흩날리는 아쉬움 속에서 네 사랑이 느껴진 거야
이 글을 쓰기까지 많이 고민했다. 아쉬움을 말하고 나면, 계획했던 일정에서 부단히 애썼을 제작진과 사랑하는 프로그램을 해치는 글이 될까 봐. 그렇다고 묻고 가는 것은 큰 사랑의 오점이 될 수 있기에 사랑을 담아 조심스레 아쉬웠던 이야기를 풀고자 한다.
코로나19로 안전을 위해 시작된 스튜디오 촬영이었다. 많은 시청자가 기존의 <유퀴즈>의 진행을 걱정했다. 나도 그중 하나였다. 거리 위에서 랜덤하게 걸리는 시민의 모습이 <유퀴즈>의 고유성이었는데, 스튜디오에서의 진행이 <유퀴즈>가 이어온 맥락을 해치진 않을까 걱정했다.
3월 18일 <Into the Unknown>편은 ‘특별한 퀴즈를 낸, 퀴즈까지 참여한 찐자기’라는 특별편이었다. 이전에서 지금 사회에 맞닥뜨린 제작진과 시민 모두의 이야기인 <코로나19>의 특별편이라 느껴졌다면, 이번 편은 이전 47화보다는 가벼운 예능의 성격으로 돌아오는 전환점이었다.
부자연스러움을 자연스러움으로 환기하려는 노력
스튜디오란 안(內)적 요소를 바깥(外)으로 환기하려는 노력이 보였다. 차가운 남색 계열의 스튜디오에 다양한 색의 꽃을 들여 분위기를 자연스럽고 포근하게 만들었고, 기존에 익숙했던 야외에서의 CG와 애니메이션을 넣으면서 스튜디오의 답답함을 들어냈다.
유재석과 조세호의 이동 CG는 환기뿐만 아니라 이전 시즌과 동일한 통일성을 느끼게 했다. 낮부터 늦은 밤까지 이동하는 동선과 자연의 빛을 따라 스튜디오 안에서만 촬영한 영상에선 느낄 수 없었던 시간의 흐름을 더 확실하게 담았다.
이는 시청자에게 <유퀴즈>는 여전히 거리에서 만나는 포맷임을 잊지 않게 했고, 제작진 또한 <유퀴즈>만의 고유성을 아직 잊지 않았다는 의미로도 보인다.
출연자 뒤편에 더 화려한 꽃을 두고, 주인공이란 느낌이 들게 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고정된 배경과 높은 지분율을 차지하는 일반인 출연자에게 고정된 샷은 다양한 시점의 샷을 활용해도 다소 지루하게 느껴졌다.
인위적 공간에서 오는 공간감은 이전 시즌보다 거리감을 만들었고, 사람을 만난다는 기본 맥락에서 약하게 다가왔다.
시청자들도 공감할 수 있었던 '공통 질문'의 부재 - to 스튜디오 밖 시청자들
매주 시청자들도 공감할 수 있었던 공통질문 대신 이번 화는 주로 '질문을 낸 계기'에 맞춰지면서, 기존 <유퀴즈>가 끌어 올렸던 시청자들이 공감 할 수 있는 지점에서 멀어졌다. 오프닝에서 '각자의 경험에 기반한 퀴즈 하나 낼 수 있다'고 했지만, 이전 '공통 질문'과는 다른 48화의 <자기님 퀴즈>는 '자기님 퀴즈를 낸 일반인 출연자’에 더 이어진 내용이었다. 이전 편은 '코로나19로 인해 바뀐 것'에 공감하는 질문이 있었다면, 이번 화는 스튜디오 밖 시청자에게 다다르기까진 부족한 구성이었다고 보인다.
가장 눈에 띈 문제는 '누굴, 어디서, 어떻게' 만날지 몰랐던 자기님들(일반인 출연자)의 특성이 많이 소거되었다는 것이다. 이전엔 블라인드 자기처럼 느껴졌다면, 이제는 작정하고 나올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블라인드 자기 (feat. 자만추)
'자만추(자연스러운 만남 추구)' 덕분에 난 유퀴즈가 더 좋았었다. 자만추는 <유퀴즈>에 부자연스러운 의도를 지닌 이들을 해체했다. (혹은 갤러리 김 과장님처럼 유재석이 캐릭터를 부여하려고 하는 것을 거부한 것처럼)
시즌 1 초반엔 유재석의 팬이라 따라온 자기도 출연할 수 있었다면, 시간이 지날수록 시즌 2에선 '자만추'를 추구한다고 선언하며 인위성을 많이 제거하고 제어했다. 실험적 시도로 유명인들을 만나는 코너가 생겼다 사라지기도 하며 <유퀴즈>는 더 자연스럽게 불확실함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그 속에서 만난 일반인 출연자들이 머문 공간은 해당 인물의 개성과 사연을 이해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이번 화는 지난 시즌 초반에 유명한 셀럽분들을 만나는 시간에 느낀 것처럼 극의 흐름을 방해받는단 느낌을 유난히 많이 받았다.
