가을이 오고, 다시 겨울이 오면서 내 옆에 누군가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모두가 한 번쯤은 해봤을 것이다.


그렇다고 아무나 만나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이전 연애에서 안 좋은 것들을 경험해봤으니까.



"오빠가 지금은 썸머를 특별하게 생각하겠지만

난 아니라고 봐. 지금은 그냥 좋은 점만 기억하는 거야." -500일의 섬머中



우리는 비교의 동물이다.


고등학교 시절에 사회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것이 아직도 생생히 기억한다. 사회학적으로 가장 행복한 사람은 가난한 나라에서 살고 있는 부자들이라고. 우리는 끊임없이 어떤 대상을 다른 대상과 비교하며 무엇이 좋은지, 어떤 것이 내게 행복을 주는 것인지 계산한다.


연애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새로 만날 사람을 예전 사람과 비교하는 것. 단 한 번도 그런 적이 없다면 과거를 쿨하게 잊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훌륭한 사람이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정말로 사랑하고 아꼈던 사람이 있었더라면 한 번쯤은 생각나지 않을까.




우리를 정의해봐. 이게 어떤 것인지를.



자연스럽게 만나 서로를 여자 친구, 남자 친구라고 칭하는 서구권의 문화와는 달리 우리나라의 연애는 서로를 정의하며 시작된다. 조금 유치하게 말하자면 ‘오늘부터 1일이야.’와 같이 서로를 만난 시기와 상관없이 정의를 내린 순간부터 사랑하고 있다고 느끼게 한다. ("Let's be exclusive!")


정의한 날부터 사랑을 차곡차곡 쌓아왔지만 결국은 그 쌓아온 날들을 버려야 하는 순간이 온다. 이별이다.


헤어짐을 겪은 후에는 자신이 정의했던 그(그녀)를 만났던 날들을 세어가며 자신이 어떻게 성장했는 지를 떠올린다. 그때는 내가 잘못했던 것 같았다, 그때는 그 사람이 잘못했지 같은 것들로.



섬머(여름)와 헤어진 후 우연치 않게 용기내서 말을 건 여성인 어텀(가을)을 만난다. 그렇게 한 계절은 간다.





다시 새로운 사랑을 만나고 예전 사람을 천천히 잊어간다. 나는 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람을 사랑하고 그 사람도 지금의 나를 좋아해 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성장한 나와 그 사람이 만나서 예전의 나였더라면 하지 않았을 행동과 말로 서로를 대한다. 성장한 것이다.


예전의 나였다면 물어봤던 것들이 지금의 나로서는 궁금하지만 질문하지 않거나, 

예전에는 화를 냈을 상황에서 화가 나지만 좀 더 현명한 방식으로 대처한다거나, 

그 사람은 그 사람대로 나는 나대로 경험한 성장으로서 서로에게 자신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행동을 한다. 


그렇게 과거의 내가 잘못했던 것들을 되새기면서 앞으로 있을 갈등과 아픔을 조정한다.


하지만 우리는 인간이라서 안타깝게도 바로 그 순간부터 우리는 비교를 시작하게 된다. 예전 사람의 장점과 지금 사람의 단점 말이다. 애초에 비교할 대상이 잘못된 것을 알고 있지만, 나는 그저 조금 더 나았던 상황에 대해서 떠올리고 싶어 진다.


아, 이러기 위해서 반성하고 성찰하며 성장한 것이 아닌데.






2. 진화가 아니다. ‘레벨업’이다.


예전에 어느 팟캐스트에서 들었던 내용이다. 생물이 진화하는 방법은 내게 불필요한 것을 버리는 과정이 아니라 생존에 유리한 부분을 발달시키는 것이라고. 어느덧 연애가 끝나고 나서 그 내용이 떠올랐다.


스스로 그런 것들이 많이 안타까웠다. 우리가 성장하며 연애에서 생존하기 위해서 장점과 같은 발전하기 쉬운 부분만을 키워 간다는 것이.


그것은 세대를 거치지 않는 진화와 비슷해 보였다. 세대를 거치지는 않아서 생존에 불리한 것은 변하지 않았지만 지금 환경에서 살아남기 좋은 부분은 좀 더 키워버리는 선택. 가령 나는 원래 열심히 사는 사람이니까 바쁜 모습을 먼저 어필하는 것 말이다.


오랜 생각 끝에 과거의 연애를 거치면서 변한 나로서 최선은 부족한 점을 채우는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 그 사람을 온전히 사랑하기 위해서는 게임에서의 레벨업처럼 자신의 능력 중에서 부족한 점을 먼저 선택하여 키울 수 있어야 한다. 가령 키가 작기 때문에 키높이 구두를 신는 것과 비슷하달까.


배려심이 부족한 사람이라면 배려심을, 이해심이 부족한 사람은 이해심의 능력에 레벨 포인트를 투자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 것들이 정신 연령의 상승이 아닐까?



내게도 진화와 레벨업 둘 다 있었다. 나도 분명히 장점만을 키워서 빠르게 다음 연애를 시작한 적도 있었다. 남들이 좋아할 만한, 그리고 내가 빠르게 뽐낼 수 있는 그런 능력들. 하지만 점점 나이가 들고 연애를 경험하며 그것은 한계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더 이상 그런 것들을 매력적이라고 생각할만한 사람들도 없어져 가는 것처럼 보인다. 레벨 업은 나만 하는 게 아니니까. 그렇게 나는 작고 작은 여럿 사회경험을 하며 점차 레벨업을 하고 있었다.


