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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리즘 리플렉팅 Dec 31. 2018

그 겨울, <샤이니>

2018년 12월의 마지막 날에 (Good morning)


다리에 찬 기운이 파고들 때면 생각한다. ‘겨울이 왔구나.’
그해 12월은 기말고사로 바빴고, 나는 심심할 때는 ‘샤이니 인터뷰’를 찾아보고 종현의 데자뷰 노래를 들으며 공부를 했다.

누난너무예뻐
 완전 반했었다. 아까까지 비가 온 뒤 막 개인듯한 나무 바닥. 비 온 뒤에만 볼 수 있는 빛. 멜로디. '컨템포러리 밴드?' 그때 사람들의 반응도 하나하나 선명히 기억난다.

UCC - 샤이니 커버댄스 식사 이벤트
실화냐고 물을 만큼, 지금은 믿기 힘들겠지만 UCC 경연대회도 참여했었다. 많은 득표를 받은 팀은 춤도 배우고 샤이니와 식사를 할 수 있었던 거로 기억난다. 당시에 친했던 친구들과 협력해 태민의 하이라이트 부분에 분수 불꽃을 내뿜으며 춤을 췄던, 나름 기대했던 추억이 있다. 결과는…. 잘 될 것 같았지만, 되지 않았다.

샤이니의 신곡이 나오는 날 = 행복한 날
감히 팬이라고 불리기엔 청취자나 시청자에 가까웠던 사람이었다. 샤이니는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정체성을 지닌 예술 그 자체였다. 샤이니의 신보가 나오면 항상 기분이 좋았다. 미니홈피 시절에 친구 홈피에 걸려있던 눈 맞는 캐릭터, 그리고 배경음악으로 흘러나오던 JoJo. 아직도 JoJo를 들으면 마치 그때 겨울이 생각이 난다.

소년, 소녀를 만나다 (Romeo + Juliette)
20대 초반엔 책상 밑에 들어가 울던 날이 많았다. 밖에서 사람들에게 치여 온전한 나를 지키기 힘들어 슬픔을 삼기던 날에도 샤이니 노래를 들었다. ‘내가 사랑했던 이름’을 지나 독백을 알려준. 고백 - ‘방백’, 어른이 되어 나를 깨운 노래 ‘Everybody’까지. 아침이 되어 샤이니 노래를 듣지 않은 날이 더 손에 꼽을 정도로 샤이니의 노래는 나를 나답게 만들어주었다. 무너질 때, 빛을 보게 해준 노래도 샤이니의 'Prism'이었다. 그 시초를 따라 지은 이름이 지금의 블로그 제목이다.
 


서울에 내린 첫 번째 폭설은 2017년 12월 18일이었다. 친구로부터 메시지가 왔다.
안타까움과 슬픔이 오갔다. 나도 그런 때가 있었으니까.


종일 그의 이름과 그의 장소, 가족까지 인터넷엔 온갖 추측과 애도가 오갔다. 종교와 사주는 말한다.

‘자살하면 영혼은 계속 괴로움을 벗어나지 못한대’

혼자만의 괴로움을 감당하기도 힘든 날에 하지 말라는 것들만 많아지는 날의 겹들을 사람들은 알까.

‘1년만’ ‘하루만’ ‘오늘만’ 점차 틈을 줄이기 위해서 어떤 길을 걸었을까. 어떤 생각을 했을까. 티브이에선 연일 장례식장에 모인 팬들을 조명했다. 설령 그의 영혼에게 형벌이 내린다고 하더라도, 한 사람, 한 사람의 기도들이 모이면 ‘그래도’ 좋은 곳으로 가지 않을까. 조금만, 조금만이라는 말조차 버거웠을 영혼에게 하나의 빛이라도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편지를 써 봉투를 쥔 채 나섰다. 긴 줄을 서서 ‘하루의 끝’을 계속 들었다. 그때 그의 독백을 처음 들었다. ‘청년’의 모습이 있었을 어떤 누군가가 떠났다. 어떤 말을 듣고 싶어 했을까. 어떤 포옹을 바랐을까.


장례식장을 다녀와 내가 서있는 공간엔 웃음이 있었다. 타인을 향한 슬픔과 안타까움은 이해받지 못하는 슬픔이었기도 했다. 그만큼 팍팍한 세상을 살아가고 있었나 보다.
장례식장에 다녀온 지 얼마 안 되어 오래전 우울함을 가득 기록했던 일기를 펼쳐보았다.

지독했던 우울이 내게도 있었구나.


모든 게 허상 같았다. 어제까지 당차고 위로를 품는답시고 나간 나는 껍데기 같았다. 

그 주에 간 병원에선 말했다. “당분간 그의 노래는 듣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지금은 듣는다.

나의 겨울은 이제 당신으로 시작한다. 내게 당신은 봄도, 여름도, 가을도 그리고 내년에도 찾아올 사계절이다.



2018.10.04.Thu

"신과 함께 보면, 지옥들 다 통과하면 환생시켜주거든요. 꿈에 하늘에 간 사람 나오는 거, 지옥 다 통과하면 현몽할 수 있게 해주거든요. 꿈에 나타나는 거. 진짜 하늘에 간 사람이 찾아가는 거라고."

"너무 환하게 웃으면서 엄청 행복해 보였었는데, 그 풍경 기억나서 그릴 수 있을 정도로. 진짜 날씨며 집이며 톤도 다 기억나는데, 진짜 찾아가는 거야?"

"신과 함께 세계관에서요."

"그런데 무당들 보면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 악귀 된다고 하잖아. 구천을 떠돌게 되니까. 진짜 자살하지 말라고 하는 거. 그 사람들은 령이 보여서 그런 건가. 그런데 그 사람이 진짜 행복해지고 싶어서, 이 세상이 더는 그 사람한텐 견디기 힘들어서 선택한 거잖아. 그런데 만일 신이 그 죽은 영혼을 나무란다면 그게 신일까 싶어."

"어젯밤 꿈을 꿨는데. 막 꿈속에서 풍선 같은 거 나눠주고 있었어. 파스텔톤 집 옆에서 엄청 행복하게, 하늘도 엄청 높고 푸르러서, 그런데 종현이까지 있으니까. 꿈속에서 보면서도 막 기분 좋은 거 있잖아. 꿈인 줄도 모르고. '행복한 종현이 여기 있네!' '나도 좋다! 날씨 너무 좋고! 대박이다!' 한참 꾸다가 일어났는데 너무 기분이 좋은 거야. 하늘은 되게 청명하고, 구름은 마치 유화 같았어. 그 사람의 웃는 얼굴이 기억나. 되게 행복해 보였어. 자기를 그리워한 사람들. 이제 육체를 벗어났으니까 능력 되는 대로 들르나 보다. 그런 생각이 드네. ’


"안타까우면서 이쁜 꿈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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