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겪어온 게임과 어뷰징 하지 않는 이유

게임이 내 인생에 미친 긍정적인 영향

by 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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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물었다.

"그때는 그게 그렇게 재미있었는데. 왜 그랬는지 몰라."

나는 대답했다.

"그러게, 유치했었지. 근데 그런 것들이 있었으니 지금의 내가 있는 게 아닐까 싶다."






0. 움직이는 것들에 대한 좋은 기억

38번. 아직도 기억난다. 디지털 형태로 그려진 초록색 숫자가 TV 아래에 박혀있었다. 그때는 그것이 TV라고 믿었다. TV의 두뇌에 38번이 적혀 있으니까 내게 보여주는 저 큰 덩치의 화면은 저거의 부속품 정도겠지. 그래서 나는 그게 좋았다. 투니버스 채널을 항상 알아듣는 TV의 본체같이 생긴 검은색 박스가.


나는 꽤 어린 나이부터 애니메이션을 봤다. 부모님은 내가 아주 어렸을 때를 제외하고는 맞벌이로 살아오셨기 때문에 나는 할머니 손에서 자랐다. 할머니 입장에서 아이를 관리하기 가장 쉬운 방법은 무엇일까? 지금은 스마트폰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만 예전에는 단연히 TV였다. 38번만 틀어주고 있으면 나는 아버지 방에 들어가 큰 의자에 거의 눕다시피 앉아서 하루 종일 만화영화를 봤다.


언제 무슨 만화가 시작한다더라, 저 캐릭터는 누군가한테 항상 당하더라. 나는 거의 기계적으로 만화를 받아들였다. 시간표도 줄줄 꿰고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천재가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로 어떻게 그렇게 시간대를 잘 외웠는지 신기하다. 내가 원하는 만화의 시간대는 그렇게 칼 같이 외우면서 아버지 방으로 들어갔던 기억이 난다.





1. 게임 인생 시작 - 크로노스

만화에 대한 기억은 고스란히 게임으로 연결된다. 어렸을 때는 움직이기만 해도 신기했다면 조금 머리가 크고 나니 그것들을 내가 원하는 대로 움직이고 싶었다. 내 기억에는 초등학교 4학년이었던 것 같은데 (혹은 더 고학년) 정확한 시기를 찾아서 내 나이와 매칭 해보지도 않았고 그러고 싶지도 않다. 그저 어렸을 때라고 기억한다.


아직도 가장 오래 한 게임은 크로노스라는 게임으로 RPG 형태의 게임이다. 게임을 그만하게 된 계기는 크로노스가 성인 게임으로 바뀌어서 유료화와 성인 인증을 해야 한다는 이메일을 보고 게임을 접었던 것이 기억난다.


cronous20030312_1.jpg 그 때는 내 전부였는데, 지금 보니 그래픽이 꽤 후지다.


나는 크로노스를 총 4년 정도를 즐겼다. 한 게임을 4년 정도 했다면 꽤 오래 한 것이겠지? 사실 4년인지 아닌지도 기억이 안 난다. 내 기억이 왜곡됐을 수도 있지만 어렸을 때부터 오래 한 기억이 있다.





1-2. 택티컬 커맨더스

택티컬 커맨더스는 지금도 있었으면 하는 게임 중에 하나다. 이름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캐리어 같이 날아다니는 함선 하나 갖는 것이 꿈이었다. 그걸 친구들끼리는 공을 쏘는 캐리어라고 불렀다. 스타크래프트에 캐리어를 닮았지만 인터셉트가 아닌 탁구공 같은 걸 날렸으니까.



5.jpg 옛날 생각난다. 지금도 있으면 열심히 할 수 있을텐데.



그리고 막 뛰어다니며 춤을 추듯이 레이저 검으로 싸우는 유닛도 있었다. 화려하게 상대방을 베었던 레이저 검을 들고 있던 그 캐릭터. 그때는 그게 그렇게 가지고 싶었다.




1-3. 휴대용 디지몬 (다마고치)

: 똥을 쏘는 디지몬으로 키우고 싶지 않았고 불을 쏘는 디지몬으로 진화시키고 싶었다.

아직도 아버지는 가끔씩 그때 기억을 떠올리신다. 맨날 학교 갔다 와서는 음식을 주고 똥을 치워야 한다고 바로 다마고치를 키우던 내 모습을. 그때는 정확히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 몰랐지만 최대한 음식을 제때제때 주고 배설물을 제때제때 치워줬다.


