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미용실은 전용 미용실 같아
트렌드에 상관없이 한 곳만 고수하는 것이 있다. 미용실이다.
" 타운에 잘하는 스타일리스트가 왔데요~"해도 나하고는 상관없는 일이다. 아무리 소문난 미용사라도 혹~하고 달려가지 않는다.
머리는 계속 관리를 해야 하는 필수 아이템 같은 것이지 않나? 단골일수록 좋다. 나의 단골집은 동네 미용실이다. 동네라는 것은 적어도 주인장의 경력이 무려 30년 이상이요 , 물론, 나이 지긋한 큰언니나 이모뻘 되시는 분이다.
이름만 대도 '아~ 그 미용실!' 하는 번듯한 곳은 아니다. 좀 잘 나가는 어느 미용실 간판 아래 고작, 작은 스페이스를 렌트한 곳이다.
그래서 애착이 가는 곳이기도 하다. 미용사가 타주로 이사를 가는 일이 없는 한 미용사를 바꾸는 일도 없다. 행여, 미용사가 다른 동네로 이사를 가면 내가 좀 더 운전을 하는 것이 낮다. 미용사를 바꾸는 건 더 귀찮은 일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내가 동네의 무명 미용실의 한 미용사를 고집하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일단, 나는 한 스타일을 고수하고 있다. 어깨 정도의 파마머리다. 필요할 때마다 트림 정도다. 유행을 따르거나 자주 머리에 변화를 주는 편이 아니다. 염색이나 트리트먼트는 직접 한다.
돈을 들여 머리에 이것저것 다양한 투자(?)를 하지 않는다. 굳이, 소문난 미용실이거나 각종 시설이 잘 된 미용실일 필요가 없다.
다음으론, 미용사가 고정적이다. 미용사 아주머니가 사장님이요, 직원이다. 게다가, 조용하다. 분주하지 않다. 기다리는 사람도 없고, 왁자지껄 거리지도 않는다. 예약제라 백 프로 1:1 프라이빗 서비스다. 손님에게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이 무엇보다 장점이다.
사실, 너무 분주하다 보면 이상하게 기대만큼 머리도 잘 나오지 않는다. 미용사도 상당히 분위기에 따라 머리 스타일이 달라지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가장 중요한 건, 편하다. 이리저리 설명을 할 필요가 없다. 미용사 아주머니가 "이 정도면 되죠?", " 컬은 이런 모양으로?"라고 재차 묻지 않는다. 그냥 자리에 앉으면 '나의 맞춤형 머리'처럼 척척 알아서 스타일을 만들어 준다.
언젠가 무라카미 하루키도 그의 에세이집에서 한 이발소만 고집한다고 쓴 것을 읽은 적이 있다. 이유는, 그도 자기만의 스타일을 고수하는 편이라 이미 익숙해진 곳에서 깎는 것이 편하단다. 무엇보다 이래저래 설명도 필요 없어 좋단다. 그런데 이사를 하는 바람에 이발소가 멀어졌다. 대단한 건 무려 편도 1시간 30분, 왕복 3시간을 걸려서 간다고 한다. 이런 그의 고백에 상당히 공감이 갔다.
그런 그렇고, 사실, 이런 단골 미용사도 하루아침에 척~하니 만들어지는 건 아니다. 30여 년 경력이라 해도, “이렇게 해 주세요~” 한 마디에 뚝딱~하고 처음부터 내가 원하는 머리스타일을 만들어 주냐? 그렇지 않다. 말하자면, 한, 두 번의 당혹스러운 에피소드를 겪은 후에야 비로소 단골이라는 것이 만들어진다. 비 온 뒤의 땅이 굳어지듯.
그러니까 내가 단골 미용사를 만드는 데는 적어도 두 가지 에피소드를 거쳐야 했다. 우선, 미용사들은 가위를 너무 좋아한다. 한결같이 가위만 들었다 하면 신이 나는지 막~잘라버린다. 아니면 상상력이 풍부한 건지 어떤 때는 너무 오버할 때가 있다.
분명, "쪼금만요~, 길이는 딱 어깨까지고, 컷은 자연스럽게요~"라고 눈을 찡긋하며 부탁을 한다. 하지만 머리가 확~잘라나가 버리거나, 미용사님의 이상적인(?) 머리스타일로 잘라 놓는다. 그러고선 만족한 듯이 "자~어때요? 예쁘죠?"라고 갖다 붙일 때가 있다. 정말이지 그럴 때는 '아~ 이 아주머니한테 계속 와야 되는 거야?"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또, 한 가지는 미용사 아주머니가 말이 많은 경우다. (다행히, 지금 미용사 아주머니는 말이 많지도, 적지도 않는 편, 날씨나 여행 이야기 등을 안부처럼 살짝 주고받는 정도다) 문제는 이것저것 동네 반장처럼 물어보는 것이다. 보통 성가신 일이 아니다. 어떤 때는 자기 이야기를 하느라 가위질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도 모를 지경까지 갈 때가 있다. 정말 곤란하다.
말 많은 미용사 하니, 오래전에 단골이었던 미용사 아주머니가 생각난다. 지금은 캘리포니아로 이사 갔지만. 그녀는 명랑하고, 게다가 싹싹하고, 재미있는 사람이었다. 집중(?)만 제대로 하면 훌륭한 머리 스타일을 내는 데는 솜씨가 있었다. 흠이라면, 말이 좀 많았다. 혹, 한번 말문이 열리면 마치 화풀이하듯 막 쏟아내는 정도였다.
한 번은 머리를 자르는 중이었다. 이런저런 이야기 끝에 자기 남편에 대한 원망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처음엔 역정을 내더니 급기야는 자신에 대한 연민으로 울먹거리기까지 했다. 본인도 감정을 조절을 하지 못했던 것 같았다. 그만 나까지 분위기에 동의(?)하다 보니 머리가 어떻게 되고 있는지 눈치채지 못했다.
어느 순간, 어째, 머리 스타일이 이상한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 같았다. 화들짝~놀랬다. "어머~미세스 김~ 머리가 좀 이상한 거 같아요~~, " 했다. 뭐, 때는 이미 늦었다!.
"오 마이 갓~~~~~~!"
"어머~ 이걸 어째~~~~~~~~~!! "
양쪽의 머리 기장이 돋보이게(?) 언밸런스가 되어 있었다. 그녀도 , 나도 서로 당황했다. 하지만 어쩌랴? 이미 잘린 머리를.. 잠깐의 조율 끝에 머리를 싹~뚝 잘라야 했다. 짧아진 머리 쪽으로 기장을 맞추어야 했으니까. 그때의 사건은 황당, 그 자체였다.
이렇듯 단골이 되려면 간혹, 불발 사태도 받아들여야 한다. 당장은 마음에 들지 않는 데다 속상하지만. 그렇다고 '어휴~ 그 미용사 ~'하며 발길을 대번에 끓지 않는다. (참고로, 나는 무슨 일이든 한, 두 번의 기회를 가진다.) 편안한 단골이 되려면 이 정도는 그냥 감수한다.
한 두 번의 주춤거림과 조율(?)을 거치 고나서야, 어느 날부터 "아! 자기 스타일은~" 하면서 나만의 스타일이 만들어진다. 세상만사 모두 오케이란 없듯이, 단골은 그냥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뭐, 가격도 나쁘지 않고, 마치 전용 미용실 같다.^
동네 미용실, 난 좋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