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lue Moon Sep 14. 2023

십원도 안 되는 남의 말

초등학교에 다닐 때였다.

가끔, 엄마와 아버지가 나누는 이야기를 들을 때가 있었다.


엄마는 평소에 수다쟁이 아줌마는 아니었다. 어쩌다 말문이 열리면, 여기저기서 들은 이야기들을 아버지에게 늘어놓는 경우가 있었다.


여기서 이야기란, 남의 흉을 보는 일이 아니다. 남이 잘 사는 이야기다. 가령, ' 어떤 집은 무슨 장사를 했는데 돈을 많이 벌었다든가, 또는 누구는 어디다 땅을 샀는데 돈 수확을 했다든지, 누가 어디에다 가게를 열었는데 수입이 괜찮다'라는 등의 말, 말들이다.


그녀의 공통된 관심사는 한결같이 '돈을 잘 버는 일들이었다.' 그 당시에는 남의 잘 나가는 이야기들을 하는 엄마를 이해할 수 없었다. 지금에서야 그때의 엄마의 속 사정을 가늠할 수 있게 되었다.


아버지는 조그만 시계방 주인이었다. 돈도 시원챦게 벌어오고,  뚝하면 가게문을 닫고 수양( 철학한답시고) 한답시고  큰삼촌이 있는 시골집으로 내려갔다.


엄마가 남의 잘 사는 이야기를 자주 거론했던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엄마의 남의 말은 그야말로 아버지에 대한 푸념이요 , 잘 사는 사람들에 대한 부러움이었다. 그럴 때마다 아버지는 매몰차게 한 소리를 했다.


‘그까짓, 십원도 안 나오는 남 이야기는 뭣하러 하노!‘


이런 소리를 듣고있던 나는 킥~킥거리며 웃었다. 어린 나이라 돈이 아쉬운 엄마의 심정은 헤아리진 못했다. 뭐, 엄마 생각에는 돈 잘 버는 방법론을 아버지에게 넌지시 알려주느라고 그런 말을 했던 것 같다.^


하지만 나는 그저 아버지의 단호한 그 한마디가 마음에 썩 들었을 뿐이다. ^ 얼마나 현실감각이 있는 말인고? 게다가 전혀 틀린 말이 아니지 않은가?,  미안하지만 속 끓는 엄마보다 아버지의 현실감각이 더 멋스럽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 십원 안 나오는 남 이야기‘


그 후로, 나는 이 말을 인생철학처럼 여기게 되었다. 십원 안 되는 남 이야기에 대한 나만의 철학(?)을 만들었다. 엄마처럼 남 잘된 이야기를 하는 시간대신, 내가 잘할 수 있는 일, 행복할 일을 찾았다. 


남에 대해 어쩌고, 저쩌고 하는 험담이라든가, 남의 개인사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일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다. 더구나 남의 말에는 어느 한쪽으로 편을 들거나 기울지도 않는다. 어드바이스는 듣지만 혹, 나에 대한 비방에는 동요하지 않는다. 남에 대한 미운 감정을 갖는 일도 나의 몫이고, 험담도 어디까지나 하는 사람몫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무심한 사람처럼 여길수 있다. 하지만 내가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일들만 해도 많다. 그저 심플한 것이 좋다. 


그건 그렇고, 가끔, 남편이 엄마 같다. 돈 잘 버는 남 이야기는 아닌데, 어디서 들은 남의 이야기를 사실인양 나에게 쏟아놓는다. 보통은 나도 아는 사람의 이야기다. 들어보면, 하나도 거르지 않은 이야기 같다.  그럴 때마다 나도 한 마디 한다.


'십원 안 되는 남 이야기 싫어!'라고 ^


알면 알수록 골치가 아프다. 음.. 그게, 십원 안 되는 남의 말. 말이기 때문이다.^



함께 나누는 영화

아마존 Movie-Sweet Land









이전 10화 부부의 기싸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