05cc6be1d7d004f47d8284fb660ac968.jpg 이거 모르면 친구들 사이에서 놀 수도 없었다.


동생과 디지몬으로 싸워서 아버지께서 복도에서 던져서 깨버린 경험이 있다. 그때 당시 2~3만 원선으로 기억한다. 지금이야 2~3만 원이 저렴한 가격이었지만 그때는 체감상 굉장히 비쌌던 걸로 기억한다. 디지몬이 깨지면서 내 멘탈도 깨져 버렸던 추억이다.


조금 더 지나서는 SW3라는 게임을 했다. 스타워즈 3이라고 불렸는데 왜 3인지는 지금도 모르겠다.



sw3_003.png 진짜 엄청 재미 있었는데.


특히 그 게임은 선생님 몰래 학교에서 2인용으로 즐기곤 했다. 교실에 있는 컴퓨터로 몰래 게임을 하는 느낌이란 지금 그 어떤 것을 몰래해도 그 쾌감과 긴장감을 따라오기 어려울 것 같다. 그렇다고 게임하는 것을 걸렸을 때 크게 혼나는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그게 그렇게 걸리기 싫었다. 돌이켜보면 귀엽고 유치한 중학생들 느낌이 든다.






2. 학창 시절에 나와 친구들을 이어준 몬스터헌터

디지몬 열심히 키우던 초딩이는 자라서 고딩이 됐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누가 뭐래도 플레이스테이션이었다. 지금도 진 삼국무쌍에서 전국을 누비며 장군들을 쳐냈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렇지만 아직까지도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는 것은 몬스터헌터이다.


가장 재미있게 할 때는 몬스터헌터 3, 3g 시절이었다. 나는 그때 당시 내 친구들 중에서도 가장 컨트롤을 못했다. 혼자서 티가렉스라고 네 발로 기어 다니는 공룡을 잡지도 못했으니까. 그리고 컴퓨터 온라인 형태의 프론티어가 나오자 친구들과 함께 한정판 흰색 패드를 들고 같이 했던 기억이 있다.



914914_20040909_screen008.jpg 컨트롤 못했던 나는 애꿎은 얀쿡을 백 번은 잡은 것 같다.



그리고 닌텐도가 생겼을 때 마리오 카트와 포켓몬스터를 했던 기억이 있다. 어렸을 때는 포켓몬스터의 피규어가 집안에 가득 찼었고 정말 큰 검은색 봉지 하나에 다 넣기도 어려웠다. 지금은 누구를 줬는지 버렸는지 기억이 안 나는데 돌이켜보면 조금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2-2 플레이스테이션의 등장

앞서 말한 플레이스테이션은 나의 학생 시절을 닦아준 가장 재미있는 존재였다. 친척 동생과 밤을 새워가며 했던 진 삼국무쌍 시리즈는 물론이고 친구들과 자존심 내세우며 했던 드래곤볼 게임도 기억난다. 친구들과 함께 내기하면서 피나게 싸웠던 드래곤볼 게임은 궁극기를 시전 하면 가위바위보 같은 것으로 상대방과 눈치를 봐야 했다.


koei20021122_14.jpg 지금은 후진 그래픽이나 그 때 당시는 밤을 새며 플레이했다.


그다음으로 기억나는 게임은 지구만한 행성을 쓰레기들로 만들었던 괴혼:굴려라왕자님. 그때 당시 이 게임의 창의성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꽤 오랜 시간을 즐겼었다.








3. 디아블로 3, 오버 워치 그리고 스타크래프트 2

나는 학창 시절에 디아블로 2를 정품이 아닌 데모 버전만 열심히 한 경험이 있어서 아직도 안다리엘을 잡아보지 못했다. 그리고 지금도 그 이후의 보스가 뭔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직도 디아블로 2는 사람들에게 전설이며 내게도, 내 친구들에게도 그렇다.


나는 아직도 디아블로 3가 발매된 날을 잊지 못한다. 소정판 판매는 왕십리에서 이뤄졌고 아침부터 갔지만 결국 구매하지 못했다. 그 후 서버가 터지면서 제대로 즐기지도 못했지만.


어렸을 때 고전 추억은 역시 스타크래프트 1. 그때 당시 사람들이 열광할 때 나는 빌드와 유닛 정도만 아는 상태에서 e-sports를 즐겼지만 직접 플레이하지 않았다. 고등학교 때도 항상 매점에 같이 가던 친구들이 어제는 누가 이겼더라 오늘은 누가 한다더라 했던 기억이 있다. 고등학교 시절만 하더라도 스타크래프트 인기가 거의 없을 때라 우리끼리만 그렇게 놀았던 기억이 있다.


