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 수 없는 ㅅr람들을 위한 노ㄹh
한 두 번 안 울어본 솜씨가 아니다. 그는 성공을 플렉스 하지 않는다. 공감을 플렉스 할 뿐. 실패를 성공으로 만드는 위인, 마미손이다. 돈이며 명예며 네 옆 여자친구 내 것으로 만들기 자랑하기 바쁜 허세 넘치는 힙합씬에 그는 수필가다. 진정한 MC. 그의 신보가 나온다는 소식을 그의 사주팔자 상담기로 먼저 접했다.
이태원에 점을 보러 간 적이 있었다. 어르신이 내게 "넌 속에서 썩는 건 많은데 울 줄을 모르네, 근데 내가 말해줄까. 넌 그냥 밤에 조용한 산 속 계곡에 가서 촛불 하나 켜고 옆에 앉혀 놓으면 펑펑 울게 돼 있어." 그 말을 듣자마자 뭔가 서러움에 복받쳐 눈물이 핑 돌았다. 나는 가끔 펑펑 울고 싶은데 울 수 있는 방법을 모른다. 근데 고민을 해보니 밤에 계속은 너무 무섭고 추울 것 같았다. 그래서 대신 이 앨범을 만들었다. 슬픔 또한 삶에서 주어지는 하나의 선물이고, 난 주는 새끼 성의를 생각해서 기쁜 마음으로 받기로 했다.
- 마미손 11월 17일 인스타 중에서
슬픔은 다큐멘터리다
'너는 지금 슬프다.' 밑도 끝도 없이 주문을 외며 등장한 마미손은 <내셔널 지오그래픽> 니트를 입었다. 슬픔을 말하는 내내 그는 계속 내셔널 지오그래픽 니트를 입고 있다. 슬픔은 다큐라는 것 아닐까.
뮤비엔 눈물로 엮인 세 사람이 등장한다. 사주보러 가서 남몰래 울면 크게 울 사람이라고 들은 마미손. 8090년대생이면 누구나 이름 다 알았을 대스타이자 쓰레기들 만나서 고생하고 사람들 울린 유진박. 눈물 셀카로 조롱도 많이 받았던 채연. 캐스팅 정말 좋다. 이들의 눈물을 직접 본 적 없지만, 노래를 들으면 왠지 그들의 눈물을 본 것 같다.
타인의 슬픔에 먼저 공감할 줄 아는 마미손
유진박 울어
마미손 울어
가슴으로 울어
별에 닿을 때까지
누가 유진 박에게 시원하게 울라고 말할 수 있었을까. 그의 인생이 다사다난했음을 알았어도 난 그저 그의 슬픔을 관조할 뿐이었다. 내 슬픔이 더 중요했었는데, 마미손은 먼저 울거나 나서지 않고 타인을 위로한다. ‘유진박 울어 마미손 울어’라니 타인의 슬픔부터 헤아릴 줄 아는 고무장갑 …. 단도직입적인 가사는 마음을 치고 들어온다. 한 두 번 안 울어본 솜씨가 아니다.
떡볶일 좋아하는 마미손
떡볶일 먹어도 맛없다면
우우
그의 아버지가 말씀하신 떡볶일 먹어도 맛없음, 슬픈 것이라는 게 그에겐 어지간히 인상 깊었을까. 하긴 맞다. 가장 좋아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도 슬프면 슬픈 거다.
(참고 : 석관동 <시장 떡볶이>의 영업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다.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니 일찍 가도록 하자. 주소는 서울시 성북구 돌곶이로 22가길 27)
슬픔을 만들어 낸 모든 것들, 잠들지 마라
바보야 아픈데 왜 아프다고 못해
야 이 바보야 슬픈데 왜 슬프다고 못해?
네순 도르마 네순 도르마!
네순 도르마 네순 도르마!
"Nessun Dorma" 이탈리아어로 '아무도 잠들지 마라'는 뜻이랬다. 모두가 울어야 하거나 지금 내가 우는 데 잠이 오냐는 것처럼 들렸다. 자조적인 슬픔이라면 슬픔을 만들어 낸 건 나. 누군가를 위해 외친다면 바깥에 원흉이 있을 것이다. 그러니 슬픔을 만들어 낸 모든 것들, 잠들지 마라.
가장 아팠을 당사자의 슬픔을 모두 관조했지만
"어이 박형! 시원하게 한번 울어줘!"
아픔의 이유를 안 사람들은 슬픔을 지나치지 못한다. 슬픔을 관조한 경험으로 그의 연주에 슬픔을 느낀다. 인디언 속담에 '일어날 일이 일어나고야 말았다'는 말이 있다던가. 마치 이 연주를 듣기 위해 슬픔을 견뎌온 사람처럼 유진박의 연주 앞에서 희극으로 감춰진 비극을 엿보고 말았다.
별아별아 어떻게 하면 이 아픔이 지워지겠니
비 내리면 하늘에 무지개 뜨듯 울면 마음에 무지개 떠
실컷 울어본 게 언제니
슬픔을 참는 건 미덕, 울지 않는 건 어른. 무게감에 짓눌리면서도 타인의 고통은 쉬워 보이는 세상사. 고통 대신 공감 플렉스다. 어떤 색도 품을 수 있는 무지개가 모두의 마음에 뜨는 때, 그날도, 무지개도 감동실화내셔널지오그래픽급다큐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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