과거의 내 사람을 떠올리지 않으면서, 다음이나 지금의 연애를 위해서 레벨 업 하는 것. 그 사람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것의 기본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는 생각했다. 기본이 되는 흙을 준비했으니까 이제 씨앗을 심을 때가 되었다고.







3. 그 사람을 온전히 사랑하는 방법


먼저 자신에게 물어야 한다. 나는 상대방을 온전히 사랑할 준비가 되었는가? 그것은 상대방을 먼저 고려한 후에 준비하는 것이 아니다. 상대방이 매력적이지 않으니까, 저 사람이 내가 사랑할만한 가치가 없으니까 같은 것들 말이다. 준비는 스스로 먼저 하는 것이다. 지금 사랑할 사람이 있든 없든 간에.


여러 가지 것들이 있겠지만 가장 첫 번째는 그 사람의 과거를 최대한 궁금해하지 않는 것이다. 어떤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의 과거가 궁금할 수도 있지 않느냐 질문할 수도 있겠지만, 내게 있어서는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이었던 것보다 어떤 사람이 될 지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이 맞다고 결론지었다. 상대방이 스스로 이야기하지 않을 것에 대해서 굳이 물어보지 않고, 물어봐서 조금이라도 곤란하게 느낄 것이라고 생각되면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이제 막 얼마 안 만난 사람에게 그런 것들을 털어놓기가 쉽지 않은 일이죠.”




바보가 아닌 이상 장난을 핑계 삼아 상대에게 상처를 주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 사람이 과거에 어떤 일을 겪었을지 상상할 수 없다. 시련과 경험은 나이와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적용된다. 그 사람이 40대 후반이든 20대 초반이든 말이다. 상대방이 자신보다 어리다고 해서 함부로 물어볼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그만큼 과거에 대해서 질문받는 것에 예민한 사람들이 있다. 


그래서 나는 나를 사랑하는 동시에 그 사람의 과거에 대해서는 조금 인내심을 갖기로 했다. 그 사람을 너무나도 사랑하지만 과거에는 관심을 조금 줄이는 것. 그리고 그 사람의 미래와 미래를 위한 현재의 노력들에 관심을 쏟는 것.






두 번째로는 나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다. 


나는 내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야말로 다른 사람을 온전히 사랑할 수 있는 연료가 된다고 믿게 됐다. 내가 소중한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아야 내 앞의 상대방도 그만큼 소중한 사람이라고 깨닫는다.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과 자존감의 수준은 상대에 대한 태도를 결정한다.



자아존중감은 아이들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내가 우리 집에서 귀한 아들인 것을 알아야 내 여자 친구도 귀한 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지 않을까? 반대로 내가 사랑받은 가치가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면, 그 반대로도 쉽게 여길 수 있다. 우리 모두가 다 가치 있는 사람이라면 우리에 들어가는 나도 가치 있는 사람이고 나와 함께 있는 상대방도 가치 있는 사람이다. 그렇게 서로를 존중하면서 사랑을 해야 온전한 사랑을 시작할 수 있다.




영화 같은 사랑은 가능하다. 상대방에 대한 태도가 잘 정리되어 있다면.



우리 모두 상대방에게 상처를 줄 수 있는 지랄 맞은 놈을 한 마리씩 가지고 있지만, 상대방도 그만큼 소중한 사람이라는 것을 안다면 잠시 멈춰 놓을 수 있다는 말이다.


어쩌다가 그 지랄 맞은 놈이 튀어나오려고 하면 굉장히 살살 꺼내 놓는 것이 좋을 거다. 우리는 모두 타고난 성격이 다르고, 받아들일 수 있는 크기도 다르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은 특별히 민감한 사람이 있고 어떤 사람은 그렇지 않기도 하기 때문이다. 내가 살살 꺼내 놓지 않는다면 그 사람에게 너무나 큰 상처를 줄 수도 있다.




"내가 이제부터 명심해야 할 것들. 누구에게도 많은 것을 기대하지 말 것. 많은 것에 연연하지 말 것. 사랑하면 곁에 머물고 아니면 떠날 것 (….. 중략….)

그리고 자신을 아낄 것!" — 영화 어깨너머의 연인中




자신을 아끼며 살아온 사람들은 상대방을 아껴주는 방법을 안다. 스스로를 비참하게 여기는 사람은 상대방을 비참하게 하거나 내 자신을 더 비참하게 한다. 모두 예상하는 것이지만 그것은 연애에 있어 최악의 결과를 낳는다.



사랑을 어떻게 정의(define)할 것인가. 500일 동안 만난 자신을 조금 좋아해 주는 사람으로 여길 수도 있고, 함부로 상처가 될 질문은 하지 않고 배려해야 하는 사람으로 정의할 수도 있다.


정의를 어떻게 하든지 상관없다. 하지만 적어도 내가 하는 사랑 그 자체는 아픔이 아니라고 믿어야 하지 않을까.




“하지만 때로는 사랑 그 자체가 고통스럽지 않나요?”

“아니지, 그렇지 않아.” 그의 음성은 숙연했다.

“사랑을 둘러싼 것들이 고통스럽지. 이별, 배신, 질투 같은 것. 사랑 그 자체는 그렇지 않아.”

 — 한강, <사랑과, 사랑을 둘러싼 것들> 中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