스타크래프트는 그러고 보니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그리고 지금까지 사람들이 즐겨하는 게임이다. 생각해보니 블리자드라는 회사는 대단하다.



번외로 드는 생각은 어려서부터 해온 게임들은 많지만 ( 메이플스토리, 탄트라, 환세취호전, 소닉, 웜즈, 포트리

닌자 베이스볼 배트맨 - 돈 깨나 날렸다. ) 인생에 영향을 미치고 기억에 남을만한 게임은 별로 없다.


요즘은 왜 키보드로 2인 이서 같이할 수 있는 간단한 게임들이 나오지 않을까 조금 아쉽게 생각한다.


아, 그리고 오버워치. 최근에 가장 많이 했다가 하지 않는 게임이다. 항상 플래티넘에서 다이아로 넘어가야지 했지만 플레이할 시간이 없었다. 그래서 거의 항상 배치만 보고 다음 시즌으로 넘어가는 느낌이다.








4. 어뷰징에 대하여

아이스 아메리카노로 시작하는 것이 하루의 행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것과 비슷하게 나는 약간의 현질을 통한 게임을 플레이하며 소소한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 내 삶 전체의 질을 올려준다고 믿는다.


포켓몬고에 만원 정도를 결제했고, 오버워치에는 거의 10만 원가량을 했다. ( 상자 깡의 중독 ) 그렇지만 그때 당시 벌이가 있던 것을 생각하면 크게 아깝거나 낭비라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실제로 게임에 '약간'의 현금을 이용했을 때 가장 행복해지는 것 같다는 생각이다. 앞으로도 꾸준히 할 예정.


지금이야 적절하게 게임을 내 인생에서 행복의 일부로서 이용할 수 있게 되었지만, 예전에는 게임 그 자체가 삶의 목적일 때도 있었다.


특히 몬스터 헌터를 할 때는 치트키를 써서 돈을 무한으로 만든다거나 아이템을 원하는 대로 바꾸거나 하는 행동을 많이 했다. 그럴 때마다 이상하게 내 주변의 친구들은 하지 않았는데 그때 나는 이렇게 쉽게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데 왜 치트키를 쓰지 않느냐고 물어봤다.



- "야, 이렇게 하면 돈 무한이 될 수 있는데 왜 안 하는 거야?"

- "나도 해봤는데, 그러면 게임이 재미없어지더라고."


게임은 내가 이룬 것에 대해서 가장 정직하게 결과와 반응이 오기 때문에 사람들이 빠져드는 것이다. 그것이 노력에 비해서 결과가 너무 크다면 게임이라기보다는 도박에 가깝겠다. 적절한 게임은 그래서 재미있고 그래서 행복을 주는 것이다. 내가 10 정도 노력을 했는데 대충 11, 12 정도의 결과를 주기 때문이다.


살면서 그렇게 거의 정직한 결과가 오는 것이 몇 개 없는데, 내 어렸을 적 친구들은 그걸 이미 알았나 보다. 게임을 어뷰징 하는 순간, 그 게임은 이미 재미가 없어지는 것이다.


재미가 없어지면 친구들과도 어울리지 못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 함께하는 행복도 사라지는 것이다.


그래서 그 이후로는 게임을 플레이하며 어뷰징을 하지 않았다. 할 수 있어도 내 행복을 해치는 일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게임 정리?, 인생 정리!

키워드에 따라 생각나는 노래가 다르면 세대공감이 다르다는 글을 봤다.


세대에 따라 '머리부터 발끝까지'에 핫이슈, 사랑스워서, 오로나민 C CM송이 생각나는 것처럼 말이다. 다른 예로는 '거짓말'을 들었을 때 GOD와 빅뱅을 각각 떠올리는 세대가 있을 것이다.


게임을 정리하면서 나는 내 주변 사람들과도 이야기할 수 있게 됐다.

'아버지 때에는 무슨 게임이 유행했어요? 어머니 때는? 그리고 우리 조카들은 무슨 게임을 하지?'


내가 즐겨온 게임의 역사를 정리하면서 나는 다시 내 예전을 돌아보게 되었고, 상대적으로 지금의 내가 그때보다는 재미가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태어나서 열심히 살아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누가 뭐래도 나는 재미와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서라고 하고 싶다. 예전의 나에게서 지고 싶지 않다면 나는 앞으로 더 적극적으로 내 행복을 성실하게 찾는 노력을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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