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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리즘 리플렉팅 Feb 19. 2020

스포티파이(Spotify) 프리미엄 3개월 후기

한국에 올 널 환영해

엔터테인먼트 강의 들으러 가면, 음악대장인 선생님은 항상 어떤 음악 앱을 쓰는지를 물으셨다. 그렇게 처음 알게 된 <스포티파이>. 강의에 모인 학생 중에서도 스포티파이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뭐, 사실 안다기보다는 실제로 사용하는 사람들은 극히 드물었다. 30명 중에 한두 명 꼴이었으니 말이다. 대체 스포티파이가 뭐길래 그리 힙해 보였을까?


스포티파이를 쓰고 싶어서


자주 가는 커뮤니티 사이트에 스포티파이의 Discover Weekly에 관한 글이 올라왔다. 매주 사용자의 청취 데이터를 수집하여 만드는 스포티파이의 음악 리스트의 선곡이 정말 뛰어나다고 했다. 기대됐다. 때마침 벅스에서 선곡 리스트를 잘 짜는 DJ를 발견하기도 했지만, 좀 더 내 취향에 맞는 맞춤형 선곡을 받고 싶었다. 국내 가요도 많이 듣지만, 중저음의 베이스 꿍꿍꿍을 더 많이 듣고 싶었다. 벅스나, 멜론에서 이뤄지는 라디오 기능이나 추천기능엔 별 기대를 안 한지 오래됐고, 다른 사람이 만들어 놓은 리스트에는 한계가 느껴졌다. 내게 맞는 음악이 너무 궁금하고, 고팠다.


갖가지 방법 끝에 프리미엄 서비스 이용 성공!

아 정말 이 순간을 얼마나 기다려온 지 모릅니다.

사용할 수 있는 방법에 관해 여러 포스팅을 찾고, 읽으며 시도했던 끝에 페이팔로 카드를 등록하여 프리미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 3개월의 프리미엄 무료 체험 기간이 있어 안심이었다. 첫 일주일은 정말 뭐라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설레었다. 일주일만 기다리면 월요일에 나를 위한 리스트가 만들어진다니…. 글에서 본 대로 나를 위한 음악도 취향에만 쏙쏙 골라서 알지 못했던 팝 음악까지 골고루 들어볼 수 있으려나 상상해보니 너무 설렜다.



월요일 오후 2시에 만나는 <Your Discover Weekly>

우리 집으로 가자. 스포티파이 들으러. (준호는 오후2시, 2pm의 멤버다.)

'대충 이런 비트의 꿍꿍거리면서 너무 나른하지 않고, 너무 보컬로만 집중하지 않은, 심심하지 않은 음악을 들려줘 제발-. 내가 제일 싫어하는 음악의 팝을 가져 주면 가만두지 않을 테다. '이러면, 스포티파이는 '이거? 이거? 언제든 행동만 해. 내가 다 알아서 해줄 게-.' 하는 든든한 얼리어답터 아티스트 같았다.


두근두근

근처 카페로 이동하기 위해 횡단보도에 서서 월요일인데 언제쯤 업로드되려나 기다리고 있을 때, 디스커버 위클리의 목록이 보였다. 보랏빛의 앨범커버에 선명히 새겨진 <Your Discover Weekly>


아, 이제 드디어 나도 음악 좀 듣는다는 반열에 오르는 것인가. 어디 가서 스포티파이 부심을 부려볼 만할까하고, 갖가지 상상에 취해선 '그래-. 얼마나 취향의 선곡인지 보자' 한껏 의심하며 음악 재생을 누른 순간. '아-! 이거지-!'하고 외치고 말았다.


감탄하고 말았지 뭐람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어쩜 이렇게 내 취향의 음악만 골라왔냐 싶을 정도로 취향에만 딱딱 맞는 음악을 선곡했다. 커뮤니티 글에서 봤던 찬양하던 이유를 나도 몸소 느끼고 있으니, 행복이 별거 아니란 생각도 들었다.


당신에게 들려주고 싶은 음악이 더 많아요. 지겨워 맙시다. <Your Release Rader>

음악에 지루함이란 없다 - <Daily Mix>와 <Your Release Rader> 예시 화면  ⓒ Spotify

스포티파이를 접하고 가장 뜻깊었던 순간은 '세상에 이렇게 수많은 음악이 있었다니-'하고 놀라는 일이었다. 세상에 이렇게 수많은 사람이 자신의 음악을 만들고,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니. 디스커버 위클리가 지겨워지면 Daily Mix를 1부터 6까지 듣거나, 릴리즈 레이더를 들으면 된다.


* Daily Mix의 알고리즘이나 표지는 무슨 의미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그냥 듣는다.


음악에만 집중할 수 있게 도와주는 UI

스포티파이에서 음악을 들을 때 아래 활성화되는 정보를 누르면 깔끔하게 해당 곡에 관한 이야기나 가사를 볼 수 있다. ⓒ www.rollingstone.com

스포티파이는 아티스트들의 이야기를 사용자에게 이미지와 텍스트로 깔끔한 UI에 맞춰 전달한다.


스포티파이는 순위가 아닌 아티스트들의 이야기에 집중한다. 반주가 나오는 동안 음악을 만들게 된 배경을 알려주기도 하고, 가사를 띄워주기도 한다. (매번 그런 건 아니고, 특정 아티스트들과 협의가 된 경우에만 노출되는 걸로 보인다)


영어이지만, 찬찬히 읽어보면 '아- 이런 일이 있었군'하고 음악을 이해하게 된다. 좀 더 귀기울여서 듣게 된다. 게다가 다른 사람이 해석한 게 아니라 아티스트가 직접 등록한 것이기에 신뢰감이나 친밀감은 더욱 올라간다.


