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첫 눈에 오전 8시 10분쯤 빙판길에 넘어져서 오른팔에 골절 당한 사람과 올해 두번 째 폭설에 오전 8시 10분쯤 빙판길에 넘어져서 오른팔에 골절 당한 사람이 대화를 나눈다. 둘은 출근길에 사고를 당하였고, 둘은 동갑이다. 둘의 공통점은 그 뿐만이 아니다. 1차 병원을 나서서 두 번째 병원인 이 곳에 오기 까지도 혼미한 정신으로 이곳에 와야 한다고 생각했다. 두 사람은 화장실에서 만났다.
“야. 그 냉장고에 고추장 가져와.”
“알았어.”
“Rrrrrrrr”
“아. 왜!”
“그리고 멸치도 가져와.”
“으이구. 알았어! 병원 밥이 입맛에 안맞아?”
“그게 먹고 싶어서 그래.”
“알았어. 알았어. 다 가져갈게”
“그리고 그 샴푸도 가져오고”
“알았습니다~!”
그녀의 똘은 헤어드라이기부터 입원 당일에 챙겨오라했던 익힌 배추까지 락앤락 통이나 유리그릇에 담아 가져갔다. 깁스방수커버가 수술 날 보다 일찍 도착해서 다행이다고 똘은 생각했다.
양쪽에 가방을 들고나니 허리가 너무 아팠다. 똘은 짜증이 났다. 허리가 너무 아프다. 왜 엄마는 다락에 신발을 두 박스에 나눠담았을 게 뭐람. 엄마가 입원하고 온 날 저녁 늦은 끼니를 챙겨먹다가 잠이 들었다 눈을 뜨니 어느새 씻을 시간이었다.
급하게 털신을 찾느라 다락을 보니 박스가 두 개 있었다. 하나는 너무 가벼워서 아마 제주이모가 보내 온 고사리겠거니 생각했다. 그도 그럴것이 나머지 한 박스엔 '윤 부츠'라고 써있었기 때문에 당연히 겨울용 신발이 담겨져 있겠거니 믿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박스에 들어있던 윤 부츠는 어릴 적 윤이가 신던 것이라 너무 딱 맞았고. 어릴 적 윤은 허리가 아프지 않았으므로. 수료식 당일 날 장시간 걸었던 큰 윤이는 다음 날 허리를 너무 아파했다.
허리가 아플지라도 어쩌겠냐. 내가 아니면 누가 엄마를 챙겨준담. 냠냠거리며 멸치를 고추장에 찍어먹고 배추를 찢어먹고 웃는 엄마를 생각했다. 엄마는 볕드는 곳에서 곧잘 잘 챙겨먹지도 못하는 끼니를 챙겨먹었다. 그건 엄마가 즐길 수 있는 몇 안되는 하루의 낙이었다.
제주 사람인 엄마는 생선요리를 잘 해먹었는데 그 요리 한 번 하고 나면 미용실에 온 냄새가 퍼졌다. 그녀의 똘은 페브리즈를 샀었고, 향수를 샀었으며, 섬유유연제를 많이 썼고, 섬유향수를 뿌려댔다.
“엄마. 먹는 건 좋은데. 환기 좀 해.”
“심해?”
“응. 심해. 그거 꼭 생선 먹어야 돼? 냄새 덜나는 거 먹어도 되잖아.”
“야. 엄마가 어디 사람이냐. 이게 엄마의 낙이다.”
그 이후로 옛날같았으면 온 동네 떠나가라 그것 좀 그만 먹으라고 했을 그녀의 똘은 예전보다 잔소리를 덜했다.
