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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리즘 리플렉팅 Nov 09. 2019

당신의 안전을 공유합니다.

중개 플랫폼의 사각지대


1. 리뷰가 투명하게 운영되는 것은 저희의 자랑입니다.


2017년, 배달음식을 도둑맞았다. 귀가 시간에 맞춰 주문한 음식은 제때 도착했고, 난 버스정류장에 도착했다. 저 멀리 어떤 한 남자가 내가 주문한 곳과 같은 상호의 배달 봉투를 들고 나를 지나쳤다. 직감으로 왠지 저 봉투에 들은 게 내 음식일 것 같았지만, 우연이겠지 하고 집으로 향했다. 그는 한 블록을 지나 오른쪽 골목으로 들어갔다. 집에 도착했다. 음식이 없었다. 사장님께 전화를 걸었다. "네! 방금 갔다 왔어요! 사이다도 같이 서비스로 드렸는데!" 그렇다. 그게 내 음식이 맞았다. 서비스로 준 사이다까지 들고 있었으니까.



훔쳐가요 훔쳐가요



경찰에 상담차 전화를 걸었는데 절도죄가 맞으므로 출동한다 했다. 잠시 후 경찰이 도착했다. 도둑이 간 곳을 살펴봤지만 이미 주택가라 어느 빌딩에 어떻게 갔는지 모를 일이었다. CCTV까지 조사하기엔 도난 금액이 적었다. 무리 중 높으신 분께서는 안전상 걱정되신 지 여러 장치와 도움을 주셨다. 그렇게 경찰관분들이 떠나간 후 어안이 벙벙해졌다.  


가게 사장님께서는 다음날 시키면 그냥 무료로 주신다고 하셨다. 사장님이 잘못한 것도 아닌데 그럴 수 있겠냐. 그냥 주문했다. 사장님께서는 더 큰 일 안 난 게 다행이라고 하셨고, 고마움을 담아 리뷰를 남겼다. 리뷰글 댓글엔 사장님이 괜찮다며 도둑맞은 것에 대해 언급을 하셨고 그 순간 걱정이 몰아닥쳤다.


닉네임을 누르면 그간 내가 어디서 뭘 시켰는지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리뷰가 나의 행동반경을 유추할 수 있는 정보가 된다. 더군다나 그렇게 댓글이 달린 이상 내가 삭제할 방법은 없었다. 특정인이 된 나는 삭제할 방법을 찾아 고객센터에 문의와 전화를 했다. 닉네임을 누르면 나의 모든 리뷰가 공개되는 것과 삭제할 방법에 관해 물었다.


지금 제 말 듣고 계신 거죠?


이용자가 리뷰를 공개/비공개 설정할 수 있는 선택권이 없었고, 배달음식의 특성상 해당 이용자의 주문패턴과 지역을 유추할 수 있는 범죄에 노출될 수 있음을 밝혔으나 배달의 민족 측에선 충분히 검토 후 마련된 사항이니 너그럽게 양해를 부탁한다 했다. 전화상으로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배달의 민족 측에선 그런 의견이 많이 들어오긴 한다고 답변했다. (뭐야 이미 알고 있는 문제였다고?) 게시글과 다르지 않은 흐름이었다. 게다가 안전과 우려하는 기능 악용에 대해서 말하고 있는데, 지금까지 운영해온 기업의 장점이라며 자랑하며 '투명성'을 언급하고 소비자에게 일방적으로 이해하라니.


지금 내가 불안한데, 배달의 민족의 자랑스러운 리뷰 기능과 성과를 듣고 있어야 한다니, 지금 당장 소비자의 안전을 걱정하기보다 자신들이 이제까지 쌓아온 리뷰의 투명성을 이유로 소비자가 자신의 리뷰에 대한 공개와 비공개를 제한하는 건 이해할 수가 없었다.  


실망은 가시지 않았다. 그저 이후로 다른 이들이 이와 같은 걱정 속에서 피해당하지를 않길 바라는 마음만 들 뿐.


리뷰는 가게에 직접 방문해 삭제를 부탁 드렸고, 이후로 가서 먹으면 먹었지, 배달을 시키는 횟수는 예전보다 줄어들었다. 덩달아 리뷰도 남기지 않았다.



