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만원으로 취업준비하기 (청년구직활동지원금 후기)
졸업 후 3월이 되자 막막해졌다. 취업을 하자니 뭐부터 준비해야 할지 막막했고, 아르바이트를 하자니 나온 아르바이트 자리도 얼마 없었다. 매달 나가는 교통비만 해도 5만원이 넘어가는데 때 마침 구직활동지원금을 알게 되었고, 5월부터 지금까지 총 5회에 걸쳐 지원받아 생활하고 있다.
방구석 폐인에서 열혈배움러로
학교기관에 벗어나면 노동자가 될 준비를 했어야 하는데 그걸 간과했다. 취업은 큰 관심사는 아니었다. 학기 중에 팀프로젝트 1개만 열심히 하더라도 다른 대외활동을 하기엔 시간이 벅찰 때가 많았다. 지금 당장 팀 프로젝트에 최선을 다해 최고의 발표를 하는 게 목표였고, 지금 나와 맺고 있는 사람들과 관계를 좋게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잘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대학 졸업 후나 졸업을 앞두고 취업하는 소위 스펙관리를 잘 한 사람들은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름 나도 준비해야 겠다 싶어 2월 달에 학교에 자기소개서 특강을 하러 왔던 선생님과 연락을 했었다. 좋게 봐주셔서 초대를 받아 갔었는데, 뜬금없게도 제일 자신있어 하던 PPT 만들기나 보고서 분석하기 등 어차피 회사에 다시 들어가면 형식은 정해져있고, '이렇게 열심히 한 게 아깝다' '이제까지 나에게 칭찬을 했던 교수나 전문가들이 별로다'는 식으로 얘기했다. 나의 성향이 어떠한지, 내 활동 역사도 잘 알지도 못하면서. 들어가서 다시 배우는 게 있다는 정보 외에는 처참한 말들 뿐이었다. 무참히 자존감이 낮아지고 말았다.
자기소개서를 써야 했지만 나의 강점에 자신이 한참이나 없어진 이후였으므로 쓸 만한 말이라곤 허황된 말들이 가득했다. '뫄뫄 준비가 됐다. 뭐뭐를 보고 꿈을 키워왔습니다' 등 면접관이며 인사담당자들이 볼 때 1초 컷 할만한 만들을 자기소개서라고 쓰고 있었다.
한 달간 폐인처럼 지내다가 안 되겠다 싶어서 일자리카페에 올라온 취업프로그램들을 보고 관심있는 것들은 모조리 수강신청했다. (스케쥴표에 맞춰서 중복되지 않도록 이동시간까지 고려해서 결정했다.)
40여개 정도다. 자기소개서 특강, 직무강점 탐색, NCS 특강, 공기업이나 특정 대기업의 인사담당자 특강, 자신감 올리기 프로젝트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들었다. 프로그램을 듣다보니 다른 취준생들 사이에서 내 강점이 무엇이고 내가 어떤 것에 호기심 많은 사람인지 깊게 고민해 볼 수 있었고, 자연스럽게 내가 어느 직무에 적합한 사람인지 파악할 수있었다. 그리고 어떤 프로그램이 나에게 필요한 지 아닌 지를 분간할 수 있게 되었다.
프로그램을 하루에 하나씩 듣던, 취업준비로 활달했던 달엔 교통비가 10만원 이상씩 나갔다. 일자리카페가 한 곳만 정해서 있는 것이 아니다 보니 여러 지역을 오갔어야 하는데 평소 같으면 교통비에 큰 부담을 느꼈을 테지만, 구직활동지원금이 나오니 부담이 없었다. 그 외에는 식비와 학원이나 도서 구입비로 많은 지출을 했다. 지원하려는 분야가 문화예술 계통이다 보니 관련 유료 워크샵이나 강의를 들을 때도 부담없이 요긴하게 쓸 수 있었다. 교통비, 식비, 관련 도서구입, 시험비 등등 충당하다 보면 부족하긴 할 때도 있지만 시간을 번다는 게 가장 큰 메리트 아닐까 싶다.
구직활동지원금을 받기 전, 이후로 가장 많이 달라진 것은 우선 취업 마인드다.