세상사람들- 우리 스포티파이 윈도우 버젼 좀 보시라우, 완전 맥 감성

윈도우에서도 맥 꿀리지 않는 UI, 너무 깔끔해.  ⓒ 프리즘 리플렉팅


기가 막힌, 연동성  -  스포티파이만 깔아, 스피커와 리모컨을 만들어줄게.


언제어디서든, 당신이 듣던 그대로 ⓒ Spotify

아이패드, 아이폰, 윈도우 PC 어디서든 이전에 듣던 음악을 이어 들을 수 있다. 이 기능 너무 좋다. 두 기기에서 스포티파이가 돌아가고 있는 상태에서 다른 기기를 리모컨처럼 쓸 수 있는 것도 엄청 편하다.


(그런데 묘하게, 윈도우에서 로그인하면 아이폰이나 아이패드가 연동되는 느낌과 달리 늦어지는 느낌이다. 재생만 연동되는 것일까 의심이 됩니다. 이거)


1-2개월쯤 접어드니 지루해졌다.

우리 사이 이러지 않았잖아. 어떻게 취향이 변하니? ⓒ 프리즘 리플렉팅

1개월 동안 얼마나 '좋아요'에 집착했는지.  스포티파이의 알고리즘을 공부하려고 영어권 기사도 찾아보고, '스포티파이 님. 제발 제 취향이 담긴 데이터를 바치옵니다.'하고 스포티파이의 알고리즘을 철석같이 믿으며 음악을 들었다.  


매번 따로 음악을 찾아 듣는 것보다는 데일리 믹스에서 '좋아요'를 눌렀던 탓일까. 그냥 선곡이 썩 나쁘지 않아서 좋아요를 했을 뿐인데, 어느새 한 주를 기다린 디스커버 위클리가 심각하게 지루해졌다. 처음의 신선함은 어디 가고, 유튜브에서 흔히 보는 Lo-fi 믹스처럼 되어버린 것이다.


대게 음악을 들을 때 1초 컷으로 다음 곡으로 넘기는데, 이마저도 잘 안 들은 걸까. 아니면, 내가 너무 게을렀기 때문일까 별생각을 다했다.


어쩌다 K-POP를 들었는데, 디스커버 위클리에 아는 K-POP이 있을 땐 화가 나기도 했다. 황금 같은 1주일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는 것 같았다. 이미 아는 노래를 뭣 하러 들어야 하는지. 그래서 일부러 K-POP용 음악을 듣기 위해 벅스를 사용하고 있다. (WAVVE까지 결합상품 할인받으면 얼마나 좋게요?)


명성이 실체를 뛰어넘었다는 평가도

스포티파이의 선곡 수준은 타 스트리밍 브랜드보다 확실히 높았다. 하지만, 너무 큰 기대는 실망의 좋은 밑거름이 된다.

커뮤니티에서 스포티파이 선곡이 구려졌다고 중얼대자 다른 유저가 말해준 문장이다. 근래의 스포티파이 사용기를 가장 함축적으로 나타낸 문장이 아닐까 싶다.


내 디스커버 위클리가 심심해진 것도 이유가 있었다. 나는 다른 음악 리스트를 잘 찾아 듣지 않는 편이었는데, 이러니 데일리 믹스 기반의 한정적인 영역에서만 이뤄졌을 테고, 이가 엇비슷한 음악만 추천해줬을 거라는 거다. 일부러 다른 음악을 찾아 듣는 것도 중요한 것이었다. (내게 조언해준 유저는 다른 장르의 음악도 찾아 듣는 편이라고 했다)



좋아요를 더 쉽게 만들어주세요. 제발

실화 ⓒ 프리즘 리플렉팅

이어폰으로 '좋아요'를 할 수 있게 만들어주었으면 좋겠다. 만일, 당신이 블루투스 이어폰을 쓰고 있는데 좋아요 할 만한 노래가 나온다면? 핸드폰을 꺼내서 좋아요를 눌러야 한다. 좋아요를 누르려면 폰이나 창을 열어야 하는데, 너무 번거롭다. 이것 때문에 작업하면서도 집중력이 해이해진다. (지금은 이거 좋은데? 좋아요 눌렀나? 하고 보면 이미 좋아요 누른 음악일 정도지만, 지난 2, 3개월 동안 데이터를 모으기 위해서 애쓴 기간 동안.. 내 집중력은 개나 줬다. )


'이 음악은 놓치면 안 돼! 이 음악 너무 좋아! 이 음악은 제발 지금 이 순간 좋아요를 눌러야 한다고! '하면서 급히 휴대폰을 꺼내서 좋아요를 눌렀는데, 이게 정말 귀찮고, 너무 정신 산만하다.


만일 만원 버스에서 좋아하는 노래를 들었다면? 움직일 수 있는 여건에 따라서 캡처를 해두거나 재빨리 들어가서 좋아요를 누르는데 그냥 이어폰으로 재생/일시 정지하듯이 누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탐구하고 싶다면, 쉽게 좋아요 해주세요. 제발

웨어러블 기기가 이리 많이 등장하고, 무선의 시대가 열리는 지금 시대에 좋아요를 누르기 위해서 곤두서있는 신경전을 그만두고 싶다. + PC에서도 'Dislike(싫어요)'하거나 곡 숨길 수 있도록 해주세요. 제발


3월에 한국에 오신다는 소식을 들었읍니다. 아! 사랑한다고 말했던가요? 사랑합니다. 스포티파이.

이러니저러니 해도, 이제 스포티파이 없이 작업하는 것은 상상 못 하겠다. 너무너무 많은 음악을 들으면서 세상을 살아야 하는 이유를 좀 더 찾았다. 세상 갖가지 음악에서 용기를 얻는다. 이런 행복을 알려줬다는 것만으로도 스포티파이를 사랑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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