2. 제재할 방법이 없다.


비가 억수로 쏟아지던 어느 여름날, 학교 친구와 함께 카카오 택시를 불렀다. 집으로 향하는 길에 기사님께 양해를 구해 친구는 중간에 역에서 내리기로 했다. 가는 길 내내 기사는 거울로 뒷자리에 앉은 친구와 나를 계속 쳐다봤다. 역이 한참 남은 곳 앞에서 기사는 친구를 내려줬다. 친구는 비를 맞으며 뛰어갔다. 어찌나 그 시선이 느끼하던지 빨리 내리고 싶었지만, 도착지까지 얼마 남지 않았고, 비가 너무 많이 와서 그냥 가기로 했다. 무슨 일이 일어나겠냐 싶은 마음이었다. 주택가에 도착하자 한 참 말이 없던 기사가 말을 걸었다.


"여기 살아요?"


큰 삼촌네 집이라고 하고 택시에서 내려 전속력으로 집으로 향했다. 'ㅇㅇ 기사 다시 만나지 않기'를 하고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었다. 혹시 이런 경우엔 어떻게 하냐고. 답은 뻔했다. 다시 만나지 않기. 그런 식으로 누적된다 하더라도 기사의 배차 기회가 줄어들 뿐이라고 했다.



3. 그런데 정말로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전 남친이 배달 어플 '리뷰'를 보고 이사한 집으로 찾아왔어요, 위키트리, (2019.07.30)


업주가 '불만족 리뷰' 쓴 고객 신상 털었는데 처벌 어렵다는 '배달의 민족', 인사이트, (2018.01.24)


그로부터 2년이 지난 2019년이 됐다. 2년 동안 커뮤니티나 뉴스에서 볼 수 있던 배달의 민족 관련 뉴스를 보면서 놀랍지 않았다. 그때 내가 겪었던 불안처럼 다른 누군가가 신상의 위협을 받고, 안전을 걱정해야 할 때. '방법이 없다'는 말을 하는 기업측의 태도는 2년 전의 일을 상기시킬 뿐이었다. 이후로도 일반 단골들 대신 인플루언서들에게 쿠폰을 뿌렸다는 것을 봤을 때도 '거긴 그럴 수도 있겠다.' 생각했다.



4. 마케팅을 잘하는 기업의 소비자가 아니라, 이용자를 이해하는 기업의 고객이 되고 싶습니다.


배달의 민족이 중개 서비스의 혁신을 이룬 기업, 브랜드 스토리텔링을 잘하는 기업, 마케팅을 잘했던 기업이라는 것은 인정한다. 다른 기업의 서비스 혁신을 꾀하는 중개 플랫폼을 내세운 카카오의 업적도 무시하고 싶진 않다.


그렇지만 이용자 입장에선 대외적인 업적과 행보가 유명하고, 인사이트가 높으면 뭐 하냔 생각이 든다. 서비스의 사각지대에서 자신들의 자랑을 늘어놓는 기업, 안전의 사각지대를 피해갈 수 없는 소비자를 이해하지 못하는 기업, 일반 소비자의 목소리보다 네임드들의 영향력에 집중한 행보는 과연 좋은 기업인지 의문이 든다.


마케팅을 잘하는 기업의 소비자이기보다 소비자를 진심으로 걱정하고, 생각하는 서비스를 하는 기업의 고객이 되고 싶다.


중개 서비스를 앞세운 기업들이 두각을 나타낼 때마다 안전이 걱정된다. 안전을 대가로 편함을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한다. 편하려면 대가를 치러야 하는 게 나의 안전이 아니었으면 한다.

 

'플랫폼 업체와 정식적인 근로 계약을 맺고 정직원으로 일하는 개념이 아니기 때문에 플랫폼 업체는 서비스 제공자에 '서비스 중지' 혹은 '계약 해지' 이외의 법적 제재를 가할 수 없을뿐더러 기본적인 신상정보 이외에 범죄이력 등을 조회할 수가 없다. 따라서 플랫폼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들은 본인이 돈을 지불하고 서비스를 제공받을 때조차 항시 신변의 위협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 중개 서비스, '허와 실'리스크는 전부 '고객 부담', 팝콘뉴스, (2019.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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