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살더라도 섹시한 여자가 좋아!
이 말은 물론, 어느 남자가 애인을 두고 한 말이다. 당장 뭐, 불성실한 발언 같다거나 인상을 쓰는척하며 '아~나는 아냐!'라고 은근히 잡아떼는 사람도 있을지도 모른다. 나도 처음 이 말을 들었을 때는 와~와~ 소리가 절로 났으니까. '어머~ 대놓고 섹시~한 여자라니! ‘ 하면서.
꽤 오래 전의 일이다. 지인의 딸, 돌잔치에서다. 여러 사람들이 모여 식사하는 테이블에서 유난히 나의 눈길을 끄는 여자가 있었다.
그다지 미모도 아니요, 화려한 메이컵도 하지 않았고, 옷차림이 요란하지도 않았다. 더구나 육감적이라고는 한 군데도 찾을 수 없었다. 단지 눈에 띈 것은 까무잡잡한 피부에 티나 터너처럼 포글포글하게 부풀린 그녀의 긴 머리였다.
그때만 해도 그런 과감한 머리스타일을 하는 사람이 드물었다. 아무나 하고 싶다고 시도했다간 '아~이건 아냐!! 원상 복귀해주세요! ' 라며 당장 난리가 날 수 있는 , 그야말로 소화하기 힘든 스타일이었다. 눈에 띄는 건 당연했다.
하지만, 티나 터너 형의 파마머리는 그녀에게 썩 어울렸다. 시크한 매력이 물씬거렸다. 그 옆에 앉은 신사도 점잖은 듯했지만 한 카리스 마하는 분위기였다. 두 사람은 잘 어울리는 한 쌍이었다.
나는 뭔지, 호기심이 발동했다. 우리를 초대한 지인에게 물었다.
"저~기 여자분 , 스타일이 대단한데요?”
“하하~그렇죠! 저 녀석 (그 여자분 옆에 앉은 신사) 애인이에요”
“친구분이랑 분위기가..^^"
"아! 저 녀석이요, 글쎄, 하루를 살더라도 섹시한 여자가 좋데요~~!!”
순간 , 픽~ 하고 웃음이 나왔다. 섹시한 여자라… 그녀의 분위기를 보아서 틀림없었다. 그녀에겐 헤어 스탈링만으로 충분히 섹시~한 매력이 있었다.
이런 걸 보아서 그녀의 남자 친구가 좋다고 한 섹시한 여자의 이미지란, 육감적인 뜻이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바로 시크한 (멋진) 매력의 여성이었다.
이렇듯 '섹시하다 하면 육감적이다'라는 것을 떠올리는 것이 보편적이다. 미국에서는 사람들이 '섹시~'라는 표현을 좋아할 정도로 많이 쓴다. 섹시~라는 표현은 말 그대로 적나라하게 몸을 드러냈다거나, 육감적인 몸매를 가진 여성들을 빗대어 잘 쓰지 않는다.
나도 처음에 섹시~라는 말을 잘못 이해한 적이 있다. 자랑이 아니라 간혹 , 누군가 나에게 ‘ 섹시~’라는 말을 던질 때가 있었다. ‘뭐? 뭐가 섹시하다는 거야? 호호하며 완전 착각(?)을 한 적이 있다.
알고 보니, 미국 사람들은 멋지게 차려입은 모습을 보면 '섹시~'라고 애교 있게 한마디 던진다. 그 의미란 시크하다는 뜻이다. 멋진 차림으로 분위기 있는 매력쟁이를 부르는 말이다.
참고로, 좀 보수적인 미국인들(특히 시카고에서)은 아예 대놓고 ‘나, 육감적이죠? ‘하는 듯 요란한 섹시미를 드러내는 사람에겐 '섹시~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냥, 조용히 무시해버린다.^
그건 그렇고, 요즘 미국 신세대에서는 섹시~는 기본이란다. 큣, 예쁘다는 말은 싱겁다. 10대도 듣기를 거부한다. 나이를 막론하고 여성들이라면 한결같이 '섹시~'하고 싶고, 그 말이 듣고 싶다. 좀 심한 표현인지 모르겠지만 섹시~하려고 발광(?)한다가 맞겠다. ^
하루를 살더라도 섹시한(시크한) 여자가 좋아!라는 말은, 여성들의 희망사항 아니겠는가? 따지고 보면, 여성들을 위한 말이 아닐까? 뭐. 각자 소신대로 사는겠이겠지만.
내가 잘 가는 백화점이 있다. 거기에 아주 섹시~한(?) 직원이 있다. 그래서 자주 들르는 것인지 모르겠다. 브랜드 매장에 매니저다. 그 여인은 어림잡아 70대 할머니다. 큰 키에 늘씬하고, 엷은 메이컵에 어깨까지 자연스럽게 흘러내리는 단발머리를 하고 있다. 요란하지 않으면서 뭔지, 독특한 분위기가 있다. 짐작건대, 젊었을 때는 시크함의 주자였을 것이다.
알게 모르게 그녀는 나의 패션 아이콘이 되었다.
섹시~가 시크한 여성이라면, 그녀처럼 나도 얼마든지 섹시~하게 늙고 싶다. 와이 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