개인적으로 느낀 가장 큰 변화였다. 세상에서 나의 가치관을 얼만큼 실현하고 어떤 철학을 가졌는지가 학생이었던 때의 깊은 고민이었다면, 취업시장에서의 나의 삶의 방향은 조금 달라져야 했다. 완전히까지는 아니지만 냉철하게 취업시장에서의 내가 얼마만큼의 감가상각이 이뤄졌는지, 얼마나 다른 사람인지를 알아야 했다. 솔직히 자신없어지는 때가 많았다. 하지만 다시 일어설 수 있게 해준 건 현직자분들과의 만남이었다.
나만의 데이터베이스를 만들다 - '많은' 정보 속 내게 필요한 정보 기록하기
일자리카페를 통해 뵀었던 현직자분들은 정말 좋으신 분들이 많았다. A to Z를 세세하게 알려주시는 분들의 내용을 듣다보면 빨리 일하고 싶었다. 특강에 가기 전엔 꼭 하고 싶은 질문을 하나 씩 준비해갔고, 현장에서도 많은 질문을 할 수 있도록 했다. 특강 때마다 뵀었던 멘토분들에겐 꼭 끝나고 나서 감사의 인사와 함께 질문을 했다. 메일을 주고 받으며 서로 다른 산업군의 종사자 분들의 여러 시각을 공유할 수 있었다. 물론 이런 정보는 인터뷰나 기사로도 쉽게 접할 수 있지만 스스로 직접 묻고 만난 경험이 더 오래갔기 때문에 이 방법을 더 선호했다. 지금도 몇 몇 멘토분과는 꾸준히 연락하고 지내고 있다.
특강과 질문들을 통해 나만의 데이터베이스를 만들고 나니 관심기업의 채용설명회를 가더라도 어떤 정보가 내게 필요한 정보인지 알 수 있었고, 질문 하나를 하더라도 조금 더 직무에 직접적인 질문을 할 수 있었다. 그렇게 나만 할 수 있는 질문과 내용들을 만들어갔다. 한 달에 한번씩 내야하는 보고서엔 그간 들었던 특강 내용을 정리하여 제출했다.
아래에 해당하는 막막한 취준러 동지가 있다면 우선 일자리카페를 통해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들어보는 것을 가장 추천한다.
- 취업준비를 왜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 정말 어떤 직업을 가져야 할 지 모르겠다
- 현장에서의 업무는 어떤지 알고 싶다
① 막막한 취준러라면, 다양한 프로그램을 듣고 기준점 만들기
들었던 모든 강의가 100% 만족스러웠던 것은 아니지만, 많이 듣다보니 허와 실을 구분할 수 있게 됐다. 모든 분들이 최선을 다해 강의해주시지만, 으레 이래야한다저래야한다는 정형화된 방법들을 추천해주실 때도 있다. 그게 본인에게 맞을지 아닐지 판단해야 하는데 정말 아무것도 모르면 자신만의 색을 살리는 방법이 아닌 다른 길을 택해버릴 수 있다. 들은 얘기는 많지만 과연 그게 정말인지 확인도 해야하고, 이 방법이 좋을지 저 방법이 좋을지 시도해봐야 한다. 물어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것도 큰 차이를 만든다.
솔직히 학교에서 제 암만 마케팅이나 서비스 개선 전략 팀 프로젝트로 미시거시환경기존전략개선전략까지 분석한다하더러다도 실무에서 '일'은 좀 더 직접적이고 현실적이어야 하기 때문에 프로세스가 어떤지, 직무 만족도는 어떠한지, 기업문화는 어떠한지를 듣다보면 이 일이 재밌겠다 나와는 아니다 싶은 것들이 걸러졌다.
그래서 꼭 관심분야 뿐만이 아니라 알고 싶었던 분야는 가볍게 듣고 온다는 마음으로 갔으면 좋겠다. 나 또한 관심 직무인 마케팅 이외에도 영업이나 유통, 사기업외에 공기업 특강까지 신청해서 들었는데, 프로그램을 들으면서 마케팅이나 영업이 의외로 재밌는 직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마트, 아모레퍼시픽, IBM, 코오롱, 엔터테인먼트까지. 종사하시고, 종사하셨던 분들이 해주신 말씀들이 큰 도움이 됐다. (가장 기억에 남는 기업들.. 멘토님이 너무 좋으셨다) 그 외에 다른 대기업이나 공기업, 금융권 전략 등 특강도 많이 한다. 일자리카페 프로그램 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서 수집한 자신만의 정보까지 덧붙여 진다면 자신만의 데이터 베이스가 확실히 만들어 질 것이다.