손톱깎이를 꺼내 똘은 엄마의 거친 손에 길러진 손톱을 바라봤다. “엄마. 숟가락도 필요없겠다. 만약 숟가락 없을 때 배고프면 이걸로 밥 퍼먹고, 면 요리 먹으려면 젓가락으로 써도 되겠네. 세상에 이런일이에 나오겄슈.” “야. 다른 엄마들이 웃겠다. 여기 병실 다른 엄마들 딸들은 안그래.” “그럼. 이 세상에 나는 하나니까. 그거야 다른 어머니들 사정이고. 엄마 손톱 좀 봐. 좀 심하다.” 엄마는 무언가 할퀴는 흉내를 냈다. “엄마 이거봐. 내가 항상 말하지. 엄마 머리 해줄때 손톱으로 화장 긁는 다니까. 그거 농담이 아냐 엄마.” 엄마는 심심했던지 똘의 이야기에 쾌할하게 웃었다. “저녁 다먹었다 엄마. 이거 봐. 이거 손톱아냐. 발톱 좀 봐 발톱” “아 맞다. 발 닦아야 해. 내일 양말 못 신는댔어.” “그럼 발톱 깎자.”
“이게 무슨 발레리나 발도 아니고... 푸르르르르를(입 푸는 트릴소리). 엄마. 발 닦아야 겠다. 저녁 다먹었다.” “야!” “엄마. 이대로는 안되겠어. 내일 의사선생님이 수술 포기할 냄새야.” “야. 다른 엄마들이 웃어.” “웃으시라고 해. 이 적막한 병실에서 웃을일이 있으시다면야 나야 좋지. 푸르르르르르르를” “이거 무슨 코끼리 발 같네...” “엄마 나 저녁 안먹었는데. 진짜 저녁 안먹어도 될 것 같아. 푸르르르르를” “발 닦아야 겠다.” “수건 어딨어. 수건. 이거 나원 참. 예수님과 제자도 아니고.”
그녀의 똘은 그녀의 발에 난 굳은 살을 장장 새벽 내내 깎아 준 적이 있었다. 그 다음 일주일 동안 그녀는 발이 아프다고 했다. 그 다음부터 그녀는 똘이 감자깎는 칼 같은 걸 내밀며 굳은 살을 다듬어 줄까 물어오면 손사래 치며 됐다고 했다. 그리고 그 이후로 몇 번 정도는 발을 만질 기회는 몇 번 있었지만. 이처럼 굳은 살이 박혀 발가락과 발가락 사이에 손가락을 넣어 비누칠을 한 적은 없었다. 그리고 그녀는 머리를 감겨달라했다.
똘은 머리를 감기며 화가 났다. 허리가 아팠다. 신경통에 머리를 감기려니 내일 아침 수술 일정에 맞춰서 와야 하는 생각이 든 것이다. 오늘은 몇 시간이나 잘 수 있을까. 아니 내일은 얼마나 쉴 수 있을까. 설거지부터 빨래더미, 미용실 청소까지 해야하는데. 힘이 들어가서 미안해 죽는 똘을 두고 엄마는 속도 모르고 말했다. “아이고 시원타.” “시원해?” “더 세게 빡빡” “빡빡?” “빡빡” “오리야? 빡빡?” “빡빡”
엄마는 계속 같은 병실 다른 딸들은 안그렇다고 했다. 그렇죠. 같은 병실 다른 딸들은 나와 다르고 나는 불안정하고. 그들은 가정도 있을 나이에 변변찮은 직장도 있을테니까. 나는 아니잖아. 아이고 잘났다. 우리는 서로의 신세를 털어놓을 때마다 웃었다. 병실로 돌아가 헤어드라이기를 꼽고 머리를 말렸다.
엄마는 같은 병실사람들이 시끄러워 할까 걱정했고똘은 그러는 사이에 후딱 끝내버리자 했다. 머리는 3분 오뚜기 카레처럼 말려졌다. 엄마는 똘에게 말했다. “야. 기왕이면 롤도 챙겨오지.” “뭐요?!” “으이고. 넌 애가 이리도 센스가 없냐. 롤을 챙겨와야지.” “빗 줄까?” “줘봐.” “빗을 이렇게 저렇게 빗어줘야 볼륨이 살아나.” 똘은 다행이다 싶었다. 똘은 그녀가 입은 환자복이 팔이 뚫려 있어 마치 청담동 며느리룩 같다했다. 엄마는 으스댔다. 이어 그녀의 친구가 병실로 찾아왔다. 똘은 공통점을 지닌 그녀의 친구와 간병인의 대화를 뒤로 하고 서둘러 밖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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