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를 협상하는 것은 초보 프리랜서들이 가장 어려워 하는 일입니다. 12년간 프리랜서 생활을 하며 겪어왔던 경험들을 토대로 내 페이를 정하고 협상하는 법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정확한 기준이라는 건 없습니다. 일의 세부사항과 프리랜서의 경력, 실제 업무 처리 속도, 퀄리티 등 고려해야 할 요소가 너무나도 많습니다. 또한 당연히 작업자 입장에서는 더 높은 페이를 받고 싶어 하고, 의뢰자 입장에서는 비용을 아끼고 싶어합니다. 서로 협의가 되지 않는 조건으로 일을 시작한다면 그 끝이 좋을 수가 없습니다.
이번에 알려드리는 내용은 ① 페이 계산 시 고려해야 할 점과 ② 페이를 협상하는 방법입니다.
(본 포스팅에서는 초보 프리랜서를 기준으로 이야기 합니다. 이미 커리어가 완성되어 있는 프리랜서분들은 해당되지 않는 부분이 있습니다)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이 회사에서 받던 시급과 비교하시면 안됩니다. 일단 프리랜서는 시급 개념이 아니지만 편의상 시급으로 생각해 봅시다. 보통 대략적으로 예상하는 작업시간과 본인이 생각하는 본인의 1시간 시급으로 계산하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회사 생활 중에는 화장실 가는 시간도 포함해서 근무 시간으로 쳐주지만 프리랜서는 그런게 없습니다. 프리랜서로 일하면 작업 전에 상의 하는시간, 실제 작업을 진행하는 시간, 피드백을 기다리는 시간, 피드백 수정을 하는 시간 등 굉장히 불규칙한 일정을 본인이 컨트롤해야 합니다. 그러다보면 평균적인 업무 시간 외에도 일을 하게 되기도 하죠.
더군다나 4대 보험도 없고 계속해서 일이 들어온다는 보장도 없습니다. 특히 국민연금과 건강보험을 모두 자신의 돈으로 내고 나면 생각보다 비용이 훨씬 부담스럽다는 걸 알게 됩니다. 자잘한 물건 하나까지도 본인의 돈으로 구매해야 하는데 이러한 특수성들을 모두 감안해서 비용을 측정해야 합니다. 따라서 회사에서 받던 비용보다 더 받는 것이 맞으나 본인이 실력이 부족하고 경력이 부족할 경우 커리어를 쌓기 위해 어느 정도 낮춰서 일을 받을 수는 있습니다. 그렇지만 최소 시급 15,000-20,000원도 되지 않는 일은 정말 크게 커리어에 도움이 되는 일이 아닌 이상 과감하게 포기하는 것을 권장합니다.
또한 페이 관련해서 가장 많이 하는 질문 2가지에 대해서 알아봅시다.
일단은 본인이 실제로 작업을 해서, 시간을 체크해 봐야 알 수 있는 일입니다. 이전 글에서도 경험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는데 바로 이 이유입니다. 경험을 해봐야 본인이 상담이나 실제 작업에 소요되는 시간이 어느정도인지 알 수 있습니다. 더군다나 이 부분은 본인의 실력에 따라 너무나도 크게 달라지는 요소인데요, 똑같은 작업 분량을 누구는 1시간이면 하는데 누구는 4-5시간이 걸립니다. 정성의 차이가 아니라 실력의 차이일 확률이 높습니다. 본인의 부족한 실력을 노력으로 포장해선 안됩니다. 처음 프리랜서가 됐다면 후자가 될 가능성이 높은데 당연하게도 일이 익숙해지고 시스템을 갖춰나갈 수록 시간을 줄여나갑니다. 그렇게 되면 동일한 단가로 일해도 작업 시간이 적어지니 시간당 페이가 올라가는 게 됩니다.
업계마다 페이가 다르기 때문에 정확한 시급을 언급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거래 되는 금액에서 앞서 말씀드린 국민연금, 건강보험, 종합소득세, 사업에 필요한 물품 등을 구매해야 하는 것을 기억하고 역산해서 최소한 시간당 얼만큼 받아야 할 지 계산해 보세요.
세금 외에도 본인의 일에 투자되는 비용이 있다는 걸 잊지 마세요. 만약 본인이 디자이너라면 Adobe 프로그램, 유료 폰트, 유료 이미지 사이트 등 매달 월 구독료도 나가게 됩니다. 여기에서 돈을 아끼겠다고 유료 구독을 하지 않는 것은 돈을 더 벌 의지가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유료 구독으로 더 높은 퀄리티의 작업물을 선보여서 훨씬 좋은 일거리를 받아올 수 있는데 굳이 돈을 아끼려고 한다면 절대 그런 일을 얻을 수 없습니다. 더군다나 유료 구독을 하면 보통 작업 효율성이 좋아지니 프리랜서에게 가장 중요한 '시간'도 아낄 수 있게 되죠. 디자이너 외에도 다른 업무에도 적용되는 예시입니다, 본인의 작업을 위해 투자되는 비용을 잊지 마세요.