지난주엔 아예 특집 방송처럼 시즌 3의 첫 화로서 힘 준 주제와 톤이 확실했는데 48화의 세 번째 질문은 다른 질문들에 비해 조금 뜬금없겐 느껴졌다.
질문의 톤앤매너가 지켜지지 못했다.
이번 48화는 시청자가 직접 낸 <자기님 퀴즈>를 기준으로 독특한 질문의 자기님을 만난다는 내용으로 스튜디오 기준으로 5개의 질문을 기준으로 진행됐다.
물론 '유재석'이란 타이틀이 예능계에서 갖는 힘을 무시할 순 없을 테고, 그게 '예능 덕후'란 사연자분의 캐릭터와 겹치는 부분은 분명 있었지만, 다른 4개의 질문에서 느껴진 직관적인 사연과는 다르게 보였다. 이번 48화에서 언급한 ‘특별한 질문'과도 동떨어져 보였다. 질문만 보았을 땐 '유재석 팬'처럼 보이는 질문이었다.
아마 다른 질문들에서 사연의 깊이와 무게가 있었기 때문에 중간에 쉬어가는 느낌에서 택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화에서 택한 <자기님 퀴즈>의 이벤트 신청란에서도 '이 퀴즈를 만들게 된 배경이나 이유를 적어주세요.'라고 되어 있어서 '배경과 이유'가 영향이 없었다고 할 순 없겠지만 질문의 주제가 '유재석'을 향한 수상 질문은 다른 4개의 질문 톤과는 너무 다른 톤으로 느껴졌다. 제아무리 <유퀴즈>가 다양한 사람을 만나는 포맷이라고 해도, 제작진의 선에서 이뤄지는 퀴즈에서 벗어나 시청자들의 질문이 기준이 될 땐 48화에서 내세운 주제인 '독특한 질문'에 더 맞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유퀴즈>는 인위성을 소거하고 '예외'에서 오는 시각과 이야기가 재미 요소 중 하나인데, 애초부터 사연의 캐릭터를 잡고 맞춰주는 것처럼 인위적으로 느껴졌다.
<유퀴즈>가 이렇게 인위적이었나?
이는 갑자기 ‘중앙대’ 삼행시가 등장하면서 더 이상하게 느껴졌다. 뜬금없이 TMI까지 들었다. '방송국 + 스튜디오'라는 환경적 요소에 파급력이 큰 프로그램인 만큼, 같은 업계를 지향하는 사람의 출연은 조심스러웠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누굴, 어디서, 어떻게' 만날지 이미 인위적 요소를 가지고 갈 수밖에 없다면, 더 조심스러웠어야 했다고 본다. 알게 모르게 대학교랑 인적사항에 대해서 알게 되면서 너무 부자연스러운 느낌을 받았다. 마치 갑자기 좋아하는 가수 뮤비에 출연한 연습생 정보를 알게 된 느낌이었다.
이전 시즌에서 '자만추'로 더 많은 연령대와 폭넓은 이해관계의 사람을 랜덤하게 만날 수 있었고, 우연한 상황에서 만난 일반인 출연자의 인적사항은 민감하게 다가오진 않았는데, 스튜디오로 옮겨온 지금. 과도한 인적 정보는 불필요하게 느껴진다. 또 다른 스펙 편견을 재생산 받은 느낌이다.
물론 이전에도 집단적 특성으로 시작된 주제가 있긴 했다. 35화 <그대에게> 편의 경우엔 시청자들에게 처음 던져진 질문은 '당신에게 대학 시절은 어떻게 기억되나요?' 였다. '낭만의 시절'에서 '대학 생활'로 바로 이어진 질문이었다. 오프닝만 보면 20대의 낭만이란 타이틀 안에서 '대학생' 외에 청년은 없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학교 밖 청소년, 사회초년생이지만 대학생이 아닌 청년' 등의 다양한 예외가 있는데, 아침 -> 과 잠바 -> 대학교 정면으로 이어지는 장면들의 연출은 방문한 동네의 보편적 특성(여러 대학이 모인 지점)을 쉽게 풀어나간 것처럼 보이기도 했으나, 안일하게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유퀴즈>에선 때론 연령대에 따라 일반인을 만나거나 대화를 나누는 동안 '어머니, 아버지, 가장, 학생' 등의 수로만 규정됐던 특성, 사회적 관습을 그대로 답습해 인물을 해석하는 게 때때로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유퀴즈>를 좋아하고, 사랑했던 이유는 계속해서 자연스러운 만남을 추구하며 어떤 사람을 만날지보다 어떤 '이야기'를 들을지 집중했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규정된 집단의 특성에서 벗어난 개개인의 특수성과 특별함을 '발견'했었는데, 이번 화는 다소 <유퀴즈>가 지향해왔던 맥락에서 벗어나 위험한 요소로 발전할 수 있는 틈이 보였다.
3번째 질문이었던 '유재석 대상'에 관한 질문은 잠복자기님의 매생이에 관한 썰이 아니었다면, 이 틈은 환기되지 못한 채로 남았을 것이다.
