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음주치의 Apr 20. 2019

20. 아빠도 아빠가 처음이라 그래... (2)

Epi.05. 강박, 육아, 아빠, 자녀, 두려움, 불안, 공포


Dr: "그래요. 잘못된 행동을 했던 것에 대해서 아들에게 미안하신가요?"


민혁: "... 네. 너무 미안하죠."


Dr: "음... 그럼 사과하셨어요?"


민혁: "... 네? 사과요?"


만약 자녀에게 잘못된 행동을 했다면 진심으로 사과하세요.        무엇보다도 당신의 마음이 편안해 질 거예요.


Dr: "네. 그때 본인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 미안하다고 사과하셨어요?"


민혁: "... 아내에게는 제가 그런 짓을 했다는 걸 인정할 엄두를 못 냈고요. 아이한테는 마음속으로만 미안하다고 되뇌었던 것 같네요."


Dr: "그래요. 그럼 한번 생각을 해보죠. 자신이 갖고 살았던 마음의 짐을 아내에게 이야기하고, 아들에게 자신의 미숙한 육아로 인해 힘들게 해서 미안했다고 사과를 하면 어떨 것 같으세요?"


민혁: "... 사과요. 이제 와서 아내와 아들에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Dr: "아내와 아들이 아니라 민혁 씨에게 의미가 있을 것 같아서요."


민혁: "... 제게요. 그럴까요?"


Dr: "민혁 씨의 죄책감이 결국 두려움과 불안의 근원이라면 결국 죄책감을 그저 담아두기보다 가족에게 표현한다면 마음의 짐이 조금이라도 가벼워지지 않을까요?"


성인이 된 지금, 우리 대부분은 과거 어느 순간에 누군가에 대한 미안함, 후회, 죄책감 등의 감정이 하나쯤은 남아 있다. 과거를 돌이켜 봤을 때 그런 감정들의 경우 당시 감정을 표현하고 해소하지 못한 채 그저 마음속에 담고 살아온 경우가 많다. 그리고 당시 과거 기억이 떠오르면 우리는 후회를 한다. 시간이 지나 이젠 늦었지만 가끔은 내가 미안했던 사람에게 사과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놓치지 않아야 한다. 그 소중한 순간은 내가 과거의 나로부터 해방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침묵하고 있는 민혁 씨에게 다시 한번 나는 물었다.


Dr: "지금 아내와 아들에게 당시 본인이 한 잘못된 행동에 대해 진심 어린 사과를 하는 것이 어떨 것 같으세요?"


민혁: "... 아내는 오히려 못난 저를 위로해 줄 것 같습니다. 이미 수년이 지난 일을 아직도 그렇게 고통스러워하냐고요. 한창 일 하느라 바쁜 사람이 순간 당황할 수도 있지라며 저를 위로해줄 것 같아요. 아내는 그런 사람이니까요. 아이가 중환자실에 있을 때도 저를 오히려 다독여줬어요. 자기도 힘들었을 텐데 말이죠."


Dr: "아들은요? 아빠가 예전에 자지러지며 우는 네게 분유를 잘못 먹여서 네가 많이 아팠었다고요. 아빠도 잘하고 싶었는데 그땐 아빠도 처음이라 잘하지 못했다고. 그때 너무 아프게 해서 미안하다고 사과한다면 아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


민혁: "... 아들요? 제가 미안하다고 하면 아들은 그저 괜찮다고 저를 안아줄 거 같네요. 선생님."


Dr: "그러면 우리 한번 예전에는 너무 미안해서 못했던 그 사과를 지금에서라도 해보면 어떨까요? 진심으로 말이죠. 민혁 씨. 이건 민혁 씨가 잘못한 것에 대해 회피하는 것도 아니고요. 오히려 책임 있는 행동을 하는 거잖아요. 오히려 정작 해야 될 것을 하지 않아서 안 해도 되는 강박증이 생긴 것이 아닐까요?"