단순히 시간당 비용을 계산하는 것 외에도 본인의 실력이 좋다고 생각한다면 그 부분에 대해서도 몸값을 높일 수 있습니다. 누가와도 비슷한 퀄리티의 작업물이라면 저렴한 사람을 찾겠지만 좋은 퀄리티를 원한다면 조금 더 비싸더라도 퀄리티 있는 업체에 의뢰를 하기 때문입니다. 프리랜서가 계속 공부하고 실력을 늘려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적당히 공부를 해서 진입할 수 있는 업계는 이미 너무 과포화 상태이며 저가 경쟁이 치열합니다. 예를 들어 유튜브 영상 편집 업계는 단가가 무너진지 오래된 것 처럼요. 하지만 그 다음 단계로 가는 경우는 많지 않기 때문에 계속 공부해서 퀄리티를 높여갈수록 저가 경쟁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 참고로 저는 상근직이나 월 계약 같은 케이스의 일은 하지 않습니다. 다양한 리스크를 안고 프리랜서를 하는 이유는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커리어를 발전시킨다거나 내 몸값을 더 빠르게 올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월마다 일하는 분량은 달라지고, 정해진 페이만 받는 데 4대 보험 등 근로자로서의 혜택을 전혀 받지 못한다면 그러한 일을 할 이유가 없습니다.
페이는 업체가 먼저 정해놓은 금액이 있는 경우도 있고 직접 견적을 내는 경우도 있습니다. 상황에 따라 알아봅시다.
<직접 견적을 내야 하는 경우>
1) 이전 글에서도 극초기에는 플랫폼 사용을 권장했습니다. 플랫폼을 조사해 보면 평균 단가를 알 수 있습니다. 다만 플랫폼에 공개적으로 노출되어 있는 가격은 단가가 낮은 곳이 인기가 많을 수 있기 때문에 이를 감안하여 너무 낮지 않은 가격으로 책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포트폴리오나 리뷰가 없는 상태에서 너무 높게 가격을 책정해도 사람들이 일을 맡기지 않기 때문에 어느정도 평균적인 가격에서 진행을 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포트폴리오가 많이 쌓이고 안정적이 되면 본인의 수준에 따라 가격을 올리는 것을 추천합니다. 프리랜서는 연봉 협상과정이 따로 없습니다, 시간이 지난 뒤 직접 페이를 올리는 과정을 겪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과거의 거래처와 다시 페이 협상을 거쳐야 하기도 하는데 저 같은 경우 과거부터 일을 맡겨주던 거래처는 그동안의 신뢰가 있고, 부족한 시절부터 일을 맡겨주신 것에 대한 감사함으로 별도 인상 없이 진행해 드리기도 합니다. 또한 오랜시간 합을 맞춰왔기 때문에 일이 편리하여 굳이 더 올릴 필요를 못 느끼는 부분도 있습니다만 본인이 너무 불합리한 조건으로 일한다고 생각될 경우에는 반드시 협의를 하는 것이 좋습니다.
2) 어떤 단건이 아니라 여러 작업들을 한 번에 맡기는 방식이라던가, 조금 특이한 케이스의 작업일 경우에는 보통 작업하던 내용과 달라 위와 같은 방식으로 견적을 내기가 어렵기도 합니다. 내부 기준이 없다면 의뢰자에게 가능한 예산을 먼저 물어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일부 업종에서는 비용을 더 지불하는 만큼 더 고퀄리티의 작업물을 완성할 수도 있는데 업체 예산 상 불가능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원하는 퀄리티에 따라 금액이 달라지므로 사용 가능한 예산을 알려주면 이 정도 퀄리티까지 가능하다고 설명해 주는 것도 좋습니다.
<업체에서 가격을 제시한 경우>
서로 생각하는 페이가 약간의 차이가 있는 경우에는 대화를 통해 조율하지만 생각하는 가격 차이가 너무 클 경우에는 가급적 하지 않는 것을 추천합니다. 서로 생각하는 가격 차이가 너무 크다면 가까스로 합의해서 일을 진행하더라도 불만이 생기기 쉽습니다. 작업자가 본인의 기존 페이보다 낮게 받을 경우에는 이에 대한 불만이 생길 수 밖에 없고, 클라이언트가 본인 생각보다 훨씬 많은 비용을 지불할 경우에는 예상 비용보다 과하게 지출했으니 결과물에 대해 더 까다롭게 반응하게 되고 자신의 기대에 미치지 않았을 경우 불만이 과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다만, 커리어에 도움이 될 것 같은 일이라면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비용에 맞춰서 일을 진행하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이 결과물로 다음에 더 좋은 조건의 일들이 들어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프리랜서 생활을 하면서 자잘한 일들로도 충분히 먹고 살 수 있지만 굵직한 커리어가 생긴다면 추후에 일을 따오기에도 더 편한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페이도 맞지 않고 커리어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이라면 거절하는 것이 좋습니다. 커리어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단순히 경험을 늘리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고퀄리티의 포트폴리오를 완성할 수 있다거나, 클라이언트가 유명하다거나, 경력에 한 줄 추가 할 수 있는 정도의 도움이 되어야 합니다.
지난번 글에서는 고정 거래처 없이 프리랜서를 시작하는 방법을 알려드렸는데요,
이번에는 프리랜서라면 가장 고민이 될 것 같은 페이 협상법에 대해서 써봤습니다.
혹시라도 프리랜서 생활과 관련하여 궁금한 점이 있다면 댓글로 달아주세요,
다음 콘텐츠에 참고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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