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2024년. 어떻게 살 것인가?
어른이 된다는 것은 좋아하는 것을 하나씩 포기하는 것이다. - 유재석
증권 용어 중에 쿼드러플 위칭데이라는 것이 있다.
네 마녀가 설친다는 뜻으로 온갖 종류의 선물/옵션이 겹치는 날이다.
이 날은 파생상품 특성상 거래 당사자끼리 수익과 손해가 왔다갔다하므로
그에 따라 현물도 큰 손들에 의해 움직인다.
방향성은 모르겠지만, 이번 해는 나에게 경제적으로 큰 손해가 있는 해처럼 보인다.
마치 네 마녀가 내 앞에 서서 삶을 엎었다 뒤집었다 하는 느낌이다.
물가가 급등했다.
내 월급 빼고 다 오른 것 같다.
아무것도 모르고 분양받았던 바보 같은 과거가 남긴 오피스텔 물건지는
그나마 받던 월세도 없어지고 전세금만 겨우 건져서 다음 세입자를 받았다.
부동산 중개료는 덤이다.
팔리지도 않을 것을 괜히 비싸게 사서 온갖 마음고생과 수수료만 나간다 싶다.
탓할 사람도, 그럴 생각도 없다. 어리석은 선택은 어리석은 결과를 낳을 뿐이다.
멋 모르고 준비하게 된 결혼식의 비용도 장난 아니다.
주변에 물어보면 나는 최소한으로 하는 것이라고 하는데도
통장 잔고를 보면 그동안 최선을 다해서 산 결과가 이건가 싶다.
열심히 살 게 아니라, 똑똑하게 살았어야 했다.
부동산이 급등하기 전에는 무리해서라도 부동산을 샀어야 했고,
같이 아이템을 만들어보자고 했던 사람과 동업을 해서 사업을 시작했어야 했다.
AI시대가 올 것을 알았음에도 엔비디아 주식을 홀딩하지 못했고,
더 아낄 수 있었던 것에 과도하게 소비했다.
부모님은 이제 은퇴를 할 시기가 되었고
나도 내가 하고 싶은 일로 이직을 할 수 있는 나이가 저물어간다.
여전히 근로소득자로 사는 것은 버겁고 힘들며
다른 사람의 인생과 비교를 멈추는 것은 본투비 한국인으로서 불가능하다 싶을 정도로 어렵다.
내가 매년 기다리는 신한은행의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가 2024년 버전으로 나왔다.
컨슈머인사이트라는 회사가 용역으로 수행한 이 보고서는 세대별로 표본조사를 하여 자산, 소득, 지출 등에 대한 금융자료를 제공한다.
가구당 소득이 475만 원이 넘으면, 상위 절반이상에 든다고 한다. 개인이 아니라 가구당이기 때문에 자신의 월급과 비교할 필요는 없다.
소득이야 오르는 것이 좋은 현상이지만, 문제는 소비액이다. 전체적으로 월평균 소비 증가폭이 소득보다 크게 나왔다고 한다.
물가는 오르는데, 내 소득은 제 자리다.
이제는 투잡이 기본이 된 것 같다.
대기업 친구들도 주말에 음식배달을 한다는 게 더 이상 농담이 아니다.
나만 살기 힘든가 싶은데 출산율이 0.7 아래로 내려가고 있다고 한다.
나도 그런 생각을 한다.
'혼자 살기도 버거운데 어떻게 가족을 구성할 수 있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죽을 것도 아니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언제나 있는 법이다.
내가 아는 것을 모두 활용해서 여러 가지 사이드 프로젝트를 진행해보려고 한다.
불황은 누군가에게는 기회라고 했다.
높은 금리와 물가 속에서도 분명히 내가 잡을만한 기회가 있을 것이다.
웅크려서 가드를 한 채 얻어맞을 것이 아니라 어떻게라도 잽을 뻗어서 조금씩 내 영역을 넓혀야 한다.
그래야 내가 닿는 리치 안에서는 좋은 경기를 해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