그런 틈에서 이번 주 유퀴즈는 인생 얘기가 아니라 ‘자기 어필’의 기회로 활용돼서 이용될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유퀴즈가 상승세 타면서 대놓고 ‘자만추’를 추구한다고 확실히 못 박은 시원함이 없었다. 이번 48화는 스튜디오라는 한정적인 공간에 불확실이란 ‘가능성’의 약화와 함께 초대손님을 맞이한 듯한 인위성을 여실히 느낀 화였다.
오늘 화를 보고 나선 이제 유퀴즈에서 어떤 출연진이 나오면 ‘자연스럽다’고 받아들이기가 힘들 것 같다. 스튜디오 환경의 제약이야 당연한데 사연 면에서 제작진들의 사전 인터뷰가 있었으면 어느 정도는 걸러서 만났으면 좋겠다.
아니나 다를까 스튜디오 촬영으로 넘어온 지금. 이번 48화가 방송된 3월 18일 이후엔 시청자 게시판엔 3페이지를 넘길 정도로 출연 신청을 원하는 글들이 쇄도하고 있다.
(이전 시즌에선 '어디 어디 지역으로 와주세요'가 다수였고, 출연 신청은 3~5건 미만으로 극히 드물었다. *전체 출연/신청으로 검색한 기준)
야심 차게 준비한 이벤트, 홍보의 부재
이 중에는 퀴즈를 내는 것이 어디서 이뤄지는지 몰라 시청자 게시판으로 온 이들도 있었다. 나조차도 인스타그램을 하지 않았다면, <자기님 퀴즈>가 진행되고 있는지도 몰랐을 것이다. 지난 시즌에서 '유재석과 조세호를 보내드린다'라는 <도시 투표이벤트>도 방송으로 알았다.
가장 쉽게 이벤트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은 인스타그램과 공식 홈페이지다. 현재 유퀴즈 인스타그램의 팔로워 수는 3.1만 명이다. (20.03.20 기준) 시즌 3 첫 화 방송 후 3.1만 명에서 1천 명이나 늘어났다.
그간 유퀴즈에 출연한 시민분들을 비롯해 유튜브에 달린 댓글들에서도 연령대가 고루 분포되었던 걸 생각하면, 이벤트 홍보 방법에 조금 더 적극적이었어야 했다. SNS만으로 정보를 알기엔 <유퀴즈>의 이벤트 정보는 포괄적인 연령대에 비해 접근성이 떨어지는 편이다. 방송전 보도자료나 방송국 자체 광고로 이벤트를 알렸다면 어땠을까 생각한다.
(첫 방 30분 전엔 인스타라이브도 진행했는데, 모르는 사람도 있었을 거다.)
+) 현재 진행하고 있는 자기님 이벤트는 총 3개다. (2020.03.21 업데이트)
하나는 주 이벤트인 <자기님 퀴즈>
두 번째는 봄과 관련된 '사진, 영상' SNS 공유 이벤트다.
세 번째 어제 날짜로 신설된 이벤트 <유퀴퀴 이벤트>
이러니저러니 해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고, <유퀴즈>에서 만난 이야기가 기회든 자기 어필이든 뭐가 되든 다 그 사람의 인생 얘기고, 그게 <유퀴즈>가 추구하는 사람 이야기이긴 하지만 클립이 아닌 전체 화로 봤을 땐 부자연스러운 점은 분명했다. 좀 더 촘촘히 <유퀴즈>의 고유성을 확보해나갔으면 한다.
“나도 한 번쯤은 유퀴즈에 나간다면 무슨 얘길 할까, 오늘 갑자기 내 인생에 유퀴즈를 만난다면 어떨까?” 그런 생각 모든 자기님들이 한 번쯤은 생각하셨을 것이다.
그 우연함이 지금까지 <유퀴즈>의 가능성을 만들고, 그들에게서 유사성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었는데, 이젠 어떻게 해야 할까. 이번 화 정말 재밌고, 많이 웃긴 했는데 뭔가 뒷맛이 씁쓸하다.
매회가 특별편일 수는 없겠지만 차라리 지금 부자연스러운 상황을 돌파할 거 광복절/ 한글날 특집이 그랬던 것처럼 보편적인 날 중 사회적으로 유의미한 일들이 담긴 포맷을 중간 화들로 채워나가는 게 지금 상황에선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 화였지만, <유퀴즈>는 언제나 그랬듯 다시 자신만의 방법을 찾을 테고,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나는 <유퀴즈>를 믿고, 사랑한다. 10번, 100번 넘어져도 곁에서 손잡아주고 싶은 프로그램임에는 변함없다.
▼ 나, <유퀴즈> 사랑해. 왜냐면….
▼ <자기님 퀴즈>는 아래 페이지에서 신청하시면 됩니다. (2/5(수)~ 상시)
▼ 찐자기를 찾는 <유퀴퀴 이벤트> (1일 1회 참여가능, 3/20(금) ~ 6/20(토) 당첨자 발표 : 6/23(화))
▼ <유퀴즈> 공식홈페이지입니다. (SNS이벤트 정보는 인스타그램 @youquizontheblcok 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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