민혁: "... 그럴까요? 결과가 어찌 될지는 몰라도 제가 진작 해야 되는 것이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진심으로 사과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사과도 안 하고 엉뚱한 짓만 하고 있었다는 생각도 들고요."


Dr: "민혁 씨가 강박행동을 엉뚱한 짓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은 좋은 의미예요. 하지만 그 엉뚱한 짓을 당장 하지 않으면 또 불안해질 거예요. 자신의 잘못된 행동에 대한 사과는 치료의 시작을 의미합니다. 사과를 하고 나서도 마음속에 당시 본인이 자지러지며 우는 아이에게 분유를 억지로 먹이려고 했던 기억이 자신을 힘들게 할 수 있습니다. 왜 우는 애한테 분유를 먹여서 토하게 만들었냐고 비난할 수도 있고요. 그런데 민혁 씨. 우리 모두 아빠가 처음이잖아요. 아빠가 처음인데 어떻게 잘하겠어요. 조금만 더 자신을 위로하고 더 힘을 내셨으면 좋겠습니다."


민혁: "... 네. 우리 모두 아빠가 처음이라는 말. 위로가 되는 말이네요. 아들에게 말하고 싶어요. 아빠가 더 잘하고 싶었는데 아빠가 그러질 못했다고요. 아빠가 처음이라서 잘 몰랐다고요. 정말 미안하다고 하고 싶어요. "


Dr: "한번 해보세요. 마음속의 죄책감은 또 다른 불안을 가져오고 또 다른 징벌을 본인에게 내릴 겁니다. 강박증 같이 말이죠. 본인 잘못에 대해 사과를 한다고 해서 강박증이 없어지는 건 아니지만 치료를 시작하는 민혁 씨에게 가족들의 충분한 지지와 격려는 큰 힘이 될 겁니다. 가족에 대한 미안함을 표현하고 사과도 하고 그렇게 잘못한 행동에 대해서는 용서를 구하세요."


민혁: "... 네. 선생님. 오늘 아내와 아들에게 진심으로 제 부끄러운 과거를 털어놓고 싶네요. 사과를 이미 했어야 하는 거였는데..."


Dr: "네. 그래요. 점점 좋아질 겁니다. 그렇게 하시고 약물은 1주일 더 처방을 내도록 하겠습니다. 1주일 후 이 시간에 다시 뵙도록 하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민혁: "네. 선생님. 수고하셨습니다."  


To be continued...




정신분석의 창시자. 지그문트 프로이트

오스트리아의 정신분석가인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1923년 당시 자신의 저서(The ego and the id)에서 이드(id), 초자아(superego), 자아(ego)로 이루어진 구조 모델을 소개했다. 이를테면 이드는 개인의 욕구, 초자아는 개인의 양심, 자아는 이드의 욕구와 초자아의 양심 사이에서 현실원칙에 기반하여 적응적인 판단을 하는 역할을 한다.



지금 민혁 씨의 자아는 부정적인 자아상으로 인해 합리적이고 적응적인 판단에 어려움이 있다. 이와 같은 경우 치료자는 민혁 씨가 보다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사고를 할 수 있도록 돕고 갈등 상황에서 더 적응적인 해결방안을 제시해주기도 한다.


마치 우리는 100분 토론과도 같은 시간을 보낸 듯했다. 민혁 씨가 가진 자아는 이전 상처 기억으로 인해 상당히 위축되어 있었고 자신에 대한 초자아의 무자비한 비난을 허락하고 있었다. 치료자는 보조 자아로써 민혁 씨에게 자신을 비난하는 근거가 합리적인 것인지를 끊임없이 물어보고 잘못된 행동에 대해서는 현실적인 해결을 하도록 돕는다. 마치 고장 난 시계의 시침과 분침을 다시 조정하듯이 어떤 상처 기억으로 인해 힘들어하는 이들은 그렇게 좋아지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누구나 그런 과정을 통해 과거와 화해하고 현재를 살게 된다.





매거진의 이전글 19. 아빠도 아빠가 처음이라 그래... (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