②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은 사람은 <광진구 무중력지대>로
2019년을 기점으로 인생도서관의 위탁운영이 종료됨에 따라, 인생도서관의 프로그램 및 위트릭스 툴킷은 <인생도서관>을 통해 신청과 문의가 가능함을 알립니다. (유료)
인스타그램 : @lifeliverary / 홈페이지 : https://lifeliverary.com/
광진구 무중력지대에서는 인생도서관의 위트릭스 툴킷을 이용하여 자신을 탐색하는 프로그램을 들을 수 있다. (그리고 시설이 정말 깔끔해서 좋다!)
이 툴킷은 자신이 이제까지 소비했던 영역들을 나누어 자신을 돌아볼 수 있게 했다. 사람들에게 명명되어진 나의 이름이나 역할 등에 관한 나의 정보(Me-info), 내가 좋아하고 즐겨찾는 공간(Space), 내가 만난 사람들이나 좋아하거나 꺼리는 사람들의 모습은 어떠한지(People), 지향하는 생활양식은 어떠한지, 지금 어떤 생활을 소비하고 있는지(Lifestyle), 그간 관심있었던 이슈는 무엇이었는지(Issue&Keyword), 어떤 일을 해오며 살아왔는지(Work) 등 총 6개의 트랙으로 나누어 자신을 돌아볼 수 있다.
특이하게 태어난 년도를 지구에 도착한 날로 설명한다. 지구에 도착한 날로부터 이 지구를 떠나는 날까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어떤 삶을 살다 가고 싶은지 멀리서 지켜보다보면 각 트랙이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고, 이를 통해 내가 어떤 것에 많은 영향을 받는 사람인지, 어떤 삶을 살고 싶어하는 사람인지 알 수 있게 된다.
이런 자기 탐색외에도 5년, 10년 이후의 내 모습을 그려보는 <#미래설계>, <팟캐스트 만들기> <영상제작 워크숍> 등 직접 콘텐츠를 만들어 볼 수 있는 활동을 할 수도 있고, 매주 월요일마다 <Tech& Make>로 자신이 만든 콘텐츠를 공유하고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도 있다.
(자기탐색과 미래설계는 3-4명 내외의 소그룹으로 이뤄져 넓은 전지 형태의 트랙을 활용한다)
만약 좀 더 자기 자신에게 집중하고 싶다하면, 일자리센터 프로그램 신청을 통해 <WORK&LIFE> 을 신청하여 인생도서관 위트릭스 창시자인 아키씨로부터 1:1 코칭을 들을 수도 있다. 이 외에도 아키씨는 <인생질문 쇼>나 <시간관리법> 특강을 한다! 여기서도 툴킷이 활용되는데, 자기가 몰랐던 시간 소비량에 대해서 파악하다 보면, 내가 얼마나 게으르고 성실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활동을 하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다.
③ 지역 네트워킹을 원한다면 구별 무중력지대로
꼭 광진구 무중력지대 뿐만 아니라 서울시민이라면 자신이 속한 구에 무중력지대가 있는지 확인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청년들을 위한 일자리 특강이나, 지역간 네트워크, 문화 생활 을 향유할 수 있도록 설계된 청년공간이니 마음껏 이용했으면 좋겠다.
글을 마치며
9월 공채시즌에 전념하고 있는 중이다. 어쩌다 시험을 보러 학교에 가면 한 자릿 수 뽑는 자리에 이렇게 지원자가 많았다니 하는 것을 크게 체감한다. 자신감이 없어질 때도 많지만, 그래도 그간 뵀었던 멘토분들을 통해서 질문해가며 나름 부지런하게 준비해가고 있다. 취업이 목표라고 하지만 실은 내가 생각하는 문화적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직장을 찾고있는 중이다. 자기소개서 쓰는 게 괴로울 땐, 기회를 만들어가는 중이라고 생각한다. 나중에 취업한다면 멘토링 프로그램을 꼭 하고 싶다. 멘토라는 말이 구식이긴 하지만, 힘들게 거쳐간 길을 조금 더 닦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자 하는 게 목표다. 부디 이 땅위에 많은 취준생들이 낙심하지 않고 자신의 일을 하는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는 취업시장이 아닌 '문화'가 생겨났으면 한다.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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